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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녀의 영국 귀양살이 seasno 1 (2010-2014)

한국 빵집 케이크 맛 본 영국인의 의외 반응

by 영국품절녀 2013. 6. 20.


영국 여자들에게 베이킹이란 삶의 일부처럼 보입니다. BBC 기사에 따르면, 영국인들 중 79%에 해당되는 인구가 집에서 베이킹을 즐겨 한다고 할 정도니까요. 보통 영국에서 친목 모임, 자선 행사, 식사 초대 등에 가 보면 언제나 준비되어 있는 것이 다과 (Refreshment)인데요, 대체로 영국 아줌마, 할머니들께서 직접 구운 홈메이드 케이크, 빵들이지요. 영국인 가정에 초대를 받아서 가 봐도, 어디나 책장에는 베이킹 관련 책들이 즐비합니다. 특히 정기적으로 참석하는 티 모임 멤버 할머니 한 분은 취미가 베이킹으로 매일 새로운 빵, 비스킷, 케이크를 만드세요, 그 분 집에 가면 베이킹 관련 책들과 각 종 기구들을 구경하느라 정신이 없지요. 


그럼, 영국인들은 왜 홈베이킹을 즐겨 하는 것일까요?

 

그것은 바로 "사교(Socialising)"를 위함이라고 합니다. 즉 사람들과 티 타임을 갖기 위함이에요. 영국인들에게 티 타임은 하루 일과 중 참 중요한 시간인 듯 합니다. 여유롭게 차와 직접 구운 케이크를 먹고 마시면서 친목을 도모하는 것이지요. 역시 티 모임에는 사람이 적은 것 보다는 많은 것이 더욱 좋으므로, 개수가 많은 케이크는 빠질 수 없는 단골 메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자선 행사 모금을 위해 홈메이드 케이크, 머핀 등을 판매하는 모습

 

하나 더~~

영국인들은 여가 시간을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타 국가들보다 많은 편이라고 합니다. 이들은 야외 활동보다는 집에서 상대적으로 비용이 적게 드는 베이킹과 같은 취미 활동을 한다고 합니다. 특히 흥미로웠던 점은 영국인들은 홈베이킹 케이크를 사람들과 나눠 먹는 즐거움이 크다고 했는데요, 그 이유는 혼자서 칼로리가 높은 케이크를 다 먹어야 한다는 부담감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랍니다. 사람들과 나눠 먹으면서 덜 먹게 되고, 다른 사람들도 똑같이 먹는 모습에 안도감(?)에 케이크를 먹는 즐거움은 더욱 커지는 법이지요. ㅎㅎ

 

영국인들이 좋아하는 빅토리아 스폰지 케이크

(출처: BBC FOOD)

 

저는 오븐이 있는 집으로 작년에 이사를 하면서, 베이킹 재미에 푹~ 빠졌습니다. 시중에서 사 먹는 케이크보다는 영국 아줌마들 혹은 제가 직접 만든 홈메이드 케이크가 훨씬 맛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저는 매 달 한번씩 있는 티 모임에서 케이크를 맛있게 구워주시는 할머니, 아줌마 집은 되도록이면 꼭 참석하려고 하지요. 종종 영국 아줌마는 직접 손님들을 초대해서 베이킹을 함께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영국 아줌마로부터 받은 홈메이드 케이크 선물

 

재작년인가... 티 모임에서 "케이크"와 관련하여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베이킹을 생활화하시는 영국 여성 분들과의 티 모임이 한국 지인 분의 집에서 있었습니다. (정기적으로 매 달 한 번씩 Coffee Morning 멤버들의 가정에서 번갈아 가면서 티 모임을 하고 있습니다.) 그 날은 한국 아줌마가 호스트였지요. 여름에 한국을 잠시 다녀 오시면서, 한국 모 제과점에서 호두 파운드 케이크를 사 오셨다고 합니다. 마침 그것이 남아서 티 모임 때 차와 함께 그 케이크를 대접했다고 하네요.

 

그런데 의외로(?) 한국산 케이크를 맛 본 영국인들의 반응이 꽤 좋았다고 합니다. 몇 년 전에 한국을 방문했던 한 영국 젊은이(남자)도 한국에서 먹은 뉴욕 치즈 케이크의 맛을 여전히 잊지 못한다는 말을 들은 적도 있어요.

 

호두 파운드 케이크 어디서 샀니?

크게 달지 않고 부드러워.. 너무 맛있어. ~~

 

영국인들의 예상치 못한 반응에 한국 아줌마는 놀랐다고 합니다. 다들 너무 맛있게 잘 먹었다고 하네요. ㅎㅎ 사실 아직까지도 제 입맛에는 영국보다는 한국 케이크 (특히 생크림)가 더 나은 것 같아요. 제가 느끼기에는 시중에 파는 영국 케이크는 종류에 따라 맛이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로 극도로 달거든요. 다만 영국에서도 프랑스 식재료를 사용하여 프렌치 스타일로 빵을 굽는 곳은 맛있습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영국 할머니들이 한국 제과점 케이크를 좋아한 이유 중에 하나는 "덜 달았기 때문"은 아닐까 하는데요, 저의 경험 상, 영국 할머니들의 케이크, 빵, 비스킷 등을 먹어보면, 시중에서 파는 것보다는 덜 달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건강 혹은 당뇨 등으로 인해 설탕, 버터의 비율을 줄이는 것 같거든요. 아예 설탕이 전혀 들어가지 않은 슈가 프리 비스킷 등을 구우시는 분들도 종종 계십니다.

 

 

아무튼 베이킹 전문가들로부터 한국 제과점의 케이크가 맛있다는 평가가 참 흥미롭기도 하면서 기분도 좋았습니다. 단 것을 좋아하는 영국 젊은이들의 입맛에는 한국 케이크가 어떨지는 잘 모르겠는데요, 확실한 것은 상대적으로 단맛이 덜하고 부드러운 한국 케이크 맛이 영국 할머니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것 같습니다. 한국의 파티쉐 분들의 베이킹 기술이 영국에서도 통할 것 같은데요, 어서 현지인들의 입맛을 훔치는 한국 스타일의 베이커리가 하루 빨리 영국에 진출했으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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