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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품절녀 & 남 in UK/영국 품절남 글은 여기에

한국 예비역 유학생이 영국 온 이유 듣고 씁쓸

by 영국품절녀 2013. 4. 15.



안녕하세요? 영국 품절남입니다.
오늘은 지난 주 만났던 한국 학생들과의 대화를 통해서 느꼈던 점을 간단히 적어 보겠습니다.

 

블로그를 꾸준히 애독해 주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와 품절녀님은 한 달에 1~2회 정도 영어시험 도우미 아르바이트를 합니다. 거창한 것은 아니고, 영어 시험을 보러 오는 학생들의 등록 및 진행을 돕는 일이지요. 이곳 캔터베리는 작은 도시이기는 합니다만, 근처에서 거의 유일하게 IELTS가 정기적으로 있는 곳이며 영어 학원이 많아 많은 외국인 학생들이 IELTS 시험을 응시하러 옵니다. 특히 4월부터는 영국 대학에 진학하고자 하는 외국인 학생들이 필요한 영어 점수를 얻기 위해 몰리는 시기이기도 하지요.

 

(출처: 구글 이미지)

 

캔터베리에서 IELTS시험이 열리는 곳은 Chaucer College라는 학교로 켄트 대학 캠퍼스 입구에 위치해 있습니다. 제가 이 곳에서 재작년부터 작년까지 선생으로 근무했던 인연으로 이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다양한 국적의 많은 학생들을 만나고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지난 토요일에는 몇 명의 한국 학생들이 영어 시험을 응시하러 왔었습니다. 그런데 그들의 나이가 어느 정도 있어 보이더군요. 제가 물어보니 모두 한국에서 군대를 마친 상태였습니다. 또한 모두가 한국에서 대학을 1년 정도 다녔던 친구들이었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이들과 대화를 나눌 수 없었기에 영국까지 왜 오게 된 이유까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설령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 자리에서 자세하게 말할 수는 없겠지요. 다만 한 남학생이 영국에 온 이유를 듣고 보니 상당히 씁쓸했습니다.

그 학생은 서울에서 꽤 좋은 대학의 좋은 학과에 다녔다고 합니다. 여느 대학생들과 같이 그도 자신의 진로에 꽤 심각하게 고민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진로 상담을 하던 전공 교수가 이 학생에게 한 조언은 이렇습니다. 

SKY 출신과들과 경쟁하려면 어렵지 않겠느냐,

자신 없으면 다른 길을 알아보는 것이 나을 것 같다.

 

(출처: 구글 이미지)

 

저는 그 이야기를 듣고 그저 놀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어떻게 한국의 유수 대학 교수가 자신의 제자에게 타 학교 학생들과 경쟁이 되겠냐는 말을 하며 다른 길을 알아보라고 합니까? 그것도 이제 1년이 갓 지난 학생에게 할 소리는 아니겠지요. 3~4학년 학생이라면 조심스럽게 전공 부분에 대해서 쓴소리를 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그런 말은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저는 한국 대학에서 가르쳐 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말하기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습니다. 다만 영국에서 1년 반 정도 학부생들을 가르친 경험이 있다 보니 위의 말을 들을 때 울컥할 수 밖에 없더군요.

 

교육이란 무엇일까요? 단지 지식과 정보를 전달하는 것일까요? 그렇게만 한정해 버리면 학원과 학교의 차이점은 없어져 버리지요. 특히 대학은 단순히 지식, 정보 제공의 장소 이상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만난 적도 없고 전공도 다르지만, 그 교수를 만나서 꼭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교수님께서는 학생의 잠재력과 능력을

100%이상 발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셨습니까?

 

입학 성적에서 대학 별로 차이는 있을 수 있겠지만, 학과 교과목 자체는 대학간 큰 차이는 없다고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궁극적으로 학생들의 전공 별 아웃풋은 학생들의 능력 못지 않게 대학교의 교육에도 있지 않을까 합니다. 그리고 한 마디 덧붙이고 싶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것은 교수로서의 직무 유기 아니냐고요. 한마디로 학생에 대한 열정 자체가 없는 것 아니냐고요.

 

만약 대학 1학년인 친동생이나 제 자녀에게 교수가 그런 말을 했다고 한다면, 저는 총장을 비롯한 학교측에 항의할 것 같습니다.

 

제가 영국 및 일본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면, 같은 학교의 학생이라고 하더라도 능력 차이는 분명히 있는 것 같습니다. 강의를 쉽게 이해하는 학생들이 있는가 하면, 좀 늦은 학생들이 있지요. 제 스스로도 답답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저는 학생 쪽에서 도움을 요청하면 그 이상으로 돕고자 노력했습니다. 아직 제가 젊고 가르치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기 때문에 그럴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선생으로서 학생에게 해야 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 정도는 알고 있지요.

 

한국 학생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교육자는 단순히 지식 전달자가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실감하고 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저의 긴 학창시절 동안 제가 존경했던 선생님은 강의 자체를 잘하셨던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열정과 노력을 보여주었던 선생님이 이지요. 모든 학생이 자기 전공을 제대로 살려 사회에 진출하지는 않습니다. 학생 스스로 뒤늦게 전공과 무관한 자신의 재능을 자각할 수도 있으니까요. 설령 그렇다면 교수는 인생의 선배로서 격려의 말로 응원을 해 주는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 어떤 일이 어렵지 않겠습니까마는 올바른 교육자의 길 역시 멀고도 험난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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