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품절남입니다.
오늘은 그냥 가볍게 어제 있었던 에피소드를 짧게 적어보려고 합니다.
어제는 품절녀님의 생일이었습니다. 생일 파티를 위해 근처의 중국 음식점 뷔페를 갔었는데요, 같은 대학에서 유학 중인 형님네 부부와 한국여-영국남 커플도 합류해 좋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저희가 간 중국 음식점은 캔터베리에서도 조금 유명한 곳입니다. 음식도 꽤 깔끔하게 나오고 한국인의 입맛에도 맞습니다. 특히 탕수육(Sweet & Sour Pork)은 한국에서 먹던 것과 가장 비슷하지요. 물론 가격 부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특별한 날에는 가곤 한답니다.
이 곳 뷔페는 한국에서 생각하시는 뷔페와 조금 다릅니다. 음식이 이미 마련되어 있어 각자 접시를 들고 자신이 먹을 것을 골라 오는 방식이 아닙니다. 이 곳에서는 메뉴판을 보고 주문을 하면, 그때 그때 주방에서 요리를 직접 내옵니다. 사실 한국에서 뷔페음식을 먹으면 개인 당 3접시 이상 먹기가 힘든데요, 이 곳에는 접시에 요리로 나오니 일반 음식점에서 먹는 기분이 납니다. 형님네에서 품절녀님을 축하해 주기 위해서 와인까지 한 병 지원사격을 해 주셔서 더욱 감사했지요.
어제 축하 파티 자리에는 영국인이 포함되어 있어 대화 소재가 한국인들만 있을 때와는 사뭇 달랐습니다. 자연히 "언어" 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왔지요. 그 영국인은 여자친구에게 진지하게 한국어를 배워서 곧잘 말한다고 합니다. 오히려 말하는 것 보다 읽는 것을 훨씬 더 잘한다고 하더군요. 게다가 런닝맨을 매 주 시청하다보니 한국 문화 및 사람에 대해서도 조금은 알고 있어요. 하지만 여자친구 이외의 다른 한국 사람들 앞에서는 한국어를 좀처럼 말하려고 하진 않더군요. 아직은 부끄럽다고 했습니다. 작년 연말 파티에서도 함께 식사를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도 한국어 한 마디도 하지 않았지요.
그런데 오늘 그가 한국어를 무의식 중에 했습니다.
여러 음식을 시키다 보니 이런 저런 중국 요리들이 나왔는데요, 한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매운 요리들도 있었습니다. 고춧가루가 얼핏 보이는 새우 요리였는데요, 그 영국인 여자친구가 먹어 보더니 보기 보다 조금 맵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그 친구더러 한 번 먹어보라고 했더니, 대뜸 한다는 말이...
안 돼!! 안~돼~~
(출처: 구글 이미지)
그 영국인 친구로부터 직접 들은 첫 한국 말은 "안돼, 안~돼" 였습니다. 그 말을 듣자 우리 모두 웃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 이후 대화는 언어에 관한 것이 되었는데요, 마침 그 때 이웃 테이블에서도 생일인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 음식점에서는 "Happy Birthday" 음악을 중국어 및 영어 버전으로 틀어 주더군요. 저희도 같이 박수치고 영어 부분은 따라 불렀지요. 그러다 이 노래는 다양한 한국어 버전이 있는데, 젊은 친구들이 자주 부르는 "왜 태어났니, 왜 태어났니" 에 대해 알려주었지요. 제가 그 노래를 영어로 바꿔 말해 주자, 그 영국인은 놀라면서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더군요.
(출처: 네이버 블로그 케잌만들기단하나구리님이 만든 케이크)
한국의 호프집에서는 생일 음악을 틀어달라고 하면 "빰~빰빰빠빰, Congratulation ~" 노래가 나온다는 말도 나왔는데요. 사실 Congratulation은 생일 축하의 의미로는 영미권에서 사용하지 않는 말입니다. 보통 졸업, 취업, 혹은 개인적 성취 등을 축하해 줄 때 Congratulation 이라는 말 입니다.
모두들 정신 없이 음식 흡입을 마친 후, 대화 주제는 영국 영어로 넘어갔습니다. 여름에 귀국할 예정인 형수님은 "한국 사람들은 꼭 영국 갔다 온 사람들에게 영국 영어를 해 보라고 한다면서 무슨 말을 하면 좋겠냐?"고 하더라고요. 그 질문에 제가 한 문장을 말해 주었습니다. 발음을 살리기 위해서 한글로 적어 보겠습니다.
잇 다즌트 매터~(It doesn’t matter)
만약 미국 영어 발음대로 했다면 "잇 다즌 매러"가 되었겠지요.
보다 정확한 영국인의 발음을 듣기 위해선 다음 동영상을 확인해 보세요.
러브 액츄얼리의 한 장면으로, 바쁘시면 1:08부터 보셔도 됩니다.
제가 일부러 몇 번이고 더 말하자 그 영국인 친구는 재미있다는 듯이 얼굴이 빨개지도록 웃겨 죽을라고 합니다. 그의 반응에 탄력 받은 저는 "Posh Accent" 를 흉내내기 시작했습니다. 영국 왕실이나 교양 있는 귀족층에서 쓴다고 하는 Posh Accent 는 일반 영국인들은 잘 사용하지 않는 말인데요. 그것을 한국 사람이 어설프게 흉내 내니까, 현지인은 듣는 내내 웃겨 죽을라고 했습니다.
다음의 영상을 보시면 영국인도 Posh British Accent 를 따라 하는 것이 좀 낯 간지러운 것인가 봅니다. 아마 제가 부산 고향 친구들 만나서 서울 말을 쓸 때마다 그들이 짜증내는 것과 마찬가지일 것 같습니다. ㅎㅎ
Posh British Accent 를 따라하면서 계속 웃어요. ㅎㅎ
작년 품절녀님 생일 때에는 저희 부부 둘이서만 식사를 했었는데, 생일파티는 확실히 인원이 많으면 많을수록 즐거운 것 같습니다. 특히 한국어를 어느 정도 이해하는 영국인까지 있어 훨씬 더 재미있었던 것 같습니다. 한국 날씨가 다시 꽤 쌀쌀해 졌다고 들었는데요, 영국도 잠깐 따뜻해 지나 했더니 다시 비가 옵니다. 모두들 건강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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