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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품절녀 & 남 in UK/영국 품절남 글은 여기에

일베 현상이 나올 수 밖에 없는 한국의 현실

by 영국품절녀 2013. 5. 30.


안녕하세요? 영국품절남입니다.
요즘 한국 인터넷 뉴스를 보니 일베(일간베스트)가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고, 심지어 100분 토론의 주제까지 되었네요. 저도 흥미가 약간 생겨 다시 보기를 통해 시청해 보았습니다. 보다 지루해져서 중간에 자 버리기는 했지만 "한국 사회의 새로운 현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지난 대통령선거 때까지 일베라는 사이트가 있는지도 몰랐습니다. 이에 대비가 된다는 오유(오늘의 유머)도 알지 못했지요. 대선 직전, 국정원 직원의 댓글 사건이 터진 후에 이런 사이트들에 대한 관심이 조금은 생겼습니다. 그 후, 가끔씩 오유나 일베를 들러보기는 했는데 업데이트 되는 내용들을 보고 솔직히 불쾌하기도 했지만, 재미있거나 유용한 정보성 글들도 꽤 있다는 느낌을 받곤 했습니다. 특히 외국에서의 워킹 홀리데이 경험담이나 해외 여행기와 같은 글들은 이를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유용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드네요. 하지만 특히 일베에서의 과도한 정치색, 지역 및 여성 비하 때문에 일베가 언젠가 한 번은 사회적 이슈가 될 것이라는 생각은 했었습니다.

 

 (출처: MBC)

 

처음부터 제 입장을 말씀 드려보면, 사실 "일베 현상" – 현상이라고 부를 만한 사안이냐는 논의는 제쳐두고 – 은 어차피 등장할 자연스러운 사회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일베에서 나오는 글들 중에 "특정 지역" 및 "여성 비하" 부분은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변호할 생각은 없습니다. 100분 토론에서도 일베 현상에 나타난 다양한 문제점들을 이미 다루었기 때문에 여기에서 다시 언급하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어제 토론에서 나오지는 않았지만, 제가 그 동안 가졌던 일베에 대한 시각에 대해서만 약간 다루어 보려고 합니다.

 

예전에 어떤 책에서 본 글인데, "좌파 선생 밑에 우파 학생이 나온다" 는 것이 요지였습니다. 이 내용을 처음 접할 때에는 조금 이해하기 어려운 글이긴 했는데, 요즘 일베 현상이 딱 그런 것이 아닌가 합니다. 요즘 일베를 통해 드러난 젊은 세대들의 가장 큰 이슈는 단연 "경제" 입니다.

 

이들에게 경기가 호황이었던 70 - 80 년대는 그저 부러울 수 밖에 없겠지요. 이 시대의 젊은 주역이었던 현재 40 ~ 50대 선배들은 이 시대의 혜택을 제대로 받은 세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권위주의 타파를 외치며 민주화를 이룩한 주역이었으면서도 취업은 취업대로 제대로 했던 세대였지요. 이런 배경에서 이들 선배들은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 이른바 386 (30대, 80년대 학번, 1960년대 출생)이라는 이름으로 한국 정치계의 주도 세력으로 화려하게 데뷔합니다.

민주화의 주도 세력이라는 정치적 도덕성은 386 선배들의 권력이자 자산이었습니다. 오피니언 리더로서 이들 선배들은 교육, 언론, 정치계에서 눈부시게 활약했습니다. 이들의 노력으로서 그 동안 권위주의 정권에게 무고하게 탄압받았거나 핍박 받았던 사람들도 명예를 회복하게 되었죠. 특히 이 시기 동안 우리는 인권 의식이 향상되었고 복지 제도가 중요한 사회적 시스템으로 자리잡게 되었고요. 그런데 문제는 이들 선배들의 과거 정권을 보는 역사관이었습니다. 군사/권위주의 정권과 차별성을 강조하다 보니 과거 정권이 이룩한 경제적 성취에 수정주의적 해석을 시도한 것입니다.

 

정치과 경제는 따로 떨어뜨려서는 해석하기 어려운 주제인 것은 분명합니다.

이를테면, 식민지 조선의 시대적 상황을 이해하는데 일제 식민통치의 문제점에 대한 언급 없이 식민지 내의 경제적 발전과 근대적 요소의 정착만을 설명해 버린다면 어떻게 될까요? 일본인들이 주장하는 것과 전혀 다를 바가 없겠지요. 한 시대를 평가하는 데에는 이렇게 정치와 경제 및 민생까지 아우르는 넓은 시각이 필요하기는 합니다. 그런데 이들 386 선배들이 갖는 역사관이 갖는 문제점은 지나치게 도덕성을 강조하면서 나타났습니다. 즉, 과거 정권의 태생적 비도덕성을 강조하다 보니 이들 정권이 이룩했던 순기능적인 면까지 부정하게 된 것이지요.

 

과격한(?) "계몽"은 옛 세대의 주역이었던 어르신들 뿐만이 아니라 요즘 젊은이들에게까지 피로감을 준 것 같습니다. 저의 개인적인 소견은, "일베 현상"이 선배들의 이데올리기적인 접근에 피로를 느낀 20 ~30대들의 반발로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90년대 중반에 사학과를 다녔던 저만 해도 일부 선배 – 지금 생각해 보면 주사파가 아니었나 생각됩니다만 – 들이 강요(?)했던 "학습"에 굉장히 피로감을 느꼈으니까요.

 

(출처: Google Image)

 

결국 일베에 반영된 한국 20-30대들의 기본적인 감정은 구호만 거창한 "민주주의"에 대한 "피로감"과 선배들의 성공에 대비되는 자신들의 "좌절감"이 아닐까 합니다. 그래서 스스로를 벌레, 게이, 장애인으로 희화시키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저를 포함해 이들 젊은이들의 눈에 비친 선배들의 긍정적인 모습은 무엇일까요? 지엽적인 문제이긴 합니다만, 요즘 크게 사회적 문제가 되는 기러기 부모들도 결국 이들 선배들이 아닌가요? 젊었을 때 가졌던 이상을 주류 사회에 들어간 다음에도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논센스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젊은 나이에 주류에 진입한 386선배들 – 현재는 486이겠네요 – 은 기러기 부모조차 할 수 있는 경제적 기반이 있는데에 비해, 초라한 자신들의 삶의 모습은 좌절감을 느끼기 충분하지 않을까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선배들이 강조했던 민주화라는 용어가 일베에서는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게 된 것이라고 봅니다. 즉, "선배들에 대한 반발심리의 발로"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저를 포함한 요즘 한국 젊은 남자들의 꿈은 의외로 소박하지 않을까 합니다. 그저 괜찮은 직장에 취직해서 좋은 배우자 만나서 잘 사는 것이 아닐까요? 이들에게 군사정권, 권위주의에 대한 기억은 극히 희박합니다. 전혀 경험하지 못했고, 책과 선배들의 입으로만 접했지요. 대신 취업과 결혼은 바로 닥친 현실의 문제입니다. 그런데 현실은 녹록치 않지요. 그들에게 있어서 똑똑한 여성들은 기존 남성의 일자리를 잠식해 오는데, 결혼에서 남자가 져야 하는 경제적 부담은 오히려 커지기만 했지요. 일베는 이렇게 고개 숙인(?) 젊은 남자들의 스트레스 해소와 배설을 위한 장소로 이해해야 할 것으로 봅니다.

 

어제 토론에서는 일베라는 커뮤니티가 출현하게 된 사회/정치적 배경에 대한 논의가 별로 이루어지지 않아 아쉬웠습니다.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일베 현상이라는 것은 분명히 있으며, 그들 표현대로 "일베 게이들" 역시 현재 우리 한국 사회의 일원입니다. 이들이 "무조건 나쁘다," "역사 인식이 잘못되었다"라고 비판하기 전에 보다 진지하게 이들과도 소통을 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되었을 때에 진정한 우리 사회에 진정한 의미의 "민주화"가 이루어 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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