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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녀의 영국 귀양살이 seasno 1 (2010-2014)/실시간 영국 소식

한국 우습게 본 미국 시민 김종훈의 시대 착오

by 영국품절녀 2013. 4. 1.

안녕하세요? 영국품절남입니다.
다이나믹 코리이라고 할 수 밖에 없는 한국의 뉴스를 보면, 정신이 없습니다. 매일 이런 저런 사건 사고들이 펑펑 터지다 보니 외국에서 가끔 한국의 뉴스를 들여다 보면 한 편의 드라마와 같습니다. 제가 현장감이 없다 보니 더욱 드라마처럼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오늘은 김종훈 전 미래창조과학부장관 내정자가 워싱턴 포스트지에 올린 글이 다시 이슈가 되는 것 같더군요. 김종훈씨는 워싱턴 포스트지의 투고(Opinions)란에 박근혜 대통령에게 장관으로 입각 제의를 받고 난 후부터 사퇴에 이르기까지의 과정과 감상에 대해서 기술했습니다. 한국의 일부 언론에서는 제목이 "새로운 세상의 오래된 편견(Old prejudices in new world)" 이라고 했는데, 제가 확인해 보니 "민족주의에 의해 불발된 한국으로의 귀국(A return to South Korea, thwarted by nationalism)" 로 되어 있습니다. 제목이 중간에 바뀐 것인 것 같습니다.

 

 

이미 많은 언론을 통해 내용의 대강이 밝혀졌기 때문에 제가 일일이 번역할 필요는 없겠지요.

다만 간추려 보면,

한국 인터넷이나 언론으로부터 마녀 사냥을 당함.
미국 국적이 문제가 됨
내가 교육을 받고 기회를 마련해 준 미국에 영원히 감사를 하며, 그것이 봉사한 이유
그래도 모국인 한국은 사랑한다.
중국과 인도의 성장 속에서 한국은 창조경제(Creative Economy)의 도입이 필요함

 

등을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창조적인 경제가 필요하다는 말에 이의를 제기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김종훈씨가 예를 든 것과 같이, 한국의 재벌 기업이 국부의 80%를 차지하지만 일자리 쉐어는 고작 6%를 차지하고 있어 고학력 실업자가 넘쳐납니다. 중국과 인도의 부상은 한국 경제에 위협이 되는 일이지요.

 

그런데 이런 내용 보다 제가 지적하고 싶은 것은 김종훈씨가 스스로 이 글을 통해 고백했듯이 장관직 수락은 순진(naïve)했습니다. 제가 볼 땐 그 결정 자체도 순진했지만, 한국이라는 나라도 너무 우습게 본 것이 아닌가 합니다.

제가 일전에도 올린 글이지만 어느 한 지역을 오래 살다 떠나면 그 지역에 대한 기억은 딱 그 시점에 멈춰지지요. 이민가신 분들의 기억은 자주 한국을 왕복하시더라도 정서는 딱 이민 가실 때의 기억으로 남지요. 저도 그렇습니다. 아무리 인터넷이 발달해 한국의 소식을 거의 실시간으로 듣는다고 하더라도 제가 기억하는 한국은 지금 한국 계신 분들과 다르지요. 다시 말해서, 김종훈씨가 생각하는 한국의 이미지는 자신이 이민 갔던 14살 때의 한국인 것입니다.

 

김종훈씨의 약력을 보니 1960년으로, 그 분이 이민 갔을 때가 대략 1974년 정도 되었을 것 같습니다. 제가 최근 과거 MBC 정치 드라마 제0공화국 시리즈를 보는데, 한 에피소드에서 오일쇼크에 당면하여 고민하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모습이 그려지더군요.

우리가 얼마나 주먹구구식으로 에너지 정책을 펴고 있는지..

 

그 외에도 드라마 행간에서 그 당시에 있었던 허술한 사회 모습에 대해서 알 수 있었습니다. 즉, 한국은 그 당시까지는 그런 나라였습니다. 그 이전에 비해서 엄청나게 발전하기도 했겠지만, 압축된 경제 성장 속에서도 시스템은 그에 뒤따라 오지 못했던 겁니다. 이것은 그 시대를 살았던 분들의 잘못이라고 보진 않습니다. 지금의 선진국이라고 그런 시대가 없었던 것도 아니고요. 항상 사회 의식이나 시스템은 경제 발전 속도에 비해서 늦었기 때문이죠.

 

다시 김종훈씨 이야기로 돌아와 보겠습니다.

만약 김종훈씨가 박정희 대통령 시대인 1960-70년대에 귀국한다고 했다면 금의환향이라고 칭송 받았을 겁니다.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고 부와 명예까지 거머쥔 인물이, 조국을 위해 헌신한다고 한다고 하면 그 당시 어느 누가 우러러 보지 않았겠습니까? 그리고 가장 중요한 대통령의 명령이 곧 법이었던 시절이기 때문에 누구 하나 반대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그러나 한국은 더 이상, 그가 이민을 갔던 1970년대가 아닙니다. 지금의 박 대통령 시대의 한국은 그 당시와는 차원이 다르게 시스템화 되어 있는 국가입니다. (물론 문제가 아예 없다는 말은 아닙니다)

 

김종훈씨의 의혹에 대한 진실 여부를 떠나서 한 국가의 주요 주무부처의 수장을 뽑는데, 그 정도의 검증은 당연한 것 아닐까요? 최근 청문회 자체도 부동산 문제나 위장전입은 이제 문제 거리도 안 될 정도로 느슨해 진 것이 사실입니다. 청문회가 도입된 이래 불법을 하나라도 주요 공직자 비적격 사유로 엄격하게 시행했었다면 통과할 사람이 몇이나 있었을까요? 그에 비하면 김종훈씨의 의혹은 좀 오히려 평범한 것들이었습니다. 이를테면 부인의 건물에서 성매매 행위가 벌어졌다는 의혹에 대응할 때에, 만약 떳떳했다면 "조사해 봐라, 그렇지 않다"고 하면 됩니다. 또한 국적논란 – 이건 의혹도 아니지요 - 에 대해서는 "난 애국심 하나로 조국을 위하겠다, 그래서 미국 국적도 포기하는 것 아니냐" 라고 더욱 더 당당했다면 넘어갈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합니다.

 

그런데 오늘의 김종훈씨가 워싱턴 포스트지에 올린 글을 보니 그 분이 그 동안 가져 왔던 한국이라는 나라의 모습이 그대로 반영되는 듯 해서 조금 씁쓸했습니다. 김종훈씨가 지적한 한국 경제의 문제점은 새삼스러운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가 지적한 바 대로 한국 경제의 미래는 창조에 경제에 달려 있는지도 모릅니다. 다만 아쉬운 것은 그가 보는 한국이란 국가입니다. 미국에서 성공 후, 부지런히 한국을 다녀간 듯 합니다. 그럼에도 그는 한국의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한 것 같습니다. 여전히 시행착오를 겪긴 하지만 그래도 시스템이 구축되고 발전해 온 한국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아울러 현재의 한국인의 정서도 이해하지 못했지요. 바로 그것이 그가 가진 한계가 아닌가 합니다.

 

많은 미국 교포분들이 김종훈씨의 사퇴 소식에 안타까워 했다고 합니다. 그 분들의 입장에서는 그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히려 그 분들의 애국심이 한국에 계시는 분들보다 더 클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드니까요. 기업의 임원을 선발 할 때, 큰 기업일수록 후보자의 능력부터 사생활까지 모든 것을 조사한다고 합니다. 하물며 한 국가의 장관은 어떻겠습니까? 그 정도의 의혹 제기에 사퇴를 했다는 것은 둘 중 하나였던 것 같습니다. 그를 둘러싼 의혹들이 사실이었거나, 아니면 그에게 성공과 부를 안겨준 제2의 조국 미국을 도저히 버릴 수 없었기 때문이겠지요. 저는 차라리 후자라고 믿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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