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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품절녀 & 남 in UK/영국 품절남 글은 여기에

한인 여학생의 거짓말, 믿고 싶은 우리 사회

by 코니팀장 영국품절녀 2015. 6. 14.

안녕하세요? 품절남입니다.

TV만 켜면 메르스로 시끌벅적해지기 시작한 지난 주,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던 한인 여학생의 소식이 크게 화제거리가 되었습니다. 그 여학생은 미국 최고의 명문 하버드와 스탠포드 대학에서 동시에 입학 허가를 받았는데, 이 여학생을 잡기 위해 이 두 대학들은 각각 2년씩 다닐 수 있는 특전을 제공했다는 소식이었지요. 우리 언론에서는 학생 당사자뿐 아니라 아버지까지 찾아가 인터뷰를 하는 등 자랑스러운 소식을 알리기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한국 언론은 국위(?)를 선양한 이 학생을 칭찬과 격려를 하기에 바빴습니다. 그런데 결국 모든 것이 이 여학생의 거짓말로 드러났고 이를 보도한 언론은 사과하기에 바빴지요.

 

문제는 이 소식이 처음 알려졌을 때부터 이들 부녀의 말만 믿고 받아 적기에 급급했던 언론의 책임이 크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취재과정에서 이 학생이 합격했다고 한 학과의 교수는 오히려 기자에게 "왜 기사화하기 전에 사실 확인을 하지 않았나?" 라는 말까지 들었다고 합니다. 그 기사를 최초 보도한 기자나, 그 기사를 퍼 나르기에 바빴던 한국 언론이 비판 받아야 할 부분인 듯 합니다.

 

(출처: youtube)


그런데 제가 우리 언론에게 실망한 부분은 "거짓말임이 알려진 후의 보도 자세" 였습니다. 물론 일부 언론의 문제입니다만, 한 언론은 온 종일 이 문제로 '하버드나 스탠포드와 같은 명문대에서 장차 한국인 입학생에 대한 인식이 나빠지지 않을까', '미국 사회에서 한인의 지나친 교육열이나 학벌주의를 어떻게 볼 것인지'에 대한 것에 온통 신경을 썼습니다.


저는 '언론에서 꼭 그렇게까지 해야 할까?' 생각했습니다.

꽤 오래 전 뉴스입니다. 한인 대학생 한 명이 총을 들고 강의실에 난입해 교수 및 급우들을 무참하게 살해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 소식은 전 세계를 경악시킨 사건으로, 저는 그 때 마침 이탈리아에 있었습니다. 그 곳 신문에조차도 가해자의 얼굴이 큼지막하게 실렸었죠. 이 때 한인사회와 미국대사에게까지 사과를 했지요. 이 사건이 한미양국의 정치문제로 붉어지지 않을까 외교통상부는 긴장까지 했다는 소식도 들렸습니다. 일부 언론에서는 한국 정부의 배상책임이 있다는 주장까지 했습니다.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두 사건의 경중과 본질은 상당히 다릅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일부 언론 – 과 대중의 대응은 비슷하더군요. 한 명의 한국인이 죄를 지었으니, 이 문제로 현지의 한인사회, 그리고 한국에 대한 이미지 악화로 되돌아올 피해를 걱정한 것이지요. 그러므로 한인사회와 정부차원에서 사과를 표해야 한다고요.

 

2001년 9월 11일, 중동 출신 테러리스트들이 민간 항공기를 탈취하여 뉴욕 쌍둥이 빌딩과 충돌하여 무수히 많은 미국인이 피해를 입은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 때, 미국의 무슬림 사회는 이 사건이 우리와 무관하다고 주장했다고 합니다. 물론 이로 인한 사과조차 없었지요. 일반 미국인들의 이슬람에 대한 시선이 냉랭해 진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통해 사회 전반에 걸친 "공식적인" 제재나 차별이 이루어지지는 않았습니다.

 

 

(출처:Google Image)

 

대학에서의 참극이 벌어졌던 2007년, 미국 언론은 한국인 및 한국 정부의 대응에 놀라움을 표시했습니다. 한 사람의 일탈이 한미관계까지 무너뜨릴 수 있을 것이라 걱정하며 요란법석을 떤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면서 "민족과 개인" 을 동일시하는 강한 민족주의 감정에 대한 나름대로 분석도 했지요. 미국은 본질적으로 이 사건을 한 개인이 저지른 끔찍한 참사로 받아들였기 때문입니다. 미국정부, 미국언론, 미국인들은 이 사건을 국적, 인종 보다는 한 개인의 문제로 보았던 것이지요. 물론 저 개인적으로 미국에 인종적 편견이 없다고 말은 못하겠습니다.

 

저는 민족과 개인의 동일시하는 우리의 강한 민족주의적 정서 이외에 또 다른 "사대주의 정체성"을 꼽고 싶습니다. 지난 봄 미국 대사가 피습을 당했을 때, 미 대사관 앞에서 일부 단체의 모습은 우리의 사대주의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짚어주는 사례가 아닌가 싶습니다. 무사 쾌유를 비는 마음까지는 이해할 수 있습니다만, 공개적으로 기도회 열고 부채춤을 추는 모습을 보면서 실소를 금치 못했습니다.

 

미국정부의 대리자인 미국대사에 대한 피습은 분명 정치적으로 큰 사건입니다. 당연히 사건의 수습과 처리는 공정하고 엄격하게 처리해야 합니다. 정부차원에서 신속하고 적절하게 대응해야 하는 것도 맞습니다. 하지만 과연 일반 국민들까지 미국 대사관 앞에서 "석고대죄" 까지 해야 했을까요?

 

"개인과 민족, 그리고 국가"를 동일시 하는 이런 한국인의 감정을 무조건적으로 버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이 역시 시대의 산물이니까요. 또한 비폭력적이고 포용적인, 그리고 열린 민족주의에 대해서는 저도 동의를 합니다. 하지만 사대주의는 반드시 극복되어야 할 우리 속에 있는 찌꺼기 입니다. 우리의 힘이 약하니 동맹국의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닙니다. 다만 우리가 지성을 다해 너희를 섬기겠으니 우리를 보호해 달라는 사대주의는 오히려 도움을 주는 상대에게 어리석게 보일 뿐입니다.


이야기가 길어졌네요. 더욱 성숙한 언론의 모습을 기대한다는 말을 쓰려던 것이 조금 더 나가버린 것 같습니다. 이 여학생의 거짓말을 언론이 처음부터 비판적으로 다루지 못했던 것은 아마 메르스 때문에 어수선한 사회에서 우리 사회 스스로가 그 소식을 사실로 믿고 싶었기 때문은 아닐까 합니다. 하루속히 메르스 문제가 안정되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여러분의 공감 은 큰 힘이 됩니다. ^^

 

 


댓글1

  • kyw0277 2015.06.16 19:24

    저는 조금 다르게 생각을 합니다.
    물론 개인의 일탈이고 이것으로 인해 우리 전체가 사죄하고 할 필요는 없지만 이로 인해 한인들이나 한인 출신들에게 특별한 불이익이 없을 것이라는 것에는 동의를 못하겠습니다. 우선 9/11이후의 무슬림을 예로 들으셨는데 9/11이후 이들에 대한 차별의 정도가 커진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품절남님도 영국에 계셨으니 느끼셨겠지만 저도 영국에 있는 동안 islamophobia가 갈 수록 심해지는 것에 대해 느꼈습니다. ISIS에 가입하고 영국내에서 Freedom go to hell, Sharia rules Britain 이런식으로 선동하는 무슬림들이 소수라 해도 이런 이미지가 영국내 무슬림사회를 기피대상으로 만들었습니다. 이러한 차별은 눈에 보이지 않게 은근하게 이루어지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사건이 아니더라도 Amy Chua 의 Tiger mother 신드롬과 한인, 중국인들의 SAT부정사건 등등 때문에 미국대학에서는 아시아계열을 대놓고 차별한다는 기사가 WP에 까지 올라갔습니다. 물론 하버드등의 대학교는 부정했지만 저나 제 친구들이 미국대학 지원했을 때 느낀 사실이었습니다. 이 학생의 문제만 본다면 큰것은 아니지만 아시아계나 한인들 이미지가 그동안 쌓여온거에 대해 보았을 때는 파급효과가 큰것도 부정할 수 없습니다. 조승희 사건은 본질이 다릅니다. 그동안 아시아인들은 법을 잘 준수하고 model immigrant의 느낌이 강해서 이런 사건은 outlier의 느낌이 강했습니다. 만약에 무슬림 아랍계나 남아시아계였으면 미국에서 거의 폭동이 났을 거라는 것은 현지 사는 분이라면 느꼈을 것 입니다.

    리퍼트대사의 습격 사건도 마찬가지라고 말하고 싶네요. 그동안 미국내에서 한국은 중국하고 북한하고 친해지려하고 미국을 싫어한다는 인식이 2010년까지 강했습니다. 실제로도 그랬고요. 여기서 미국내에서 반한정서가 강해지고 한국을 unfriendly라고 보는 여론이 강해지면 힘들어지는 것은 우리나라 뿐입니다. 개인의 일탈인것은 맞지만 거기에 대한 context를 보아서 해석을 해야 사건의 영향을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일례로 사라예보에서 한 청년이 총을 쏜것은 그 청년의 일탈이었지만 왜 끔찍한 1차세계대전을 일으켰는지를 보면 이해하실것이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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