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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녀의 귀향살이 (2014-2018)

해외 사는 한국인들, 왜 한국인들 욕만 할까?

by 영국품절녀 2011. 11. 1.


제가 전에 "해외에서 만나기 싫은 한국 사람들"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포스팅했던 적이 있었지요. 해외에서 살고 있는 많은 한국인들이 동감해 주셨는데요. 많은 댓글 중에 제 눈에 띄었던 것이 바로 "해외 사는 한국인들이 한국인들 칭찬하는 내용은 본 적이 없다." 입니다. 하긴, 제 블로그 말고도 해외 블로거들의 글들을 보면 적어도 한번은 등장하는 소재가 바로 "해외에서 만난 한국인 흉보기" 인 것 같아요.

전에 미국에 사는 한 블로거가 미국에서 만난 한국인들에 관한 비판의 글을 썼다가 된통 혼쭐난 일도 있었고요. 제가 본 댓글에는 "왜 한국인들 욕만 하냐?", "해외에서 사는 타국인들이 더 심하다" 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았어요.


그렇다면, 해외에 사는 한국인들은 왜 한국인들의 흉만 볼까요?
제가 경험해 보고, 주변에서 들은 바를 토대로 세 가지 이유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1. 한인 사회가 워낙 좁기 때문에 말도 많고 탈도 많다.

한국 사회는 바쁘고, 복잡해서 일 관계 및 친구가 아니고서는 솔직히 만날 시간을 내는 것도 어렵습니다. 이에 반해, 해외 한인 사회는 워낙 좁아 대부분 알고 지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아예 한국 사람들과 아는 척 및 왕래를 안하는 일부도 있긴 하지만요.) 솔직히 친분이 없어도 주변 사람들로부터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듣게 되는 일도 흔합니다. 따라서 워낙 좁은 사회라 대부분 오고 가는 말이 좋은 내용보다는 험담, 뒷담화 등이 되기 십상이지요.

또한 해외 생활은 시간적으로 여유가 좀 많은 편이지만, 만나는 사람들의 범위와 수는 참으로 제한적입니다. 그러다 보니 자주 만나면 만날수록 좋은 면 보다는 안 좋은 면을 더 빨리 보게 되는 것 같아요. 제가 사는 곳은 한인 비율이 낮아서 한인들끼리의 만남 및 모임이 거의 없어 조용한 편이지만요. 한인 비율이 높은 중소 도시의 한인 사회에서는 크고 작은 문제가 종종 일어나곤 합니다. 제가 전에 석사를 했던 브리스톨에도 한인 사회에서도 좋지 않은 일이 많이 있었거든요.
 

                                                                (출처: 구글 이미지)


2. 같은 한국인으로서, 꼴불견인 한국인들의 모습이 싫다.

어떤 댓글을 보니, 다른 나라 사람들도 엄청 피해를 주는데 왜 굳이 한국 사람들만 욕을 하냐고 합니다. 물론 맞습니다. 해외에 살다보면 다른 국적의 사람들로부터 어려움과 피해를 당하기도 합니다. 그런 경우, 주변 의 한국 사람들과 다른 국적의 사람들로 인해 입은 상처나 경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반응이 비슷해요. 

"중국인이라서 그래", "영국인이라서 그래" 이렇게요. (유럽의 중국이 영국이라고 할 정도로 영국인들 더럽기로 악명 높습니다. 중국은 말 안해도 아시겠고요.- 울 신랑이 학교 기숙사 청소를 해 본 결과 가장 더러운 나라를 꼽아보니 중국, 영국, 이탈리아라고 합니다.) (대부분이 학생들이라서 그런지 다른 나라 학생들과의 생활 속에서 받은 상처가 많더라고요.)


하지만, "한국인이라서 그래" 라는 말은 아무도 안합니다. 아마도 우리가 한국인이기 때문이겠지요.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해외에서 한국인으로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합니다. 현재 살고 있는 한국인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줘야 앞으로 영국에 오는 한국인들이 좀 더 나은 대우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또한 우리의 행동으로 인해 한국의 이미지가 형성 되기도 하니까요.


3. 좋은 것보다는 나쁜 것에 대한 기억이 오래도록 남기 때문에

솔직히 해외에는 좋은 한국인 분들도 많습니다. 아무런 댓가없이 신경 써 주시고 도와 주시는 분들도 많아요. 그런데도 좋은 것보다는 나쁜 것이 더 기억에 남기 때문인 것 같아요. 아홉번 잘해 주다가도 한 번 못해 주면 못해 준 것만 생각나는 것 처럼요.

해외에 살다보면, "한국인의 정"이라는 명목으로 상대방에게 부담이 되는 도움을 요구할 때가 있는 것 같아요. 해외 생활은 누구에게나 힘들기 때문에 서로를 위해 적당한 선에서 그치는게 참 좋은데 말이지요. 예를 들면, 처음 영국에 온 사람들 중에는 이미 살고 있는 한인들에게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런 경우 계속 도와 줬는데도 나중에 한 번 거절한 일로 인해 서로 오해가 생기고 멀어지는 경우가 생기더라고요. 그렇게 되면 도움을 주고 받던 한국인들은 서로 실망을 하게 되어, 주변 사람들에게 험담을 하는 경우도 더러 있습니다. 


물론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앞의 세 가지 이유로 인해 해외에서 한국인을 피하고 싶거나, 한국인을 흉보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데, 같은 한국인끼리 서로 욕하는 것은 참 보기에 좋지 않은 것 같아요. 누워서 침뱉기일 수도 있고요. 외국에서 사는 만큼 한국인들끼리는 더욱 더 가깝지만 서로 존중해주는 배려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