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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녀의 영국 귀양살이 seasno 1 (2010-2014)

한국 며느리 예단을 고이 모시는 영국 시댁

by 코니팀장 영국품절녀 2013. 5. 19.


제 글을 자주 읽으시는 분들은 아마도 기억하실지 모르겠어요. 전에 한국어로 "안녕하세요" 라고 인사하시고, 한국인 "사돈"이 있다고 하신 영국인 노부부의 사연을 포스팅 한 적이 있는데요,

사돈 위해 한국어 배우는 영국 시어머니, 감동

 

제가 요즘 일주일에 두번씩 영국 할머니와 1시간 정도 언어 교환을 하고 있습니다. 저희들은 30분간은 영어로 이야기를 나누고요, 나머지 30분은 한국어 학습을 하지요. 처음 방문한 날, 저는 할머니의 집 내부를 자세히 구경할 수 있었어요. 현재 할머니는 할아버지와 함께 신식 아파트에서 살고 계십니다. 저는 처음으로 아파트 주변을 가 보게 되었는데요, 단지 주변에는 강이 흐르고 가벼운 조깅이나 워킹을 할 수 있는 길이 있고요. 그 분들은 높은 층수에서 살고 계시므로, 탁 트인 전망도 끝내주네요.

 

저기 멀리 캔터베리 대성당이 보이지요?

 

깨끗한 집 내부와 인테리어도 마음에 들었지만, 특히 제가 제일 부러웠던 것은 발코니였어요. 할머니는 저에게 날씨 좋은 날에는 발코니에 나가서 이야기를 나누자고 하시네요. "날씨 좋은 날 햇빛을 쬐며, 의자에 앉아 전망을 감상하면서 차를 마시는 모습~~" 상상만 해도 좋더라고요. ㅎㅎ 사실 꽤 높아서 발코니 아래를 보면 다리가 후들거리긴 하네요.  

 

 

오른쪽 편으로 발코니가 보이시나요? 저렇게 집집마다 발코니가 있는데요,

의자에 앉아 차를 마시면서 영국인들은 책을 읽습니다.

 

발코니에 이어 방들을 구경하는데, 제 눈에 딱 들어오는 것이 하나 있었어요.

바로 한국에서 봤던 예단 침구~ 가 아니겠어요?

 

 (출처: Google Image)

 

이는 결혼 예단으로, 신부 측에서 시댁에게 보내는 금색 예단 침구 세트입니다. 영국 할머니 집에서 한국 물건을 발견하니 전혀 느낌이 색다르네요. 제가 그것을 보자마자 안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니까 할머니도 미소를 지으십니다.

저는 침구 세트를 가리키면서~

며느리에게 받은 것이지요?

한국에서 이런 침구 세트는 신부가 시댁으로 보내는 예단이거든요.

 

 

(출처: Google Image)

예단 이불을 침대 위에 보기 좋게 깔아 놓으셨어요.

 

할머니는 "그렇다"고 하시면서 이렇게 덧붙이셨습니다.

난 이것을 아무도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있어.

그저 우리 집에서는 감상용이야.

손님들이 와도 절대 이 침구는 사용 못해.

절대로 안 돼~~ 너무 귀한 것이니까~

 

영국인들은 한땀 한땀 정성 가득 만들어진 한국의 고급 예단 이불 세트를 보고 반할 수 밖에 없을 것 같은데요, 사실 이렇게 화려한 색깔과 장식들이 촘촘하게 박힌 이불을 어디서 볼 수나 있었을까요? 예단 이불을 보시면서 할머니는 말끝마다 "Beautiful" 를 연발하셨답니다.

 

저는 더블 침대 위에 예단 이불 세트가 깔아져 있어서, 그 곳에서 두 분이 주무시는 줄 알았는데요, 알고보니 바로 옆 방 침대를 사용하시더라고요. 제가 2주 동안 방문하면서 지켜보니, 침실 방문은 종종 닫혀져 있었지만, 예단 이불이 넣여진 방문은 언제나 활짝 열어 놓고, 집에 온 손님들에게 원없이 자랑겸 감상할 수 있도록 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다시 말해서 영국인 노부부는 자녀가 결혼한 지 몇 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저렇게 아무도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언제나 깔끔하게 정돈이 된 예단 침구를 방에 고이 모시고 있는 겁니다. 특히 할머니가 무척 아끼시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ㅎㅎ 할아버지는 별 관심이....

 

저는 한국인 며느리에게 받은 예단 침구를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는 영국인 부부를 보니 참 행복했습니다. 선물은 받는 사람의 기분에 따라 주는 사람의 보람도 커지는 법이니까요. 직장으로 인해 현재 아들네 가족이 먼 곳에게 살고 있어, 아직 한번도 이 집에는 방문한 적이 없다고 하는데요, 나중에 며느리가 시댁에 방문했을 때, 소중하게 간직되고 있는 결혼 예단을 본다면, 얼마나 기분이 좋을까요. 그 분들의 며느리가 아닌 제가 봐도 마음이 한없이 따뜻해지는데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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