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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품절녀 & 남 in UK/영국 품절남 글은 여기에

영어 시험장에 진짜 공주님 등장, 난리법석

by 영국품절녀 2013. 6. 12.


안녕하세요? 영국 품절남입니다.

 

블로그를 자주 방문하시는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저와 품절녀님은 한 달에 한 두 번, 캔터베리 영어 시험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합니다. 보통 새 학기가 시작되기 직전인 4월부터 7월 사이에는 영어 점수가 급하게 필요한 외국인 학생들이 집중적으로 시험을 보러 오는 시기이지요특히 6-7월이 되면 거의 매주 오다시피 하는 응시자들까지 있습니다. 얼굴이 서로 익숙해 지다 보니, 헤어질 때 으레 하는 말인 "See you" 혹은 "See you later" 라는 인사말 자체가 가끔은 민망해질 때가 있더군요. 시험장에서 다시 만났다는 것은 결국 원하는 시험 점수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니까요.

 

 

작년 이 맘 때 영국에서 진짜 공주님을 만난 사연입니다.

 

시험장에 있다 보면 별의 별 사람들을 다 만나게 되는데, 그 당시 오전 영어 시험 감독관이 저에게 오늘은 아주 특별한 응시자가 영어 시험을 보러 온다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어떤 사람이냐고 하니까,

 

글쎄공주님이지

 

저는 농담인 줄 알고 그저 웃기만 했습니다. 지금이야 그 감독관이 농담을 잘 안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그 때는 그곳에서 일 한지 얼마 되지 않은 때라 그저 가볍게 넘겼습니다. 만약 제가 그 순간 진지하게 받아들였다면 "어느 나라 공주인가요?", "이름은 뭐죠?" 등등 물어 봤겠죠.

 

 

그런데 시험 응시자들 중 진짜 공주가 있었습니다. 사우디 아라비아 공주였죠. 저와 같이 일하던 영국, 일본인들은 모두 공주 얼굴을 보려고 일부러 오전 시험 감독 보조에 자원해서 들어가기도 하더군요. 저는 그때까진 별로 신경을 안 썼는데, 오후가 되니까 조금씩 신경이 쓰였습니다.

 

 

 

 

로얄 웨딩에 참석한 사우디 아라비아 공주 Ameerah

(본문 내용과 무관)

 

 

3시간에 걸친 오전 시험이 끝나고, 대부분 응시자들이 대기실에서 스피킹 시험을 기다렸습니다. 제가 이들을 스피킹 시험장으로 인솔하게 되었는데요, 보통 응시자 번호를 부르고 다시 확인 차 성() 혹은 이름을 다시 한 번 부릅니다. 그때는 발음하기 편한 쪽으로 막 부르곤 하지요. (물론, 요즘이야 대략 감이 생겨 성을 부를 때는 Mr. 혹은 Ms를 붙입니다.)

 

 

그런데 그 공주님의 순번이 되는 순간, 제 머릿속에서는 갑자기

 

~ 공주님한테, 그냥 성()을 막 불러도 되나?

무례하다고 화내는 거 아냐? ㅎㅎ

 

 

다행히 응시자 번호를 말하자, 그녀는 웃으며 “Yes” 라고 하더군요. 속으로 다행이다 그러면서 같은 시간대의 응시자들을 인솔해서 스피킹 시험장으로 데리고 왔습니다. 막상 그 곳에 도착하자 그녀의 신분을 아는 영국, 일본 학생들의 눈빛이 달라지더군요. 왕실이 있는 나라 출신이어서 그런지 더욱 관심이 있어 보였습니다. 특히 시험장 바로 밖에서 일하는 영국인 친구들은 공주님이 스피킹 시험을 보러 들어가자 문 옆에 찰싹 붙어서 무슨 얘기를 하는지 주의깊게 듣기까지 했습니다. ㅎㅎ

 

 

시험을 마치고 나오는데, 저와 다시 만났습니다. 제가 웃으면서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습니다. 저도 갑자기 호기심이 막 생기다 보니 공주님과 말을 한 번이라도 섞어 보고 싶었습니다. ㅎㅎㅎ

 

아까의 제 무례를 용서 해주세요. 공주마마 (Your Highness).

왕족에 맞는 대우를 해드렸어야 했는데요.

 

 

                                                                    

                                                  

                              여성 인권을 주장하는 사우디 공주 (출처: Google Image)

                                                         (본문 내용과 무관)

 

 

그녀는 “No Problem.” 이라고 하면서 오히려 이런 곳에서 그런 대우를 받는 것이 더 어색하다고 하다고 하더군요.

 

 

저는 개인적으로 보통 사우디 아라비아 여자들이라고 하면 눈만 내보이는 부르카(Burka)를 하고 다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아니면 적어도 히잡 정도는 하고 있어야 되는 것이 아닌가 했지요. 그런데, 그 공주님은 청바지에 캐주얼 남방을 입고, 약간 짙은 화장까지 한 상태여서 여느 유럽 여학생들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가볍게 몇 마디 나눈 후에 그냥 인사하고 헤어졌습니다.

 

 

예전에 일부 한국 여자들이 종종 농담으로 "오일 왕자 (아마도 사우디 아라비아 왕자)의 셋째, 넷째 부인이라도 되면 인생 필 것 같다" 라고 말했던 기억이 나네요. 저도 정작, 사우디 아라비아 공주님을 만나니 보통 남자도 "오일 공주"를 만나면 "평생 돈 걱정 안하고 팔자 늘어지게 살 수 있지 않을까?" 라는 궁금증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 전까지는 상상조차 못했던 것인데, 막상 아라비아 공주님을 보고 나니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하더군요. ㅎㅎ

 

 

그런데 며칠 후, 문득 그 때 그 사우디 공주님이 생각이 나서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니...

이런….

사우디 아라비아에는 등록된 왕족만 무려 3만 명이 넘는다고 하더군요.

 

(것도 여자를 포함한 수치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초대 왕의 자녀가 100명이 넘고, 그 자손들도 일부 다처 등으로 인해 기하 급수적으로 왕족의 수가 급증한 것이라고 합니다.)

 

 

, 같은 왕족이라도 서로 얼굴도 잘 알기도 힘들 것이라 생각하니 왠지 속았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현재 왕족들의 증가 숫자가 어마어마하다고 합니다. 어떤 블로그를 보니 앞으로 20년 내에 왕족들의 수가 최고 지금의 3배까지도 늘어날 수 있다고 하는데요, 즉 거의 10만 명 가까이 된다는 것이겠지요.

 

 

 

사우디 왕족의 수를 보여주는 사진

(출처: AP)

 

 

 

이 기사를 보고 제가 나름대로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오일 왕자 혹은 공주 - 를 만나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유학 중이나 어학 연수 중 생각보다 쉽게 주변에서 만날 수도 있습니다.

 

2. 왕자, 공주와 친구가 되는 것도 생각보다 어렵지 않을 수도 있으며, 장벽이 크게 높지 않습니다.

 

3. 다만 오일 왕족의 배우자가 되고 싶다면, 될 수 있는 한 일찍 결혼하는 편이 좋습니다. 왜냐하면 사우디 아라비아의 석유는 유한하지만, 왕족의 수는 거의 무한하게 늘기 때문이죠. ㅎㅎ

 

 

결국 왕자나 공주와 같은 왕족들이 관심을 받는 이유는 자주 접하기 힘든 사람들, 즉 드물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록 사우디아라비아는 인구가 2000만 명인데 반해, 왕족이 3만 명이나 되므로 일상생활에서 흔히 마주칠 수도 있지만, 이들은 부의 규모에서 일반 국민과 확연히 차이가 나는 사람들이겠지요.

 

 

실제로 한국에서도 이라는 만화와 드라마가 꽤 인기를 끌기도 했었지요? 저도 예전 역사를 전공하던 학부시절 "영국이나 북유럽국가처럼 한국에도 왕정이 존속해 있었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해 본적이 있습니다. 그 당시에 어떤 결론이 내려졌는지는 잘 기억은 나지 않습니다. 글 쓰는 지금도 제 스스로 납득할 만한 결론은 못 내리겠네요. 굳이 그러고 싶지도 않고요. 일어날 수도 없는 일이니까요. 다만 영국, 일본인 학생들이 사우디 공주에 대한 관심이 그토록 많을 줄은 전혀 몰랐네요. ㅎㅎ 물론 저도 관심이 없진 않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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