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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녀의 영국 귀양살이 seasno 1 (2010-2014)

누룽지 맛 본 영국인의 반응, 이건 아니야

by 영국품절녀 2013. 7. 18.

 

몇 주 전에 영국에서 만난 한국인들과 부부 동반으로 식사를 한 적이 있는데요, 그 때 영국인 남편을 둔 한국인 언니도 있었어요, 언니의 남편 분은 한국 음식을 무척 좋아하며, 한국에 출장도 자주 다녀서 그런지 꽤 다양한 한국 음식을 먹어 본 것 같습니다. 게다가 집에서도 부인이 거의 한국 음식으로 식사를 차리는데, 매우 만족해하고 있다고 하네요.

 

그 때 저는 영국인 아저씨에게 이런 질문을 했어요.

혹시 누룽지(burnt rice)를 먹어 본 적 있나요?

 

아저씨는 누룽지가 뭔지 몰라 잠시 고민을 하니까, 옆에서 언니가 설명을 해 주었지요. 아저씨는 그 때서야 기억이 난다고 하면서 별로 좋지 않은 표정과 함께 고개를 살래살래 흔듭니다. 언니의 말로는 한국에서 누룽지탕을 맛 보여 줬는데,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전혀 먹지 않았다고 하네요.

 

(source)

 

제가 이 질문을 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전에 포스팅했던 한국식 바베큐 파티에서 압력 밥솥에 밥을 하고 바닥에 누룽지가 생겨서 누룽지탕을 만들어 먹었는데요. 그 때 함께 파티를 즐겼던 영국 현지인 친구가 누룽지탕을 한 입 먹더니만 더 이상 먹고 싶지 않다고 하는 거에요.

그러면서 그 친구는 이렇게 묻는 거에요.

너희들은 왜 탄 밥을 먹는 거야?

 

영어로 누룽지를 설명한다면, 탄 밥 (burnt rice) 혹은 너무 익은 밥 (overcooked rice)라고 할 수 있을텐데요, 그의 눈에는 탄 밥을 먹는 우리의 모습이 이상하게만 보이나 봅니다. 자신은 한국 음식을 정말 좋아하지만, 이것 만큼은 더 이상 먹고 싶지 않다고 했습니다.

 

한국에서는 누룽지를 손쉽게 구입할 수 있지요.

 

그래서 저는 그 친구에게 이렇게 반문했어요.

너희(영국인)들은 탄 토스트(burnt toast)는 좋아하잖아? 

탄 토스트는 먹으면서,  탄 밥 먹는 것은 이상하니?

 

사실 누룽지는 완전 까맣게 태우는 것이 아닌 살짝 갈색 빛이 나잖아요. 그런데 일부 영국인들이 좋아하는 탄 토스트는 진한 갈색이에요. 게다가 토스트 위에 얼마나 많은 양의 버터를 발라서 먹는지, 그 모습을 보고만 있어도 저는 상대방의 건강이 염려됩니다.

제가 자원 봉사하는 카페에서도 보면 토스트 및 티 케이크 등은 거의 진한 갈색이 될 때까지 굽고요. 가끔 좀 심하게 태울 때에는 그것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일하는 사람들이 나눠 먹는 답니다. 

 

참, 저는 영국인들만 탄 토스트를 좋아하나 싶었는데요, 신랑이 지난 달에 버밍엄으로 콘퍼런스를 하러 갔다가 며칠 호스텔에서 묵었는데요, 거기에서 본 다양한 출신의 유럽인들 대부분이 탄 토스트를 먹더랍니다. 아마도 유럽인들은 바싹하게 탄 토스트를 선호하는 것이 아닌가 싶네요.

 

물론 이 정도는 아니랍니다. ㅎㅎ  

 

아무튼 그들은 제가 탄 토스트에 대한 말을 꺼내니까, 긍정한다는 듯이 그저 배시시 웃기만 하더군요.

저도 영국인들이 탄 토스트를 먹는 모습을 처음 봤을 때에는 상당히 놀라면서 이상하게만 보였어요. 또한 영국 아줌마들이 저에게 권해도 절대 탄 토스트는 먹지도 않았거든요. 아마도 영국인들 역시도 탄 밥(?) 먹는 우리가 이해가 되지 않는 것과 일맥 상통할지도 모르겠어요.

 

그렇다면, 누룽지차에 대한 맛의 평가는 어떤지 아세요?

영국인 차(Tea) 블로그에 한국 누룽지차에 대한 후기들이 올라와 있더군요. 차에 대한 평가는 100점 만점에 약 70점 정도였습니다. 댓글을 보니, 좋다는 사람들도 있는가 하면, 최악의 차라고 평가한 사람도 있었지요.

 

 

흥미로운 것은...

영국 현지인들은 누룽지 차를 "burnt cheese toast tea" 라고 했어요.

 

- 누룽지차는 겐마이차(현미 녹차)와 비슷한 맛이 난다. 나는 겐마이차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그런지 이 차 역시도 내 취향이 아니다. 혹시 현미 녹차의 맛을 좋아하거나 건강을 염려하여 카페인이 없는 차를 마시고 싶은 분들에게는 추천한다. 다만 나는 호기심이 해결되었다는 것에 만족한다.

- 누룽지차의 맛은 너무나 독특하다. 이것은 단지 탄 맛이 아니다. 오랜 시간 숙성된 구운 맛이 난다. 누룽지차에 중독되었다. 매일 마신다. 런던 한인 마트에서 구입해서 마신다. ㅎㅎ

 

차를 좋아하는 영국인들의 누룽지차에 대한 평가는 호불호가 확실하게 갈리고 있는 것처럼, 누룽지탕 역시도 그렇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쉽게도 제 주변의 영국인 남자 두 명은 누룽지탕 맛이 별로라고 했지만요. 분명히 누룽지탕을 좋아하는 영국인들도 있을 것이라고 예상됩니다.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한국 음식을 좋아하는 영국인 친구들에게 누룽지탕을 맛 보여 주고 그 반응을 지켜보고 싶다는 호기심이 발동하네요. 혹시 여러분들 주변에는 누룽지를 좋아하는 영국인들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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