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에서도 외제차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제 주변에도 30대 초중반의 친척 및 친구들은 외제차를 몰고 다니는 경우가 꽤 되더라고요. 기계 공학도인 지인의 말로는 가격 면에서도 큰 차이가 없고 기능도 더 좋아서 국산보다는 외제차를 구입하는 것이 더 낫다고도 하더라고요.
시내에 있는 재규어 매장이에요.
저도 개인적으로 관심이 있는 차종도 외제차인 BMW mini 입니다. 아마도 영국 젊은이들에게도 미니는 인기 차종인 것 같아요. 하루에도 수십개의 미니를 보니까요. 물론 다른 차종들이 미니보다도 훨씬 더 많지만 제가 좋아하는 차종이라서 그런지 자꾸 시선이 가는 것 같습니다. ㅎㅎ
미니는 아니지만 귀여운 딱정벌레 비틀
공주풍의 핑크 미니
이렇게 영국인들은 자신들의 차에 개성을 마음껏 표현합니다.
한국에서는 전혀 보지 못했던
빈티지 스타일의 구종들도 종종 볼 수 있어요.
전에 영국 할머니 댁에 갔다가, 할아버지 차가 BMW Convertible 라는 것을 알았어요.
할머니는 저에게 스포츠 카를 가리키시면서 하시는 말씀이~~
별로 쓸모없는 차인데, 굳이 저것만 사겠다고 해서 구입한거야.
그런데, 루프가 열리면 전혀 다른 스타일의 차가 되긴 해 ㅎㅎ
(출처: wikimedia common)
할아버지 연세가 거의 80이시거든요. 한국에서 스포츠카는 보통 젊은이들의 상징 혹은 로망이라고 알려져 있는데요, 영국에서 스포츠카는 젊은이들 뿐 아니라 할아버지 스타일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제가 처음으로 영국에서는 스포츠카를 할아버지들이 많이 타고 다닌다는 사실을 영국인과 결혼하신 한국 아줌마를 통해 알게 되었는데요, 어느 날 50대 후반인 남편이 스포츠카 한 대를 사겠다고 했답니다. 이에 아줌마는 깜짝 놀라면서~~
아니, 그 나이에 무슨 스포츠카야~
그건 애들이나 타는 거지..
그랬더니 아저씨 말이
아니야...
영국에서는 나이 든 사람들이 스포츠카를 타~
그렇다고 꼭 할아버지만 스포츠카를 타는 것은 절대 아니지요.
요즘 영국 날씨에 스포츠카 타고 달리면 기분 환상일 것 같습니다.
그 사실을 알고 난 후부터, 제 눈에는 할아버지들이 운전하는 스포츠카가 보이기 시작했어요. 실제로 제가 사는 곳에서는 완전 멋지고 폼나는 고가의 스포츠카 운전자를 보면 젊은이들보다는 할아버지들이 더 많아요. 아무래도 지역마다 조금씩 다를 것 같긴 합니다. 제가 사는 곳은 젊은이들은 가난하고, 중노년층은 부자거든요. 물론 런던의 첼시, 윔블던 등의 부유한 지역에는 스포츠카를 모는 젊은이들도 많겠지요.
스포츠카와 관련하여 또 다른 사연이 있습니다.
런던의 가장 가난한 지역의 한 곳으로 뽑히는 한 고등학교 졸업 파티에 슈퍼 스포츠카가 줄지어 들어와서 화제가 되었습니다. 영국은 7월이 졸업 시즌이거든요. 이제 거의 끝났다고 봐야 겠지요.
사연은 이렇습니다.
방글라데시 출신인 영국인 비율이 높은 런던의 한 고등학교 졸업생들이 슈퍼 스포츠카를 빌렸습니다. 그 이유는 졸업식 자축을 위해서랍니다. 하루동안 차를 빌리는데 드는 돈은 약 £500, 한화로 계산하면 90만원이 조금 안 됩니다. 친구들끼리 분담을 해서 지불했다고 합니다. 아무튼 전 세계 젊은이들의 로망인 "람보르기니, 벤틀리, 페라리" 를 몰고 졸업식장에 등장한 거에요. 그 가난한 동네는 때아닌 슈퍼 스포츠카들의 등장으로 지역 주민 및 재학생들의 관심까지 온통 쏠렸다고 합니다.
일부 영국 신문에서는 살짝 비꼬는(?) 기사를 내 보내기도 했어요. 가장 가난한 지역의 출신들, 10명 중 한 명은 실직자인 부모들을 둔 십대들이 비싼 차를 하루 빌리는데 £4~500 (약 90만원)를 소비한 것에 대해 논란이 있었습니다. 어떤 기사에서는 방글라데시와 영국 화폐를 비교까지 했더군요. 일부에서는 "미친 짓이다." 라는 반응인 반면에, 졸업식을 즐기는 하나의 행사로 여길 수 있는 것이라면서, 많은 졸업생들은 친구들이 빌려 온 럭셔리 차 앞에서 사진도 찍는 등 행복한 경험을 했다고 하기도 했습니다.
(source)
원래 영국 십대들은 졸업 파티(Prom)에서 리무진 및 고급차들을 빌려서 졸업을 자축하는데요,
가난한 출신들의 학생들은 절대 해서는 안되는 것인지... 좀 씁쓸했습니다.
이에 반해, 한 영국 사립학교에서는 이런 일도 있었지요.
보통 보딩 스쿨(학교 기숙사에서 생활)을 다니는 학생들은 졸(종)업식이 끝나면, 부모들이 아이들의 짐 등을 챙겨 가기 위해 태우러 옵니다. 그럴 때에는 참 보기 힘든 각 종 비싼 자가용들이 한꺼번에 등장합니다. 한 한국 학생을 통해 들었던 말입니다. 자신의 영국인 친구가 짐 가방을 들고 부모를 기다리고 있었다네요. 빨간 페라리가 그 학생 앞에 섰다고 합니다.
그 친구는 갑자기 얼굴 표정이 일그러지면서~ 차에서 내리는 아빠한테 하는 말~
"아빠, 왜 페라리 몰고 왔어요. 창피하게~~"
영국에서 스포츠카를 모는 영국인들의 다양한 모습들을 보면서, 저는 이런 저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젊은이들의 표상과 로망이라고만 여겼던 스포츠카는 할아버지의 소유물이었다는 것이 상당히 신기했고요. 아무리 가난한 영국 십대들이라도 스포츠카를 몰고 남에게 으시대고 싶다는 생각은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라는 것도요. 반대로 부유한 가정의 자녀들은 이미 어릴 적부터 비싼 고가의 스포츠카들을 타고 다니므로 그것이 얼마나 비싸고 타기 힘든 차인지도 전혀 인지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제가 갖고 싶은 미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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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저는 차를 소유하지 않고 있어서인지, 참 머나먼 남의 일만 같은데요, 한국도 마찬가지겠지만 영국에서는 차 관리 및 유지하는데 너무 많은 돈이 들어서 과연 우리가 차를 살 수 있을지는 의문이 드네요. 그래도 저는 미니가 너무 갖고 싶긴 합니다. 신랑은 나중에 꼭 사주겠다고 했는데요, 말이라도 그저 고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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