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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녀의 영국 귀양살이 seasno 1 (2010-2014)

한국에서 영국인이 불쾌했던 질문, 미국인이냐

by 영국품절녀 2013. 6. 14.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는 영국인들에게 한국의 대한 소감을 말해달라고 물을 때마다 듣는 공통된 말들이 있습니다. 대부분은 이로 인해 표정이 별로 좋지 않는데, 그 이유는 바로 미국과 관련된 것이기 때문이지요.

 

한국을 처음 방문한 영국인들의 소감~~ 

  

한국인들은 미국을 너무 좋아해.

한국인은 미국 영어만 알아.

 

 

(출처: Google Image)

 

 

 

제가 매 주 만나고 있는 영국 노부부와의 대화로 이야기를 시작할게요.

 

이 분들은 이미 한국을 4번 정도 방문한 적이 있으십니다. 종종 저에게 한국 방문 시 느꼈던 소감 및 궁금한 점들에 대해 질문도 하시는데요, 지난 주에는 할아버지가 북한 전쟁 도발과 관련하여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시다가 대뜸 물으시는 것이

 

한국에 사는 주한 미군은 도대체 몇 명이야?

한국에 가보니 완전 미국과 같은 동네가 있더라..

그 곳은 완전 별로였어.. (Terrible, Awful)

 

 

 

영국 할아버지는 정말 미국이 싫으시나 봅니다. 실제로 보통 영국인들이 미국에 대한 감정은 별로 좋지는 않은 것 같아요. 제가 지금까지 만난 대부분의 영국인들의 입에서 "미국"에 대해 긍정적으로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한번도 없거든요. 물론 미국에서 생활하거나 자란 영국인들은 덜 하지만요 . 영국인 뿐 아니라 제가 만난 유럽 젊은이들조차도 "미국 혹은 미국 영어 완전 싫어~~" 이렇게 말하기도 합니다.

 

 

현재 제가 영국에서 만난 영국 젊은이가 한국을 방문 중입니다.  얼마 전 지인을 통해 그의 소식을 들어보니, "한국인들의 미국 사랑" 에 깜짝 놀란 눈치였습니다. 아무래도 국가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영국 젊은이라서 그런지 이에 대해 상당히 불쾌한 기색이 역력하게 느껴졌다고 합니다.

 

 

외국인인 그가 한국을 돌아다니면서 사람들로부터 가장 자주 듣는 질문은 다름 아닌 출신 국가입니다. 어느 곳이나 외국인들은 다들 그럴 거에요. 갑자기 어떤 한국 할아버지가 그의 옆구리를 쿡쿡~ 찌르면서~

 

할아버지: 미국인이야??

 

영국 대학생: 아니요.

 

(다시 할아버지는 또 쿡쿡 찌르면서~)

 

할아버지: 그럼 호주인이야??

 

영국 대학생: 아니요. 영국인이에요.

 

 

이와같은 유사한 일들을 경험하면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한국인들은 미국밖에 모른다.

서양인이면 다들 미국인으로 본다.

 

 

 

(출처: chosun) 

 

 

한국 방문을 앞둔 영국인 친구에게 한국인들이 이런 말을 해 주었어요.

한국가면 "어디서 왔냐?", "이름이 뭐냐?","몇 살이냐?" 등 이런 질문이 많으니까

티셔츠에 이름과 출신 국가, 나이를 새겨서 다니라고 농담을 했었지요. ㅎㅎ

 

 

 

 

저는 나중에 그를 만나면, 이런 말을 해 주고 싶습니다.

 

우리(한국인)들은 영국에 와서 현지인들에게 인사처럼 듣는 말이 바로 그거다.

 

중국인이야?,  일본인이야?

 

나도 처음에는 너처럼 불쾌했지만, 이제는 너무 자주 들으니 익숙하다. 영국인들 역시 동양하면 일본, 중국만 아는 것 같다. 또한 동양인(한,중,일)들의 생김새를 정확히 구별하는 것도 쉽지 않으니까. (그런데 일부 영국인들의 경우 일본인들의 외모와 패션은 여느 동양인들과 좀 다르다고 하긴 하더군요. ㅎㅎ)

 

우리도 마찬가지다. 해외 경험이 별로 없는 한국인들(특히 어르신들)이 보기에는 서양인들의 외모는 다 거기서 거기다. 아무래도 한국인들은 미국 영어를 배우고 있으며, 정치, 경제, 문화 등에 있어 미국 영향을 상대적으로 많이 받다보니, 다른 서양 국가들보다 미국에 대한 친밀도가 강한 편이다.

 

 

 

이와 관련된 에피소드가 하나 더 있는데요,

 

앞에서 언급한 노부부가 한국을 방문했을 때 있었던일입니다. 거리를 걷고 있는데, 유치원생들 정도 되는 아이들이 몰려 있었대요. 그러면서 자신들을 보자마자 인사를 하더랍니다.

 

유치원생들:  Hi, Hello~~ America~~ American~~

 

아이들은 서양인을 보니, 자신들이 그나마 잘 알고 있는(?) 미국, 즉 미국인으로 생각했나 봅니다.

 

그 말에 영국인 노부부는 이렇게 대답하셨답니다.

(할머니가 그 당시 상황에 대해 설명을 하시는데, 이미 얼굴은 정색하셨어요. ㅎㅎ)

 

영국 할머니: No, no~~ I’m English. (나는 영국인이란다.)

 

그런데 할머니 말로는 아이들이 "English"라는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대요. 제가 추측을 해 보건대. 아마도 아이들은 English라는 단어를 영국인이 아닌 영어로 받아들였던 것은 아닐까요?? 주변에서 보면, English가 영국인이라는 뜻이 있는 것을 모르는 학생들도 꽤 있거든요.

 

 

 

 

(출처: Google Image)

 

 

 

다시 할머니는 정확하게 아이들에게 이렇게 천천히 대답을 해 주었답니다.

 

I am from England.

I am from Britain, I am British.

 

이렇게 세 문장으로 자세하게 강세를 넣어 알려 주었다고 하셨다면서, 얼굴이 빨개지셔서 그 당시 상황을 재연하시는데 너무 재미있었어요. 할머니는 아쉽게도 어린 아이들이 끝까지 자신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고 하셨어요. 미국인으로 여겨진 것이 정말 싫으셨나 봅니다.

 

 

작년 갤럽에서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외국" 에 대한 순위를 발표했더니, 부동의 1위는 역시나 미국이였어요. 10년 내내 1위를 고수하고 있다고 합니다. 의외로 2위는 호주로, 최근 몇년 사이에 한국인들에게 호감도가 상당히 높은 나라가 되었다고 합니다. 역시 영국은 순위도 낮네요. 이 결과를 통해서만 봐도 당연히 영국인들이 보기에 한국은 미국밖에 모른다는 말이 나올 것 같기는 합니다. 저 역시도 대학 졸업까지 영국에 대한 지식이 거의 전무 했거든요. 이처럼 확실히 영국 및 유럽에서는 미국 파워에 대한 심기가 불편한가 봅니다. 사실 점점 약해져가는 영국 입장에서는 강력한 힘을 가진 미국이 부러울수 밖에 없겠지요.

 

 

한국을 방문했던 영국인들은 한국인들의 과한(?) 미국 사랑을 목격하면서 기분이 그다지 유쾌하지는 않나 봅니다. 이런 영국인들의 사연들을 들으면서 반대로 저는 살짝 유쾌했다고 해야 할까요? "너희들도 이런 경험 해 보니 기분 별로지?" 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제가 영국 현지인들로부터 대뜸 "중국 혹은 일본인이냐?" 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느낀 그런 기분이 아닐까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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