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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녀의 영국 귀양살이 seasno 1 (2010-2014)/영국 교육

선행 학습을 하는 한국 유학생, 영국 교사 반응?

by 영국품절녀 2014. 1. 5.

현재 국내 학생들은 겨울 방학 중이지요? 영국은 여름방학이 긴 대신에 겨울 방학은 짧은 관계로 다음 주면 개학을 할 예정입니다. 어제 국내 포털 사이트 기사를 둘러 보다가, "도 넘는 초등학생 선행 학습"을 읽었습니다. 사실 이런 내용의 기사는 특별하게 놀랄만한 것도 아니에요. 언제부터인가 우리 교육에 선행학습은 당연시되고 있을 정도로, 이를 부추기는 학원, 강요하는 부모, 싫지만 어쩔 수 없이 하는 자녀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도 넘는 선행 학습에 대해 법적으로 규제까지 하자는 주장이 나올 정도로 심각한 상황인데요, 그러고 보면 우리 아이들에 비해 영국 아이들은 얼마나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지 부러울 정도입니다. 물론 영국에서도 일부 경제력이 든든한 치맛바람이 센 사립학교 부모들은 개인 과외를 시킵니다. 어쩌면 한국 부모보다 더욱 심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다만 그렇지 않은 비율이 훨씬 높습니다.

 

 

 

 

서울시 교육청 선행학습 추방 캠페인

 

 

 

국내 초등학생들은 아침부터 학원가를 빙빙~ 돌면서 다음 학년 급기야는 고등학교 과정까지 선행학습을 한다고 하는데요, 영국 초등학생들은 방학 동안에 가족 여행 및 조부모님 댁에도 방문하고요, 방학에는 학교에서 여름 캠프도 이루어지므로, 다채로운 예술 및 야외 스포츠 활동 등을 하면서 즐겁게 보냅니다. 영국 학교나 부모들은 초등학생들에게는 학업의 부담을 전혀 주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런 환경이니, 부모 학업을 위해 영국에 와서 신나고 행복하게 공부한 초등학생들이 귀국한 후에 국내 교육 분위기에 적응이 쉽지 않지요.

 

 

이런 이유로 아예 일부 국내 초등학교 교사들은 해외로 출국하는 부모들에게 이런 당부를 한답니다.

 

어차피 1~2년 후에 귀국해야 한다면, 아이의 학교 공부 미리 시켜서 오세요.

귀국 후에 학교 수업에 적응을 못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거든요.

 

그래서 영국에 올 때 일부 부모들은 교과서와 문제집들을 잔뜩 가지고 옵니다.

그래야 귀국 후에 자녀가 학교 수업을 정상적으로 따라갈 수 있을테니까요.

 

 

 

 

 

 

 

영국 여름 방학에는 지역마다 다양한 행사들이 열리는데,

어디나 아이들을 위한 공간을 이렇게 잘 만들어 줍니다. 

 

전에 참석했던 사립 초등학교 교장은 종업식에서 아이들에게 이렇게 훈화를 하시더라고요.

 

여름 방학 동안에 딱 두 가지만 하고 돌아와라.

많이 읽고, 여행을 여기저기 다녀와라~

 

 

 

혹시 어린이를 위한 영어 동화책에 관심있는 분들을 위해 준비했어요.

 

 

영국 가디언에 실린 The best children's literature of 2013

 

 

 

 

Z Is for Moose by by Kelly Bingham and Paul O Zelinsky

 

 

더 보시려면 바로가기

 

 

 

 

 

이처럼 영국인들에게 방학이란 "학기 중에 하지 못해던 것들을 하거나, 쉬는 기간"으로 여깁니다. 항상 이들이 하는 말은 "Relax" 입니다. 반면에 우리는 방학이면 선행학습을 위해 더욱 바빠지는 시기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런 습관은 영국 유학생들의 모습에서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일부 한국 유학생들 중에는, 교사에게 여름 방학동안 선행 학습을 하기 위해 공부할 내용들을 묻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합니다. 사실 초등학교에는 한국처럼 교과서가 따로 없거든요. 일부 한국 부모들은 영국으로 유학을 보내긴 해도, 평상시 해왔던 것처럼 선행학습을 시키는 것 같아요. 그렇다보니 한국 유학생들은 이미 어느 정도의 선행학습이 되어 있는 상태며, 방학에 귀국해서 그 다음 선행학습을 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제가 선행 학습을 해 온 한국 학생들을 보면서 깨달은 점이 있는데요, 영국 유학을 온 한국 학생들은 대부분이 쉽게 수학, 과학은 톱을 차지하기 마련입니다. 외국 나와서 수학 못하는 한국 학생들이 없다고들 하잖아요.

 

알고 보니 영국이 한국보다 학년에 비해 수학 진도가 꽤 늦고요, 시험 문제도 한국과 영국은 꽤 차이가 있다고 해요. 한국 문제는 실수 혹은 틀리라고 만든 문제라고 한다면, 영국은 개념을 알고 있는지에 대한 문제들이라고 하네요. 그러니 한국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문제가 크게 어렵지가 않다고 합니다.

 

 

실제로 제가 일하고 있는 학교에서 만난 한국 학생들은 이렇게 말하지요.

 

수학은 한국에서 이미 다 했던 것이라서 쉬워요. 수학은 따로 공부 안 해도 되요.

다만 숫자로만 수학 문제가 나오면 다 맞을 수 있는, 영어로 문제가 나오면 간혹 틀려요.

그래서 수학 문제를 풀기 위해 영어를 공부해야 해요.

 

 

이러니 한국에서 이미 학교에서 다 배운 내용이거나, 선행 학습까지 한 한국 학생들을 영국 학교에서는 수학 천재라고 하니 웃길 노릇입니다. 물론 태생적으로 수학 천재도 있습니다만, 제가 보기에 수학 천재라고 듣는 영국 학교에 재학 중인 대부분의 한국 유학생들은 선행 학습을 통해 만들어진 "수학 천재" 라고 생각되네요.

 

 

제가 아는 한국 유학생도 교사에게 지금보다 더 잘하고 싶은데, 방학 동안 무엇을 공부하고 와야 할지 알려달라고 했더니교사는 전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

 

방학은 쉬라고 있는 거야.

사람은 완벽하지 않아. 계속 공부만 할 수는 없어.

지금 잘 하고 있으니까 걱정마~~

 

 

 

 

 

이에 학생은 우리나라 교사와 영국 교사는 너무 다르다고 했어요.

 

지금까지 선생님들은 "공부"만 외쳐대고, 지금보다 더 잘해야 한다고 야단인데.. 영국 선생님은 그렇지 않다고요. 그래도 그 학생은 초조해하는 모습이 역력합니다. 그렇게 자라고 길들여진 습관이 금방 바뀌지는 않을테니까요. 이처럼 영국 교사들은 선행 학습을 위해 수업 커리큘럼을 미리 알려달라고 하면 아주 불쾌한 반응을 보인다고 해요. 또한 왜 굳이 방학동안 선행학습을 하려는지도 이해하지 못한다고 하네요.

 

 

 

영국 교사의 불쾌한 반응은 당연하다고 생각됩니다. 분명하게도 선행 학습은 수업을 망치는 지름길이고요, 교사의 입장에서 보면 자신의 임무가 도둑 맞은 셈이니까요. 이미 다 알고 온 학생들에게 교사가 무엇을 가르칠 수 있을까요? 또한 학생들은 교사의 강의에 집중이나 할 수 있을까요?

 

 

저는 초등학교 자녀에게 선행 학습을 심하게 시키는 부모들을 이해할 수가 없어요. 왜 이리 어렸을 때부터 그토록 학업에 대한 부담감과 스트레스를 주는지요. 우리 부모들은 너무 독한것 같아요. 한참 뛰어 놀아야 할 어린이들에게 하루 종일 앉아서 자신의 학년도 아닌 어려운 공부를 미리 다 해놓기를 바라며, 그걸 자랑삼아 이야기를 하는데요. 과연 그 어린 자녀들이 앞으로 온전하게 자랄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듭니다.

 

 

제가 밖에서 보는 현재 우리 사회 분위기는 뚜렷한 목적없이 그저 앞다투어 전진만 하고 있습니다. 부모도, 자녀도 무엇을 위해 그렇게 해야하는지도 모르고, 그저 남이 하니까 우루루 따라갑니다. 물론 우리 스스로도 교육이 잘못되어간다는 것은 인식하고 있지만, 공허한 외침만 있을 뿐 오히려 자기 자식들의 사교육에는 열을 올리고 있지요. 전 세계를 통틀어 부모들이 무조건 시키는 대로 선행학습하고, 하루 종일 학원과 집에서 공부만 하는 사람아마도 말 잘 듣는(?) 한국 학생들 밖에 없지 않을까 싶어요. 영국에서는 부모가 막무가내로 공부만 막 시키면 자녀들은 "왜 내가 그렇게 불행하게 살아야 하냐?"면서 거부하고 난리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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