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품절녀의 영국 귀양살이 seasno 1 (2010-2014)/영국 교육

영국 사례로 본 시간제 교사 논란, 허와 실은?

by 영국품절녀 2013. 12. 11.

요즘 한국은 시간제 교사에 대한 비판이 높습니다. 나름대로 반대하는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제가 생각하기에 한국 교육 방식 및 정서와는 크게 맞지 않아서 그런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렇다면 한국과는 전혀 다른 "영국 학교들의 시간제 교사 (시간 선택제 교원)" 에 대해 말씀드려 보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현재 일하는 칼리지(Six form - 고등학교 2년 과정)는 시간제 교사들을 많이 고용하고 있습니다. 즉 이들은 정직원(Full-time)이 아닌 파트 타임으로 자신이 맡은 수업만 합니다. 한국과 다르게 영국 학교는 담임의 역할이 그다지 없습니다. 물론 초등학교에는 담임 교사가 있지만, 중학교 이상이 되면 담임이라기 보다는 학생들마다 개인 튜터(personal tutor)가 있습니다. 한 튜터가 보통 10명 이내의 학생들을 관리하며, 진로, 학업, 생활 지도 등을 담당하고 있지요.

 

제가 본 영국 시간제 교사들의 모습은 이렇습니다.

 

▶ 학교에 메이지 않는 자유로운 스케줄 ◀


 

제가 일하는 곳의 과목 교사들은 자신이 원하는 요일과 시간에 시간표를 짤 수 있습니다. 당연히 학교에 하루 종일 메여 있을 필요도 없습니다. 그래서 결혼한 여자 교사들은 양육과 일을 얼마든지 병행할 수 있지요. 

일단 자신이 맡은 수업만 책임지면 되고요, 그만큼만 수당을 받아 갑니다. 따라서 수업 외 일까지 하게 되면 월급은 올라가겠지요. 즉 기본급은 전혀 없습니다. 학교에서도 교사의 기본급이 없으니 비용 면에서 부담이 적겠지요. 물론 수업 외에 회의, 보충 수업, 교육, 시험 감독 등등으로 일을 하게 되므로 따로 수당이 붙긴 합니다. (사실 수업보다도 이런 수당이 쏠쏠하게 들어오지요.)

 

또한 좋은 점은요??

한 학교에 메여 있지 않아도 된다는 겁니다. 수업이 없는 날에는 다른 학교에서 수업을 해도 상관이 없습니다. 학교 메일을 읽다보면, 다른 주변 학교에서 수업을 더 원하는 교사들을 모집한다는 메일을 받기도 합니다. 자신이 원하면 다른 학교에서도 얼마든지 수업을 더 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 병가, 휴가를 자유롭게 사용 가능 ◀


 

제가 일하는 곳의 한 영국인 영어 교사가 학기 중에 일주일간 학교를 나오지 않았습니다. 저는 무슨 일이 있나 싶었는데,,, 그 교사로부터 배우는 한국 학생에게 그 이유를 듣고 나서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지요.

그 선생님 일주일간 스페인으로 놀러 갔어요.

 

저는 그 말에 "진짜?" 만 몇 번이고 되뇌었답니다. 학기 중에 교사가 여행을 가다니... 수업도 안 하고.. 그게 말이 되나... 정말 그 교사는 일주일 뒤에 저희들에게 스페인에서 사 온 쿠키들을 나눠주더군요. ㅎㅎ

 

이것은 한 예에 불과합니다. 제가 전에 어학연수를 했을 때에도 교사들은 두 달에 약 1~2주 정도는 항상 휴가를 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일하는 곳에서 보면, 하루에도 몇 명의 교사들이 수업에 빠집니다. 다들 정당한 이유가 있어요. 교육 세미나 참여, 학교 행사, 개인적인 일 혹은 병가 등등 입니다.

그러면 그 시간에 수업이 없는 다른 교사들이 대신 들어갑니다. 다만 이들은 수업을 직접 하지는 않지만, 담당 교사가 미리 준비해 놓은 유인물이나 자료들을 학생들에게 전달하고요, 수업 방식을 알려주고 학생이 스스로 할 수 있게끔 합니다. 그리고는 학생들이 작성한 자료등을 걷어서 교사에게 전달하지요. 따라서 자신이 수업에 들어가지 못하게 되면, 그 교사는 그만큼 월급을 덜 받게 되는 것이고요, 그 수업에 대신 들어간 교사는 커버 워크라고 해서 수당을 받게 됩니다.

 

분명히 이런 점을 두고, 한국에서는 이런 비판이 나올 거에요.

"수업의 질이 떨어질 것이다..."

 

한국의 경우라면 그럴지도 모르겠어요. 왜냐하면 일단 교사가 가르쳐야 할 수업 진도 분량이 어마어마하고요, 게다가 거의 주입식으로 교사가 수업 준비를 전적으로 다 준비하는 편이고요, 학생들은 그저 교사의 강의를 받아 적기만 하지요. 물론 일부는 아예 선행 학습으로 그 내용을 다 알고 오기도 하지만요, 대부분은 그저 앉아서 진도 나가기에 바쁜 교사들의 수업을 그저 일방적으로 들을 뿐이지요.

 

하지만 영국 교육을 보면 교사가 혼자 떠드는 것이 아닌, 학생들이 스스로 찾아서 그것들을 발표하고, 토론하는 방식으로 진행 됩니다. 교사는 그저 개념 및 방식만 알려 줄 뿐, 나머지 단계는 스스로 알아서 하는 것입니다. 학기 중에 며칠 빠진다고 해서 수업의 질이 떨어지거나 커리큘럼 진행에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다만 교사가 수업에 빠지는 일이 거의 없는 한국에서 자란 우리들은 이해가 안 되긴 합니다.

저는 교사들이 수업에 빠지는 것이 이해가 안 가요.

한국에서는 상상도 못할 정도잖아요.

아파도 나오시는데.. 여기 선생님들은 학생들에게 미안하지도 않나요?

 

저도 처음에는 영국 교사들은 "책임감이 부족한 것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지요. 물론 그런 교사들도 없진 않아요. 정말 심하게 자주 빠지는 사람들도 있거든요. 하지만 이런 경우는 아주 소수일거에요. 학교에 정확한 사유를 제시해야 하므로, 일부러 막~ 빠지는 교사들은 거의 없을 겁니다. 다만 학기 중에 아프거나 혹은 개인적인 일이 생겼을 때 휴가를 잠시 낼 수 있는 영국 교사들의 근무환경이 참 부럽다는 생각은 들었습니다. 

 

 

▶수업, 학생 학업, 생활 지도까지 맡는 만능 교사는 없다.◀


 

앞에서도 이미 언급했지만, 영국 학교는 한국의 담임이라는 자체도 특별히 없으며 차라리 담임 개념인 튜터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들도 자신이 맡은 학생들의 학업 및 생활지도까지 전적으로 다 맡지는 않습니다. 이 점에 대해 한국에서는 담임 제도가 없으면, 학생들의 생활 지도가 잘 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영국은 한국과 달리 학생 생활 지도 방식이 달라서 가능하지요.

 

제가 일하는 학교를 보면, 학생들의 생활 지도는 단순히 교사만 하는게 아닙니다.

튜터 및 과목 교사들은 개인 상담 시간 및 수업 시간에 학생에게 뭔가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바로 교감 및 학생 복지 및 생활 지도를 담당하는 상급 교사에게 상세하게 보고를 합니다. 나머지는 학교 측에서 알아서 할 일이지요. 그러면 학교에서는 교사로부터 보고 받은 학생을 불러다가 상담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무슨 문제가 있는지 알아내고 바로 조치를 취합니다. 그것은 전문 상담 교사 및 교감이 알아서 처리하게 되지요. 따라서 교사는 그저 자신이 맡은 수업 및 학생들의 행동 및 학업을 관리하고 보고만 하면 됩니다.

 

 

제가 본 영국 시간제 교사는 교사 입장에서 보면 참 "편하고 부담이 적다"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국은 담임 한 명이 전적으로 학생들의 학업, 생활 지도 등을 맡고 있는데 반해, 영국은 전문적으로 교사들의 직무가 분담이 되어 있거든요. (학교마다 다르기는 하겠지만요.) 학교 커리큘럼에 의해 수업과 학생들의 학업에만 신경을 쓰면 되니까요. 물론 한국처럼 영국 서류 작업(paper work)이 많긴 합니다.

 

하지만...

 

영국도 시간제 교사의 문제가 없지는 않습니다.

 

 

몇 년째 영국 대학 및 학교에서는 교수 및 교사들의 대규모의 데모가 있습니다.

아예 수업을 포기하고 말이지요.

가장 큰 문제는 몇 년째 교사 임금이 동결되고 있고요.

정부가 교사 연금 제도에도 큰 수정을 가하고 있나 봅니다.

 

한국과 달리 영국은 교사라는 직업의 인기가 아주 낮다는 것인데요...

 

교사들의 근무 환경이 좋음에도 불구하고, 영국에서 교사가 인기가 없는 이유는 아무래도 업무에 비해 월급이 참 낮다는 것입니다. 특히 시간 선택제 교원들의 경우, 수업 시간이 적다면 경제적으로 어려울 수 밖에 없어요. 수업 외 다른 일들이 있으면 수당을 챙길 수 있지만, 그런 일들을 보장받을 수도 없으니까요. 그래서 직장 이동도 상당히 잦은 편입니다. 

사실 영국에서는 교사가 되기도 크게 어렵지 않고, 교사 트레이닝에 따른 국가 보조금도 많지요. 그래도 교사의 수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특히 수학과 과학 교사는 더욱 더 그렇고요. 반면에 한국은 교사의 인기가 아주 좋습니다. 왜냐하면 기본급에다가 수당까지 그것도 모자라 철밥통에 각 종 혜택(연금 및 출산 휴가 등)까지 영국 교사들에 비해 경제적으로는 크게 앞서지요.

 

다만 일부 사립 학교 교사의 월급은 보통 대학 교수보다도 더 높습니다. 그래서 아예 박사 출신의 교사들도 사립 학교에는 꽤 있을 정도에요. 물론 공립 학교에 비해 학부모들을 상대하는 것이 상당히 까다롭고, 업무량도 훨씬 많다고 합니다.

 

제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영국처럼 한국에서도 시간제 교사를 한다고 해서 수업의 질이 당장 떨어지거나, 학생 지도를 못한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저도 영국에 와서 처음 본 시간제 교사는 그 개념이 참 낯설고 이것이 과연 괜찮은 방식인가 염려되었지만요, 일단 일장이 있는 것 같습니다. 다만 이 제도는 여전히 한국 교육 방식과 정서와는 큰 괴리감이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특히 정 교사들은 절대 반대할 수 밖에 없겠지요. 자신들은 힘들게 임용고시를 통과해서 들어왔는데, 그것도 안 통과한 사람들이 단 몇 시간만 수업을 한다는 것은 용납이 안 될 것만 같습니다.

 

현재 시간제 교사는 당분간 보류하기도 했다고 하는데요, 무엇이 우리나라 교육을 위한 것인지...앞으로 어떻게 나가야 하는 것인지... 장기적인 목표와 그에 따른 구체적인 지침이 설정되어야 합니다. 핀란드는 공교육을 살리기 위해 수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였다고 하는데요, 우리도 핀란드처럼 단순한 이익집단의 이기심이 아닌 우리 공교육 살리기에 많은 공을 들여야 하지 않을까요?

 

                 로그인 필요 없으니, 추천 버튼 꾸욱~ 눌러 주세요. 더 좋은 글로 보답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