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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품절녀 & 남 in UK/유학생 남편 둔 아내의 일기

신랑이 만든 음식 3분만에 먹은 아내, 너무해

by 영국품절녀 2015. 6. 12.

영국에 살 때에는 신랑이 요리를 주로 담당했지만, 귀국한 지금은 일이 너무 바빠 요리에 요자도 꺼낼 수가 없는 실정입니다. 주말에는 '냉장고를 부탁해' 재방송을 보면서 "나도 요리하고 싶다" 라는 말을 수십번 되내이고 있답니다. 그러던 찰나 지난 주말에 신랑이 모처럼 저에게 스파게티를 해 주겠다고 하는 거에요. 아무래도 제일 쉽고 간편하게 할 수 있으니까요.  

모처럼 신랑의 요리(?)가 시작되고 저는 낮잠을 자는 아기의 옆에 누워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었어요.

 

30분 만에 완성된 신랑표 베이컨, 새송이 버섯 크림 스파게티

 

집에서는 편하게 포크보다는 젓가락으로 먹어요. ㅎㅎ

 

신랑은 스파게티와 마늘빵을 차려 놓고, 모유를 끊은 저를 축하해주기나 하듯이 남동생은 시원한 맥주까지 준비해 놓았습니다. 그렇게 저는 두 남자의 환상적인 대접으로 말미암아 잠시 정신줄을 놓고 3분만에 아무런 말없이 맥주와 스파게티를 폭풍흡입 했습니다. 출산 후에는 왜 이리 먹고 나서도 입이 금방 심심해지나요. ㅠㅠ 

 

 

아침 식사를 건너 뛰기도 했고 오랜만에 먹는 신랑표 스파게티라서 그런지 정말 맛있게 먹었습니다.

 

하지만... 30분동안 그것도 거의 1년만에 스파게티를 만든 신랑은 무척 서운하다는 표정이...

제가 한마디 말 없이 너무 후딱~ 먹기만 한 것이지요.

"맛있다", "고맙다" 같은 반응을 무척 원했던 신랑에게 말이에요.

 

예전 같았으면 신랑이 해 준 음식들을 먹으면서 여유롭게 음식평도 하고 감사의 표시도 하는 등 서로의 이야기를 즐겁게 나누었다면, 출산 후에는 저와 신랑이 함께 밥을 먹는 일은 손에 꼽힐 정도로 드물지요. 항상 아기가 잘 때 식사를 하기 때문에 대화는 커녕 시간에 쫓기듯이 먹어 치우고 있습니다. 특히 아기가 울기라도 하면 먹던 것도 체할 것 같고 속이 울렁거려 식사 시간이 즐겁지가 않습니다.

설상가상으로 단숨에 먹어 치운 저는 순간 아기의 울음소리를 듣고 신랑에게 얼른 가서 아기 좀 보라고 했던 것이지요. 다시 말해서 일로 인해 새벽에 들어와 아침에 장보고 요리까지 해 준 신랑은 저의 행동과 말에 상처를 받았나 봅니다. 물론 신랑의 입장에서 보면 당연히 그럴 수 있겠지요...

그렇지만....

 

요즘 바쁜 신랑의 부재로 인해 독박육아를 하고 있는 저로서는 신랑이 집에 있는 주말에는 자꾸 아기를 신랑에게 맡기고만 싶은 것이 제 솔직한 심정이랍니다. 게다가 신랑이 식사까지 차려주면 금상첨화. 아마 저와 같은 상황의 엄마들은 아실거에요... 주중 내내 아기와 함께 지지고 볶다보면 몸도 마음도 에너지 고갈입니다. 신랑에게 아무것도 아닌 일에 자꾸 짜증를 내고 일일히 반응을 하는 것조차도 피곤하기만 합니다.

 

사실 저는 출산 전까지는 자녀보다는 당연히 부부의 삶이 우선이라고 호언장담을 했건만 아직까지는 아기가 많이 어려서인지 신랑의 출근 준비 및 식사는 커녕 아무것도 신경 쓸 수가 없을 정도로 아기에게만 매달리고 있어요. 비록 주중 내내 일로 인해 바쁘고 힘든 신랑일지라도... 신랑이 아기를 좀 더 많이 돌봐주기를 바라지요. 물론 제 신랑은 시간이 날때마다 육아를 적극적으로 도와 주고 있지만요. 역으로 보면, 신랑 역시도 아기가 무척 소중하면서도 아내의 관심에서 멀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오는 서운함도 있을 것 같네요.

 

출처: Google Image

 

이처럼 출산 전후의 부부의 삶은 정말 상상도 못할 정도로 달라지기 마련입니다. 전에 제가 임신을 했다고 하니 영국 목사님께서 출산 후에는 전혀 생각치도 못한 삶을 살게 될 것이라고 했던 말씀이 참 마음에 닿습니다. 서로에게 알콩달콩했던 시절은 사라진 지 오래.. 저희 부부의 시선과 관심은 늘 아기만 향하고 있을 뿐이지요. 이번 계기로 저나 신랑이나 서로에게 신경 좀 써야겠습니다. ㅎㅎ

"신랑! 고마워. 스파게티 너무 맛있었어. 또 해줘~~ 얼른 옆 자리로 갈게!! 기다려줘!!"

 

여러분의 공감 은 큰 힘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