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현재 출산을 앞두고 신랑과 함께 친정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제가 몸이 무거워지면서 부천에 있는 시댁에는 신랑만 자주 왕래하고 있지요. 지난 달에는 몸 상태도 좋고 해서 신랑과 함께 시댁을 방문했어요. 시부모님 댁에 들어가기전에 저희는 잠시 시장에 들러 과일 좀 사갈까 들렀는데요...
제 눈에 들어온 것은.... 바로
"식혜"
제가 영국에서 살면서 참 먹고 싶었던 것이 식혜였는데요, 마트에서 파는 그런 식혜가 아닌 시장에서 직접 만들어서 파는 식혜가 입덧할 때 얼마나 먹고 싶었던지요. 한국만 가면 난 식혜를 질릴 때까지 먹으리라.... 귀국 날짜만 되뇌이며... 견디었지요.
신랑에게 저는 "나 식혜 먹고 싶어..."
아주머니는 시원하게 얼렸다가 녹은 식혜를 컵에 넣어 주셨어요.
식혜를 받고... 마시려고 하는데.... 신랑은 저에게 식혜값을 지불하라는 거에요.
"나 현금 없는데... 돈 없어??"
신랑은 당황하는 표정을 역력히 들어내며...
"너는 돈이 없으면서 나한테 확인도 안해보고 먹으려고 하냐?"
신랑의 말이 맞다고 이해는 되지만... 그 상황은 어찌나 멋쩍은지...
저는 건네 받은 식혜를 다시 반납해야 하는건지..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그 상황을 지켜 보시던 아주머니는 저에게
"그럴수도 있지... (신랑에게) 당연히 그럴수도 있는 거에요."
"괜찮아, 그냥 먹어~~ ~~"
엉겁결에 공짜로 마시게 된 시원한 호박 식혜
아주머니는 제가 임신부라서 얼른 먹으라고 하셨는지도 모르겠어요. 신랑은 아주머니에게 너무 죄송하다고 하면서... 조금 있다가 돈을 꼭 갖다드리겠다고 몇번씩 말을 되풀했지요. 저 역시도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시원하고 맛있는 식혜를 그제서야 맛볼 수 있었답니다. 감동이 가득 담긴 식혜라서 그런지 훨씬 더 맛있게 느껴졌습니다. 단맛이 들어간 식혜 때문인지 뱃속 아이의 태동이 얼마나 우렁찬지요. ㅎㅎ 깔끔한(?) 성격인 신랑은 금방 돈을 드리러 다녀오더군요.
점점 인심이 각박해지는 요즘 저는 시장 아주머니의 너그러운 마음씨 덕분에 식혜 한잔의 감동을 맛보았습니다. 단돈 천원짜리 식혜 한잔에 뭐 그러냐 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저는 타지에서 너무나 그리웠던 식혜라서 그런지 더욱 따뜻함이 느껴졌습니다. 지난 추석에도 저희는 또 이 곳에 들러 맛있고 시원한 식혜를 마셨어요. 아마도 시댁에 갈 때마다 인정이 가득 담긴 이 곳의 식혜를 맛보러 올 것 같습니다. 아주머니, 그 때 너무 감사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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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원도 없이 시장은 왜?간겨?
답글
그러게요. 저는 신랑이, 신랑은 제가 현금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나봐요. ^^
아유 정말 다행입니다☆
살면서 그런 적이있죠..어디엔가 천원짜리 한장은 있을 것인데....없뜸....
이미 손에 물건은 있꼬...까롱이가 복덩어리인가봐요☆
저런 좋은 아주머니도 딱 만나구요☆ 식혜가 참 달달하고 시원하셨겠어요☆
답글
네.. 항상 카드만 쓰다보니 현금이 없다는 걸 깜박했어요. ㅎㅎ 좋은 분을 만나서 참 다행이었어요. ^^
정을 느낍니다. 저도 그런 정을 다른사람에게 주고 싶네요. 시원하게 잘드신 식혜가 제게도 시원하고 맛있게 느껴집니다. 좋은 포스팅 감사요~♥♥
답글
비밀댓글입니다
답글
안녕하세요 잘보고 갑니다^^ 이웃 부탁요 ^^ 저도 좋은 이벤트 좋은 정보로 더 노력할게요^^
답글
요즘은 카드를 많이 쓰니까 현금을 잘 안들고 다니게 되는 것 같아요
시장 아주머니 인심이 정말 좋으시네요! 좋으신분들 잘 만나신듯~
답글
와 아주머니 너무 감사하네요. 꼭 자주 찾아가시길 바랍니다~
답글
어머나~~올만에 왔더니
기쁜소식이 있군요
축하드립니다.
아직 한국 인심 남아 있어요.
ㅎㅎㅎㅎㅎㅎ
답글
여쭤볼것이 있어요 저 시장이 어디 시장인지요 저도 호박식혜가 너무 땡겨서요~
답글
부천 원미시장입니다.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