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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녀의 영국 귀양살이 seasno 1 (2010-2014)/실시간 영국 소식

악명 높은 영국 수도요금 민영화, 직접 경험

by 영국품절녀 2013. 7. 9.

 

안녕하세요? 영국품절남입니다.
한국은 장마와 무더위가 시작되어 무척 힘들다고 들었습니다. 엊그제 한국에 계신 부모님께 전화해 보니, 저번 주부터 집에서 에어컨을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하시더군요. 오랫동안 에어컨 없이 사시던 분들이신데, 작년 여름 더위가 힘드시긴 힘드셨나 봅니다.

 

여름이 되면 전기 소비 못지 않게 수도 소비도 늘어난다고 하네요. 샤워도 자주 해야 하고 빨래거리도 더 많이 생기니까요. 한국에 살 때에는 결혼해서도 부모님께 얹혀 살다 보니 이 부분에 대해서 조금 둔감했었는데요, 영국에서 실질적으로 신혼을 시작하다 보니 가스, 전기 및 수도 요금에 덜덜 떨게 되더군요. 꽤 오래 전, 품절녀님이 영국의 비싼 가스 및 전기 요금에 대해서 글을 쓴 적이 있는데, 정작 수도 요금에 대해서는 포스팅하지 않았더군요.

 

오늘은 지난 3년 동안 직접 경험해 본 "영국의 상수도 요금"에 대해서 글을 써 보려고 합니다.

 

(Photograph: Cate Gillon/Getty)

 

한국의 물값이 싸다는 말을 종종 들었습니다만, 막상 한국과 영국(잉글랜드)의 수도 요금을 비교해 보니, 영국이 한국에 비해 약 3.6배 비싸다고 하더군요. 같은 영국이라도 스코틀랜드 지역은 5~6배가 넘는다고 하니 한국의 물값이 과연 싸기는 싼 것 같습니다. 학교 기숙사에 살 때에는 수도 및 전기 요금 걱정을 하지 않았었는데, 캠퍼스 밖에 나와 살다 보니 확실히 어느 것 하나 만만치 않은 것 같습니다.

 

저와 품절녀님은 이 곳 캔터베리에서 약 3년 조금 넘게 살고 있는데요. 그 동안 이사를 한 번 했습니다. 예전에 살던 집과 현재 공과금을 비교해 봤더니, 수도 요금에서 조금 차이가 나는 것 같습니다. 예전 집은 지은 지가 약 200년이 된 것으로 추정되는 아주 오래된 집이었습니다. 이 집에는 수도 계량기가 설치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제가 집 주인이 아니라 따로 설치할 수도 없었습니다. 수도 회사에 전화해 이사온 날짜를 알려주었는데, 재미있는 점은 "몇 명이 사느냐?" 고 물어 보더군요. 상수도 계량기가 없는 집이었기 때문에 2인 사용량을 기준으로 수도 요금이 고지 되었습니다.

매달 수도요금을 냈던 것은 아니었고, 1년에 - 6개월씩 2회 납부 가능 – 반년에 55파운드씩 - 110파운드 (한화 약 21만원) 정도 나왔던 것 같습니다.

 

이에 비해 작년 이맘때 이사온 현재 집에는 상수도 계량기가 있습니다. 원래 달려 있었던 것은 아닌데, 저희가 이사 오고 난 직후 집 주인이 설치를 하라고 시키더군요. 그런데 상수도 계량기를 달면 수도요금이 훨씬 더 나온다는 말을 주변에서 하도 들었던 터라 탐탁치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영국 사는 한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계량기 설치하지 말라는 말을 해서 내심 걱정도 되었습니다. 더군다나 저희는 지난 집에서도 정량제 수도 요금을 납부했었지만, 물 사용이 일정 수준을 넘게 되면 수도세 폭탄을 맞는다는 말까지 들었던 터라 물을 극도로 아껴서 사용하곤 했었지요. 확실히 물값이 비싼 영국에서 살다보니 한국에서 생활할 때보다는 물을 훨씬 절약해서 쓰는 습관이 생기기는 했네요.

 

영국 수도 미터기 (source)

 

그런데 계량기를 설치한 지 1년이 되었는데도, 상수도 요금 고지서가 날라오지 않는 것입니다. 제가 지난 집에서 반년에 한 번씩 (1 – 6월, 7 – 12월) 수도 요금을 납부했는데, 이사를 작년 7월에 했으므로 분명히 지난 7 - 12월 분의 수도요금 고지서가 왔어야 했습니다. 예전 집에 비해 집값이 꽤 싸진 것도 있고 저희도 이제는 궁상 그만 떨고, 쓰고 싶은 대로 쓰고 살자는 심정으로 물을 예전보다는 다소 팍팍 썼습니다. 반신욕도 해 보고, 세탁기도 더 자주 돌리고 그랬지요.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수도 요금 고지서가 어제 도착했습니다.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심정에, 약간 떨리는 마음으로 뜯어 보니 뭔가 이상합니다. 우선 작년 12월 말부터 금년 6월말까지의 반년 분 요금만 청구된 것입니다. 그것보다 더 신기했던 것은 분명히 저번 집에서 살 때보다 약 2배는 더 쓴 것 같은데, 수도 요금은 덜 - 46.88파운드 (약 9만원) - 나온 것이었습니다. 한 달에 1만 5천원 정도인 셈이 되겠지요.

 

 

 

저희 집 근처에 자녀 2명과 함께 유학 온 선배님네는 수도 요금이 너무 많이 나온다고 불평을 종종 하곤 했는데, 저희는 그 전 집에 비해서 물을 더 많이 썼는데도 불구하고 요금이 적게 나왔으므로 기분은 좋네요. 아마 선배님네는 아이들이 아직 어려서 빨래거리가 저희에 비해 훨씬 더 많아서 그런 것 같기는 합니다. 그 집을 보면서 영국의 물값이 폭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습니다만, 일단 저희 집 상수도세가 그 전보다 적게 나왔으니 참 다행스럽기만 합니다. 저희의 경우에는 수도 미터기를 설치한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고 볼 수 있겠네요.

 

 

한국처럼 지로 용지를 이용해 은행에서 지불하면 됩니다.

 

한편 이 글을 포스팅하기 위해 영국의 수도에 관한 글들을 검색해 보니, 조금 놀라웠던 부분이 많았습니다.

 

영국의 수도는 전기, 가스 및 철도와 마찬가지로 오래 전에 "민영화"가 되었습니다. 가스와 전기는 여러 회사들의 경쟁 체제이지만 – 그래도 비싸기는 합니다 – 수도는 권역 별 각각 수도 회사가 독점하고 있습니다. 전국적으로 7개의 수도 공급회사와 11개의 물 사업자가 각각의 권역을 담당하고 있다고 해요.

그런데 영국은 민영화로 인한 폐해를 줄이기 위해서 소비자 및 정부가 수도 및 수자원 관리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한편, 법령도 정비하여 독점 회사들이 전횡을 일삼지 못하도록 감시 및 감독하고 있다고 합니다. 민영화는 하되, 법령 및 제도를 정비해서 예상되는 문제점 – 이를테면 갑작스러운 요금 인상 – 을 사전에 미리 방지하고자 하는 노력이 인상적이네요.

 

한국의 수도요금에 관련해서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수도요금 인상에 대한 논의 및 이에 대한 시민사회의 반발이 있는 듯 합니다. 수도요금 인상이 지난 정부의 4대강 프로젝트에서 파생된 문제로 인식되는 부분도 있어서 시민들의 반발이 조금 더 거센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저는 이 부분 전문가가 아니라 뭐라 말하기 조심스럽습니다. 다만 수도 민영화에도 불구하고, 법령 및 제도를 정비해서 수자원 자체를 민관이 협력해서 통합적이고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한 영국의 사례는 참고할 만하지 않을까 합니다. 다시 말해서 우리도 수도 요금 인상 문제를 넘어서 어떻게 하면 물부족 국가인 한국의 수자원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시점이 아닌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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