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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녀의 영국 귀양살이 seasno 1 (2010-2014)/영국인과 문화

어색한 영국인의 회식 문화, 한국이 그리워

by 영국품절녀 2013. 12. 19.

요즘 한국이나 영국이나 연말 회식으로 다들 바쁘게 지낼 것입니다. 특히 대부분의 영국 회사들은 이번 주까지만 일을 하고 크리스마스 휴가에 들어갈 거에요. 저는 이미 이번 주부터 크리스마스 휴가지만요. 보통 12월에는 회사마다 연말 회식 겸 크리스마스 파티가 있답니다. 사실 영국 회사는 한국처럼 잦은 회식은 없지만, 친한 동료들끼리 펍에서 맥주를 마시거나 저녁을 먹긴 하지요, 다만 그 횟수는 우리에 비하면 세발의 피입니다.

 

제가 일하고 있는 곳을 예로 들어보자면, 올해에 공식적으로 딱 두번 직원 회식을 했습니다. 제 경험을 바탕으로 "영국인들의 회식 문화와 분위기" 에 대해 느낀 점을 적어 볼게요. (모든 영국 회사에 적용되는 것이 아님을 미리 알려 드립니다.)

 

1. 회식 참여는 선택 사항

제가 일하는 곳에서는 회식 공고를 전체 이메일로 보냅니다. 영국인들의 예약 문화 습관은 여기에서도 잘 나타납니다. 담당 직원은 약 한달 전에 전 직원들에게 회식 공고를 알리면서, 참석 여부를 묻습니다. 회식 참여가 가능한 직원들은 이메일로 참석 여부를 밝히지요. 회식에 참여하지 않아도 상관없습니다. 그저 선택 사항일 뿐이지요. 회식은 종류에 따라서 차이가 있는데요, 파트너 동반의 여부를 공지하기도 합니다. 

 

 

불어로 RSVP (répondez s'il vous plaît : 회신 바람)

 

 

2. 회식 중 귀가도 마음대로

회식이 저녁부터 늦은 밤까지 이어지는 경우에는, 어린 자녀가 있는 직원들이나 연세가 있으신 분들은 식사를 마친 후 일찍 자리를 뜨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아무도 눈치주는 사람도 없을 뿐더러, 자신이 원하는 때에 자유롭게 주변 사람들에게만 살짝 인사를 하고 얼른 자리를 뜨더라고요.

 

첫 번째 직원 회식: 골프 클럽내에 위치한 펍

 

 

 

 

 

 

3. 술은 알아서 마시고, 강요는 절대 없어요.

첫 번째 회식에서 술은 원하는 대로 무한 공짜였습니다. 정말 영국인들은 성별, 연령에 상관없이 쉬지 않고 맥주와 와인 등을 마시더라고요. 회식에 함께 참여했던 신랑은 술이 공짜라는 말에 얼굴에 화색이 돌면서 신나했지만, 맥주 세 잔 정도 먹고 나서는 배가 불러서 더 이상 못 먹겠다고 하더라고요. ㅎㅎ

 

회식마다 다르지만, 이 날은 종류에 상관없이 음료는 무제한 공짜였습니다. ^^

 

 

 

 

술을 전혀 못하는 사람들은 소프트 드링크, 쥬스를 마십니다. 그 누구도 술을 권한다거나 왜 술을 먹지 않느냐는 말을 하지도 않아요. 그저 자신의 주량에 맞게 한 잔씩 주문을 해서 끊임없이 마시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리고 난 후에 한국 노래방과 같은 수준의 가라오케 겸 디스코 파티가 이어졌지요. ㅎㅎ

 

 

 

4. 개인 체질 및 취향까지 배려

영국인들은 회식을 할 때에도 항상 직원들에게 미리 음식 메뉴를 선정하도록 요구합니다. 특히 알레르기 체질 및 채식주의자들은 따로 음식 메뉴를 제공하도록 배려하지요. 보통 회식을 하게 되면 펍 혹은 레스토랑에서 2 또는 3 코스를 먹기 때문에 미리 메뉴 리스트를 정해서 알려주고, 음식을 자유롭게 선택하도록 합니다. 

 

단, 음식 메뉴 선정이 없는 회식의 경우에는, 간단한 다과(refreshment)가 제공되기도 합니다. 그럴 때에는 체질까지 다 배려한 다양한 음식들이 부페식으로 나오므로, 각자 선택해서 먹으면 되지요.

 

 

저는 이 날 첫 회식이라 어떤 음식이 나올까 기대했지만,

역시나 영국인들의 모임, 파티에서 음식을 기대하면 안 된다는 것을 또 망각했네요. ㅎㅎ

 

 

 

 

지난 주에 있었던 두 번째 연말 회식는 크리스마스 파티라 그런지 캔터베리에서 제일 비싼 호텔 펍에서 있었어요. 한달 전에 미리 전 직원에게 이메일을 통해 "음식 메뉴 선정" 을 하도록 했습니다. 이런 특별한 때에는 음식을 기대해도 되겠지요. ㅎㅎ

 

두 번째 직원 회식: 호텔 펍

 

 

이 날에는 호텔 펍을 통째로 빌렸더라고요.

직원 약 130명이 참석했답니다.  

 

 

올해 두 번째로 먹은 크리스마스 만찬

와인과 크리스마스 런치(3 course)가 제공되었어요.

 

스타터: 연어 (Salmon)

 

 

메인: 터키 (Turkey)

 

 

디저트: 크리스마스 푸딩 (Christmas pudding)

 

 

식사를 마친 후에는 커피, 차와 민스 파이도 먹었어요.

 

 

이처럼 영국인의 회식 문화에는 자유와 배려가 넘칩니다. 한국과는 상당히 다른 분위기라 무척 부럽다는 직장인들이 많을 텐데요, 역시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영국인들 답습니다.

 

이처럼 영국 회식 문화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솔직히 저에게는 영국인들과의 회식이 무척 따분하고 피곤합니다. 아무래도 다른 문화와 언어 장벽이 여전히 느껴지기 때문이지요특히 이들은 서서 대화를 나누는 것이 참 편한지 손에 맥주잔을 들고 끊임없이 이야기를 한답니다.

 

저는 현지인들과 장시간 영어로 대화를 나누는 것 자체가 부담으로 작용해요. 사실 할 말도 크게 없고요, 그들의 대화에 끼어 들기도 참여하는 것도 쉽지가 않습니다. 서서 술을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는 분위기도 참 낯설고요. 그렇다 보니 항상 일찍 자리를 뜨기 마련인데요, 주변에서도 보면 처음에는 국적에 상관없이 다같이 이야기를 나누다가도, 시간이 점점 흐를수록 점차 출신들끼리 뭉치기 마련입니다. (영국인 외 동유럽/서유럽/아시아/아프리카) 특히 아시아 출신 직원(한국, 중국, 말레이시아, 태국) 들은 얼마 되지도 않을 뿐더러, 아예 회식 참석을 안 하거나 일부는 저처럼 일찍 자리를 뜨곤 하지요.

 

저는 가끔씩 한국 회식 분위기가 그립습니다. 불판에 고기를 구워 먹으면서 우리 말로 "왁자지껄~ 으싸으싸" 하는 것이 좋거든요. 술도 주거니 받거니 하고요. 물론 술 강요 및 강제적인 회식 분위기는 싫지만요, 영국인들과의 회식은 여전히 어색하기만 하네요. 우리도 상대방을 조금만 배려하고 자유스러운 회식 분위기로 바뀌면 참 좋을텐데 말이에요. 아무쪼록 즐거운 연말 회식이 되시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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