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 제가 영국의 등록금 인상과 관련해 글을 올린 적 있죠? 영국 보수당 정부가 대학 등록금을 2012년부터 대폭 인상하기로 하자 대학생들이 전국적으로 시위에 나섰잖아요? 찰스 왕세자가 탄 차에까지 분노한 대학생들이 공격을 해 차유리에 금이 가기도 했었죠. 영국의 대학생들은 방학을 하자마자 거의 대부분 고향 집으로 돌아가 성탄절 직전이 되면 학교는 텅텅 비곤 한답니다. 그런데 방학을 전후해서 영국에 폭설이 내리는 바람에 유럽학생들은 몇 일 공항에서 묶여 있었대요. 그래도 그 친구들은 공항 운행이 재개되면서 결국 크리스마스를 가족들과 보냈겠죠. 고향 땅이 너무 먼 동 아시아나 아메리카 대륙에서 온 유학생들 정도만이 캔터베리에 남아 있는 것 같아요.
학교가 성탄절 직전인 23일에도 공부한답시고 학교 갔던 울 남편이 집에 오더니, 도서관 앞 Senate House에 학교 Security 직원이 파카잠바를 입고 건물을 지키고 있다고 했어요. 남편이 그 직원에게 가서 도서관 빼곤 모든 건물이 문을 닫았는데 추운데 여기 서서 뭐하냐고 가서 물었더니 그냥 웃더래요. 그냥 별 생각 없이 들었는데, 오늘 그 Security 직원이 뭐 했는지 알 수 있었어요.
Canterbury Times에 실린 농성 중인 학생들과 관련 기사
등록금 인상 반대 관련 문구로 도배된 켄트 대학의 Senate Building 입구와 도서관 앞 전경
점거 중인 학생들은 이 소식을 듣고,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정말 유치하다”고 평했네요. 그래서 학생들은 건물내의 여자 화장실을 이용하며 수돗물을 끓여 음식을 해 먹고 있답니다. 327년 만에 가장 추운 영국의 12월을 이들은 난방과 외부 음식물 공급 없이 버티고 있는 거네요. 이렇게 가혹한 환경 속에서도 Ben Stevenson(철학과)은 “자신은 크리스마스를 가족과 함께 보낼 수도 있었지만, 우리는 이 투쟁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릴 필요가 있다”라며 자신들의 신념이 굳건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어요. 동료인 Alex Stevenson(정치-법학과) 역시 “현재 우리에게는 핸드폰 밖에 없지만, (대의를 위해) 희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이 보다 더 행복할 수는 없다”고 합니다. 울 남편은 이 기사를 보더니, 영국에도 기개 있는 학생들이 아직 있다면서 웃더라고요.
기사대로 이들이 법원에 출두할 지는 잘 모르겠어요. BBC뉴스에 의하면 농성 대학생들은 Canterbury Archbishop에게 중재를 요청했다고 하네요. 한편 캠퍼스 밖에서는 이 학생들을 응원하기 위해 1월 1일 오후 5시에 건물 밖에서 촛불 철야(Candlelit Vigil)를 했어요. 이 학생들의 운명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다음 포스팅을 기대해 주세요. ^^
원래 학생들은 12월 28일까지 Senate Building을 점거하기로 학교측과 얘기가 되어 있었나 봐요. 그런데 이들이 기한을 넘기자 학교측에서는 이 건물에 대한 난방과 인터넷을 끊었고, 건물 밖에 있는 Security들은 점거 중인 대학생들이 주문한 음식물 반입까지 막으면서 건물 출입을 제한한다고 해요.
출처: BBC (2010년 12월 30일), 기사에는 이들이 있는 장소를 “war room”이라고 표현했네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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