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품절녀의 영국 귀양살이 seasno 1 (2010-2014)/실시간 영국 소식

취업 위해 영어 시험 보는 영국 젊은이들, 도대체 왜?

by 영국품절녀 2012. 3. 14.



지난 주 토요일에 공인 영어 시험인 아이엘츠(IELTS) 진행요원이 부족하다고 해서 신랑과 함께 아르바이트를 하러 갔습니다. (아침, 점심 공짜로 주고, 하루 일당이 꽤 괜찮은 편이거든요.)

 

참고로 아이엘츠 (IELTS - International English Language Testing System)?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영국, 미국 등 영어권 국가로의 유학이나 이민, 취업을 희망하는 사람들의 영어 사용 능력을 평가하는 시험. 유학을 목적으로 하는 시험(Academic)과 이민 및 취업을 목적으로 하는 일반 (general)시험으로 나뉩니다.


 

영국 정부는 이민, 결혼, 학위 등으로 비자를 받으려면 무조건 아이엘츠 점수를 필수적으로 요구하고 있습니다. (영국인과 결혼을 하려고 해도 영어 점수가 있어야 한답니다.) 그래서 과거에 비해 아이엘츠 시험 횟수가 영국 내에서도 많이 늘었으며, 시험을 보는 사람들도 점점 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꼭 영국뿐 아니라 영어권 국가인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에서도 이민, 학위를 위해서는 아이엘츠 점수를 요구한다고 해요. 그래서인지 한국에서도 영어권 이민을 하려는 많은 사람들이 아이엘츠 점수를 받기 위해 비싼 비용을 지불해가면서 학원을 다니기도 하지요. 아이엘츠 시험 한 번 보는데 거의 100파운드 (한국에서는 21만원)가 넘으니 자주 보는 것도 부담이긴 합니다.

 

오전에 리스닝, 리딩, 라이팅 시험이 끝나고, 오후에 스피킹 시험이 진행 되었습니다.

스피킹 시험 수험자의 이름을 확인하다 보니
, 헉 이게 웬일인가요?

 
수험자의 이름 중에 "영국인"들이 몇 명 있는 거에요.

무슨 일인가 싶었지요. "왜 네이티브 스피커들이 영어 시험을 볼까?" , ”그냥 심심해서 보는 것은 아닐텐데..”, “아이엘츠 교사가 되려고 한 번 보는 건가?” 등등 호기심이 많은 저는 상상의 나래를 펼쳤지요.

 

수험자 중에 마이클이라는 영국 젊은 남자를 만나게 되었어요. 분명 한 손에는 United Kingdom이라는 글자가 박힌 빨간색 여권을 갖고, 다른 한 손에는 아이엘츠 문제집 몇 권을 들고 있더군요.

저는 너무 궁금해서 그에게 질문을 했어요.

 

영국 사람인데, 왜 아이엘츠 시험을 보나요?”

 

                                                          (출처: 구글 이미지)

                              그의 대답은 취업을 위해 호주로 가려고 한다는 거였어요.

 

호주 비자를 받기 위해서는 아이엘츠 점수가 필요하다고 해요. 그런데, 영국인인데도 아이엘츠 점수가 필요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더라고요. 그의 말은 아이엘츠 점수가 높을수록 비자를 받는 데 보너스 점수(extra point)를 얻을 수 있다고 했어요. 그만큼 비자 받을 시 유리하다는 것이겠지요. 그래서 자신은 아이엘츠 8~9점을 받기 위해 시험을 보러 왔다고 했어요.  

 

요즘 한국도 마찬가지지만, 영국도 계속되는 경제 불황으로 인해 취업이 힘든 상황입니다영국 정부가 실업률을 낮추려고 무척 노력을 하는 데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실업률은 상승하고 있지요. 특히 경제 상황이 엉망인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스 등의 젊은이들이 그나마 낫다고 하는 영국으로 몰려들고 있는 실정이랍니다. 동유럽은 말할 것도 없고요. 대학을 나와도 취업이 어려운 영국 젊은이들은 차라리 불황 덜 타는 호주로 취업을 위해 비자를 받으려고 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요(한국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영국 실업률에 대해 해석이 분분한 그래프지만, 실업률은 상승 중이에요.  (출처: bbc.co.uk)
 

저는 그에게 또 물었지요.


“네이티브 스피커인 너가 보기에
아이엘츠 시험은 쉬운 편이니?”

 

그는 리스닝, 스피킹은 어렵지 않은 것 같다고 했어요. 그런데, 리딩과 라이팅은 생각한 것과 다르게 쉽지만은 않았다고 하네요. 특히 라이팅은 시간 내에 문제에서 원하는 형식으로 깔끔하게 써야 하는 것이 흥미롭기도 하고 좀 어려웠다고도 했어요. 역시 시험은 누구에게나 쉽지는 않나 봅니다.

 

전 아이엘츠를 보는 영국인을 만나기 전까지는, 호주 취업 이민을 위해서 영국인들이 영어 시험을 본다는 사실은 꿈에도 몰랐네요. 당연히 같은 영어권 국가인데,  무슨 영어 점수가 필요할까? 그랬거든요. 하지만, 영국인들도 호주 취업을 위해서는 영어 점수가 필요하군요. 그러고 보니, 경제 불황으로 인해 한국도 영국도 젊은이들이 취업 때문에 힘든 것은 마찬가지인 것 같네요. 또한 높은 영어 점수도 필요하고요.


 

요즘 젊은이들은 취업 준비 때문에 삶이 참 팍팍합니다.
언제쯤 경제 상황은 좋아질지, 과연 그런 날이 오기나 할까 걱정이 앞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나은 미래를 꿈꾸는 젊은이들이여 힘을 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