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살다가 귀국한 지인들과 연락을 하다보면, 공통적으로 듣는 말이 있습니다.
한국에 있는 유명 커피 체인점들의 가격이 너무 비싸다.
커피 맛이 없다. 마치 보리차를 마시는 기분이 든다 (너무 연하다)
영국에 있을 때에는 이 곳에서 마시는 커피가 이렇게 진한지 몰랐다고 합니다. 한국에 가서야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하네요. 사실 영국에서 파는 커피들의 맛은 상당히 진한(쓴) 편입니다. 일부 카페에서는 보통 샷 두개가 들어가니 얼마나 더 진하겠어요. 특히 영국 스타벅스에서는 현지인들의 취향에 맞게 라떼에 샷 두개가 보통이라고 합니다.
영국의 스타벅스 머그컵은 녹색이 들어가 있지 않아요.
한국도 그런가요?
게다가 영국인에게 커피(차)는 하루에 한잔 이상은 꼭 마셔야 하는 필수품이니 가격도 상당히 싼 편입니다. 고작 해봤자 £2.xx 정도이니, 현지인의 체감 가격으로는 약 2~3000원대 라고 보시면 됩니다. 특히 제가 자주 좋아하는 쁘레따 망제는 거주민 카드를 제시하면 맛있는 필터 커피가 단돈 90p 랍니다.
필터 커피는 쁘레따 망제가 제일 싸고 맛있는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영국에서 진하고 싼 커피를 자주 마시다가 같은 체인점 커피인데도 불구하고, 가격과 맛이 워낙 차이가 있다보니 적응이 안 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왜 이리 비싼건지... 비싼데도 맛은 별로..." 물론 연한 커피를 좋아하는 분들은 별 상관없겠지만요.
▶ 한국인들이 좋아하게 되는 카페 네로 커피 ◀
저희 부부도 자주 가는 곳으로, 카페 네로는 아메리카노, 라떼, 카푸치노 다 맛있어요.
특히 카페 네로는 무조건 샷 두개여서 진하답니다. ㅎㅎ
그런데 재미있었던 것은 바로 "영국인 친구"의 반응입니다.
보수적인 입맛을 가진 그는 영국인답게 차, 커피를 매일 마시고 살았습니다. 한국에 가자마자 가장 그리웠던 영국 음식도 바로 "영국 차(혹은 커피)" 라고 말을 할 정도였으니까요. 그러면서 한국은 물이 너무 깨끗(?)해서 그런지 영국에서 마셨던 차 혹은 커피 맛과는 사뭇 다른 것 같다고 하더군요. 그렇게 차와 커피를 좋아하고 자주 마셨던 그가 한국인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처음으로 스타벅스에 갔다고 합니다. 그런데.... 커피 가격을 보더니 경악하더랍니다.
커피 가격이 왜 이렇게 비싸냐?
환율로 따져봐도 영국보다 더 비싸다~~
영국인인 그는 저렴한 외식, 교통비에 비해 커피값이 턱없이 비싸다는 사실이 이해가 안 되었다고 해요. 당연히 그럴 수 밖에요, 우리와 반대로 영국은 외식, 교통비는 무척 비싼데, 차(커피)값은 완전 싸니까요. 우리가 영국에 와서 상상 초월하는 비싼 교통비가 이해 안 되는 것과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ㅎㅎ 저희 집에서 대학교까지 몇 정거장도 안 되는데, 왕복표가 한국 돈으로 5,000원이 넘거든요.
영국인에게 커피(차)는 필수품이지만, 한국인에게는 사치품인가 봅니다.
스타벅스를 선호하는 여자들을 일명 된장녀라고 싸잡아 비판하듯이요.
영국인 친구는 이렇게 비싼 커피는 사 먹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유명 카페에서 친구들을 만나더라도 아예 커피를 마시지 않는다고 하네요. 원래부터 절약 정신이 몸에 밴 친구라서 그런지, 비싼 커피를 굳이 마실 필요는 없는가 봅니다. 참 뚝심(?)있는 친구인 것 같습니다. ㅎㅎ
런던너들이 줄을 서서 마시는 몬머스 커피
한국도 마찬가지겠지만, 영국에서는 차와 커피를 즐겨 마시는 문화와 습관이 있어서 그런지 다양한 프로모션들이 있습니다. 특히 스타벅스가 대표적인데요, 여름 프라푸치노 반값 할인 행사는 항상 진행되고 있고요, 특히 카드 소지자들에 한해서 다양한 할인 행사들을 자주 진행합니다. 요새는 거의 한달에 한번 정도씩 할인 이메일이 날라오는 것 같아요. 어제도 여름 행사 음료인 프라푸치노 1+1 행사가 있어서, 신랑하고 커피 프라푸치노를 하나씩 나눠 마셨지요. (마치 커피 아이스크림 같았어요. ㅎㅎ)
저희 동네에 있는 웨이트로즈에서는 마트 카드를 제시하면,
커피(아메리카노, 라떼, 카푸치노), 차에 상관없이 매일 공짜로 마실 수 있습니다.
동네 지인들끼리는 일부러 이 곳에서 만남을 갖지요.
특히 라떼가 제일 맛있어요.
이렇게 영국에서는 잦은 할인 행사에다가, 가격도 싸고 커피도 맛있으니 당연히 한국의 비싼 커피와 연한 맛이 싫은 사람들은 영국이 그리울 수 밖에요. 일부는 진하고 쓴 커피 맛이 싫어서 일부러 샷 하나만 넣어달라고 부탁하는 사람들도 있긴 합니다. 저는 솔직히 한국에서는 오로지 아메리카노만 마셨고요, 커피 맛도 잘 모르지만, (제 주변 한국 분들의 말을 들어봐도) 확실히 영국에서 마시는 라떼는 한국에서 먹었던 것보다 훨씬 맛있습니다. 아무래도 우유, 물 맛의 차이가 크지 않을까 싶네요. 그래서 저처럼 한국에서는 항상 아메리카노만 마셨던 사람들은 영국에 와서는 라떼 맛에 푹~ 빠지는 것 같습니다.
요즘 한국은 커피 전쟁이라고 할 만큼 대기업부터 개인에 이르기까지 카페들의 경쟁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고 하는데요, 이제 한국도 커피는 단순한 기호 식품에서 필수품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과정이 아닌가 싶습니다. 요즘 빠르면 10대부터 6~70대 어르신들에 이르기까지 식사 후에는 반드시 후식으로 커피를 마시거든요. 영국인도 비싸게 느끼는 한국 커피 가격, 적당히 좀 했으면 좋겠네요.
ps. 댓글을 보니, 오해가 있으신 것 같아서 표현을 살짝 변경했어요. 글을 자세히 읽어보시면 아시겠지만, 영국인이 한국 커피를 안 사먹는 이유는 맛의 문제가 아니라 "가격" 입니다. 커피맛의 평가는 영국 살다가 귀국한 일부 한국인들의 견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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