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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품절녀 & 남 in UK/유학생 남편 둔 아내의 일기

유학생 신랑 운동화 본 아내, 마음이 짠해

by 영국품절녀 2012. 12. 29.



영국은 복싱 데이 이후로 연일 쇼핑 기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아마도 1월 말쯤이나 겨울 세일은 끝이 날 것 같은데요, 저희 부부도 그저 구경이라도 할겸 시내로 나갔습니다. 시내에는 무슨 사람들이 그리 많은지.. 거기다가 그들의 손에는 쇼핑백이 주렁주렁 들려 있는 등..그런 모습을 보니 제 처지가 가엾게 느껴지면서 기분이 팍~ 상하더라고요. 그런 기운이 신랑에게도 전해졌는지, 눈치만 보는 신랑과 저는 아무말 없이 시내 한복판을 걸었습니다.  

 

갑자기 저는 이번 세일 기간에 꼭 사야 할 부엌 용품이 생각났어요. 그리고는 신랑에게 돈이 없어도 그것만은 꼭 사야한다고 강하게 말을 하고 백화점으로 향했지요. 그런데 사고 싶은 브랜드가 꽤 비싸더라고요. 신랑은 싼 것을 찾아 보자고 다른 곳으로 가보자고 했습니다. 그리고는 다른 상점으로 갔지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는데... 아뿔싸... 저는 못 볼 것을 봤습니다.

 

우연히 울 신랑의 운동화를 봤는데요...

운동화 밑창이 다 찢어져서 걸레처럼 너덜너덜~~

 

 

 

그것을 보니, 마음이 짠해지면서..부엌 용품이고 뭐고.. 다 필요없다는 생각이 드는 거에요.

저는 속상한 나머지 신랑에게 괜히 화를 냈습니다.

아니, 신발이 이게 뭐야... 도대체 이것 언제 산거야??

밑창이 이렇게 너덜거리면 사달라고 했어야지...

 

 

그랬더니 신랑이 하는 말이...

작년에 산 거야... 올해 밑창이 떨어져서 본드로 붙였는데..

이제는 본드로도 안 되네..

 

저는 바로 신랑을 데리고 신발 가게로 갔습니다. 제가 평소에 사주고 싶었던 브랜드 팀버랜드와 닥터 마틴을 보여주는데, 신랑은 한사코 이렇게 비싼 신발을 신을 수 없다고 그러는 거에요. 세일을 해도 가죽 워커는 약 20 ~ 25만원 정도 했거든요. 저는 비싼 것 사서 오래 신으면 된다고 했지만, 신랑은 절대 싫다고 하더군요. 하는 수 없이 클락을 갔는데, 가격대비 괜찮은 워커가 있더라고요. 원래 15만원인데 세일가로 8만원에 샀습니다. 맘에 드는 신발을 신고 아이처럼 좋아하는 신랑의 모습을 저는 엄마의 미소로 바라보았습니다. ㅎㅎ

 

 

지금까지 3년 동안 저희 부부는 거창하게 쇼핑을 할 경제적 여유가 전혀 없었습니다. 이런 상황이니 여유가 조금이라도 생기면 저는 제 것부터 챙기기에 바빴습니다. 너무 미안하게도 신랑까지 생각할 처지가 아니었던 거에요. 또한 울 신랑은 항상 "네 것은 사도 되는데, 내 것은 절대 사지마~~" 라는 말을 하니 저도 신랑 것은 안 사게 되었고요.

 

그러다가 올해 저는 울 신랑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두 개나 크게 해줬습니다. 둘 다 본의 아니게 해 줬지만요. 좀 전에 말했던 운동화 밑창이 찢어진 것을 보고 사 준 워커랑요, 벨기에 갔다가 저를 위한 선물로 사 온 것인데 알고보니 남자 것과 바뀐 온 록시탕 남자 세안 및 목욕 제품입니다.

 

 

어쨌거나 울 신랑은 올 겨울에 봉 잡은 거에요. 저는 울 신랑 선물로 인한 지출로 인해 저를 위한 쇼핑은 전혀 하지도 못했습니다. 물론 꼭 필요한 부엌 용품도 못 사게 되었고요. 그래도 울 신랑이 밑창이 없는 신발을 신고 다니지 않는 것과 비교하면 크게 중요하지는 않아 보입니다. 울 신랑 왈~ "돈 벌면 너 갖고 싶은 것 다 사 줄게" 라는 말에 좀 전에 기분 상했던 것들이 한순간에 다 사라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울 신랑이 새 신발 신고 좋아하는 모습과 세안 제품으로 울 신랑에게서 좋은 향이 나니 참 좋네요. 이번 저의 크리스마스 선물로 인해 신랑에게 갖고 있던 짠한 감정이 해소된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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