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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영국 품절남입니다. 오랜만에 글을 포스팅하게 되었습니다. 세월호 사건 이후로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지기도 했고, 개인적으로 무척 바빴답니다. 사실 이번 주 금요일까진 정신이 없을 것 같기는 합니다만, 예전의 품절녀님처럼 1일 1포스팅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할 것 같습니다.

 

집사람이 임신을 하다 보니 저의 일상생활에도 많은 부분이 변했네요. 우선 임신 후 밥 짓는 냄새에 민감해지다 보니 저녁 식사도 온전히 제 차지가 되어버렸고요. 집에만 있으면 힘들어서 누워있는 와이프를 보니 안쓰럽기도 하지만 청소까지 온전히 제가 맡게 되서 이래저래 힘이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아빠가 된다는 것 역시 즐거운 일이라 믿고(?) 어설프긴 해도 그럭저럭 집안 일을 해 나가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예비 아빠다 보니 예전에는 못 보던 일이나 뉴스에 신경이 쓰이는데요, 어제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재미있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테니스의 황제라 불리는 로저 페더러 선수가 아내의 출산 때문에 마드리드 오픈을 기권하기로 했다는 뉴스였습니다. 테니스계에서 최고 기량을 뽐내고 있는 선수의 기권은 충분히 뉴스 거리가 될 것이라고는 생각합니다. 그런데 예전이었으면 무심히 지나칠 한 대목이 눈에 약간(?) 거슬리더군요.


이 소식을 전한 한국의 모 뉴스에 나오는 한 구절입니다.

 


"페더러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셋째의 출산일이 프랑스 오픈과 겹치면 대회에 기권하겠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할 정도로 가족에 대한 사랑을 과시한 바 있다."

 

제 눈에 약간 거슬렸던 부분은 바로 "가족에 대한 사랑을 과시한 바 있다" 입니다. 이 기사에서 팩트는 첫 단어인 "페더러는" 부터 "뜻을 내비치다"까지 입니다. "가족에 대한 사랑을 과시한 바 있다"는 이 문구는 작성한 기자의 추측이겠지요. 하지만 제가 오늘 다루고 싶은 내용은 추측에 의한 기사 자체가 문제로 보였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아내의 출산을 함께 하기 위해 자신의 경기 기권을 "가족에 대한 사랑의 과시"로서 이해해야 하느냐에 대한 의문입니다.


 

영국에서 좀 오래 있다 보니 그 동안 제가 가져왔던 가치관과는 조금 다른 부분이 많았습니다.

아이의 출산 문제도 그렇습니다. 와이프 임신 문제로 병원을 다녀보니 영국인들은 대부분 임신과 출산 과정에 부부가 항상 함께 하는 것이 참 인상적이더군요. 물론 모든 영국의 부부들이 그렇지는 않을 것 입니다. 그런데 출산에 있어서는 거의 모든 남자가 만사를 제쳐두고 아내와 함께하는 것은 물론이고, 육아휴가까지 신청하는 경우도 꽤 많았습니다. 같은 유럽이라도 나라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을 것 같지만, 적어도 서유럽 문화권에서는 남편이 부인의 출산을 함께하고 같이 어느 정도 지내는 것이 꽤 보편적으로 보였습니다.

 

저도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 박사 과정 후 약 1년 동안 저는 제2 지도교수(Second Supervisor)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학교 규정 상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해서 학과의 영국인 교수에게 부탁하러 갔었지요. 그런데 제 말을 들은 그 교수는 난처해 하며 "나 곧 집사람 출산으로 반 년간 휴가를 내기로 되어 있어서 누구를 지도해 주는 것이 힘들 것 같다"라면서 완곡히 거절했습니다. 모든 남자 교수가 부인 출산으로 인한 휴가를 받는 것은 아닌 듯 했습니다만, 저에게는 조금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즉, 페더러 선수의 대회 기권은 "가족에 대한 사랑을 과시했다"라기 보다는 "개인 업무보다 출산한 부인과 함께하는 것이 이들 문화 속에서는 더욱 소중한 가치" 라고 이해하는 편이 더 타당하다고 여겨집니다. 한국 프로야구 무대에서 뛰는 외국인 선수들도 아내의 출산을 함께하러 잠시 선수단을 떠나 고국에 돌아가기도 하니까요. 가족에 대한 사랑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지만 "사랑"을 그토록 과시할 정도의 일로 받아들여야 할 지는 여전히 의문입니다.

 

일과 가족 중 어느 것에 더 우선 순위를 두느냐는 개인의 가치 판단문제이기 때문에 쉽사리 평가할 수는 없습니다. 동서양 문화권의 차이도 고려해야 할 부분이지요. 다만 서양인들의 가족 중심적인 사고와 문화 형태를 굳이 오버해서 받아들일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그래서 위와 같은 한국 뉴스가 조금 아쉽게 느껴집니다. 요즘 한국 언론을 보면 여느 매체나 할 것 없이 검증된 팩트의 전달 보다는 사실과 기자의 느낌과 추측이 혼재된 기사들이 많다는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언론의 가장 기본적인 역할 - 정확한 정보와 소식의 전달 - 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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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국품절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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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보헤미안 2014.05.07 09:34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맞아요☆ 제목이 그렇다보니
    우리나라에서도 뭘 그렇게 까지?
    완전 멋지다!! 이런 극과 극의 반응이 좀 있었죠☆
    가족주위도 가족주위지만
    자기 일에 대한자신감과 애정도 상당한것 같고 ' 이 대회의 불참은 내 경력에 전혀 타격을 주지 않는다' 같은
    그런 자신감이 전 느껴지더라구요☆

  2. 자칼타 2014.05.07 09:47 신고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어쩌면...이런 사회가 부러워서 과시한다는 말을 썼을지도 몰라요...
    한국사회에서는 아내의 임신으로 일을 뒷전에 뒀다가는 앞으로 굶어 죽을지도 모르잖아요 ㅜㅜ

  3. 지나가다 2014.05.07 10:36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인용에 정확한 서양 언론에서는 He says (or said) ,"bla bla". 아니면 "bla bla" is said to Mr.bla 정도인데..

    그걸 한국 미디어에서는 아무개씨는 "bla bla" 라며 울분을 터뜨렸다. 뭐 등등 있죠.

    무슨 옛날 전래동화 이야기하는 것도 아니고...참..

  4. widow7 2014.05.07 15:40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조선시대도 아내가 출산할 거 같으면 남편도 휴가를 얻었습니다. 심지어 노비조차도요! 아내가 출산 예정인데도 같이 옆에 있을 수 없는 한국이 인간성이 매몰된 인조인간 같은 국가입니다. 그러니 사람이 물에 빠져 죽어가도 쌩 까지........

  5. 짐 레이너 2014.05.07 22:47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원시공동체 사회라면, 자신의 짝이 임신하면, 사냥 열외였을거란 생각이 드는군요. 한마디로 원시시대의 '보험'이죠. 공동체의 규모가 아주 작지 않타면, 집단사냥시의 공백의 크기는 크지 않을테니까 말이죠. 그런 공동체 시스템을 유지한 수백년전 북미인디언이나 지금도 유지하는 아프리카 몇몇부족의 생활을 보면 그렇습니다. 지금 한국사회보다 그런 원시시대 사회가 훨씬 부럽게 느껴지는 이유는 뭘까요.. 한국사회는 한마디로 잘못된 문명화의 표본중 탑클래스입니다. 당장 현대시대의 다른 문명화의 표본들만 봐도.. 북유럽과 너무도 비교되지 않겠습니까.
    아직도 사민주의같은 것 마져 좌빨이라며 마치 국가반역이라도 된듯이 취급하는 정신나간 집단들이 국가주류로 설치고 있는 한,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비참한 나라들 중 하나일겁니다. 북한 남한 일본... 우리보다 못산다고 경시하는 동남아 국가들보다 행복지수 훨씬 낮습니다.

  6. Florence 2014.05.08 08:02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Madrid Open 은 Master Series.

    Grand Slam 이 아닙니다. 그랜드 슬램 만큼 영향을 미치지 않아요.

    그렇기에 기권을 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니었는지.. 그리고 가지고 있는 돈....
    그리고 일년에 벌어들이는 수입 작년에만 $48 Million 이고, private jet 로 항상 가족을 대행하고, 다른 선수는 코치 하나 부담하기 힘든데 이선수는 다수의 코치에,히팅파트너에, 마사지 하는 사람(Physio)에 테니스 라켓에 줄가는 사람까지 대동합니다. 지금은 쌍둥이 때문에 보모 2명 까지 같이 다닌다고 하더군요. 대부분 대회측에서 줄가는 서비스는 무료로 해주는데도 말이죠. Entourage 가 가장 큰 선수중에 하나지요. Boris Becker가 큰 entourage로 유명했는데 지금은 Federer 하고 Nadal 이 유명하죠.

    그리고 또 하나는 독일에 살고 있는 루마니아 Andrei Pavel 선수가 있었는데 100위권 안이 었는데 부인이 출산하는데도 경기 끝나고 14시간을 운전해서 독일로 돌아가고 했답니다. 아이 3명. 대회 참가 때마다 돈(대회 규모에 따라 다르겠지만 한경기 승패 상관없이 $5000 이상 버는 레벨 대회 승리하면 $20-50K정도 버는 레벨)이 문제니까 그랬겠죠. 일반적으로 100위권 테니스 선수는 먹고 사는 것 비포함 최소 선수 생활 하려면: 파트타임 코치,비행기, 숙박, 훈련장, hitting partner 확보 하려면 년에 $100K-150K 필요합니다. 그리고 100위권 정도 되야지 다른 일 안하고 테니스만 해도 먹고 살 수 있어요.

    돈이 많은 페더라 하고 유급 육하휴직이 가능한 영국의 교수님도 비교를 해서는 안될 것 같아요. 영국에도 아마 sabbatical 이나 long service leave 등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대체적으로 사람들을 보면 자신의 어머니나 시어머니가 long service leave 가능할 때 나 남편이 가능 할 때 맞추어서 출산을 계획합니다. 제도가 구비된 나라에서는 mortgage 도 있고 빚이 많은 나라에서는 왠만하면 무수입일 때 애를 잘 안 낳습니다.

    제 친구 남편 큰 회사에 다니는데 출산시 3일은 누구에게나 주지만 13주 유급출산휴가 받았습니다. 친구는 유급출산휴가 13주 + long service leave 까지 연달아 써서 6개월 정도 유급으로 쉬었고요. 나머니 6개월 무급으로 추가로 쉬었고요.

    그렇기에 님이 예를 드신 상황만 보고서는 저는 그 개인이 가족 위주라고 볼 수 없네요. 영국제도가 가족적이지요. 유급 휴가 주는데 안쉬는 사람이 바보가 아닐까요? 그리고 무급으로 최소한 쉴려고 하는 것이 인간이 아닐까요?

  7. 햐기 2014.05.08 10:19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항상 가족이 먼저여야한다고 믿습니다.
    일도 때가 있다며 일을 최 우선시에 두고, 마치 가족은 평생 기다려줄 것처럼 대하는 사람들을 보면 안타까워요.
    가족도 변하고 또 떠나는데...

  8. arepos 2014.05.24 09:33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글쓴님의 글에 공감하기 어렵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