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우리나라에서도 자신이 필요없는 물건들을 사고 파는 문화가 널리 퍼지고 있는데요, 제가 살 때에만 해도 그다지 중고 매매가 흔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물론 제가 어렸을 적에 이웃 사는 언니들이 입던 옷들을 물려 받아 입기도 했었지만요, 나이가 들면서는 무조건 새 것만을 선호했었어요.
그런데 영국에 왔더니 무슨 중고샵들이 이리도 많은지요, 어느 지역을 가 봐도 지역 주민들의 기부로 운영되는 "charity shop" 이라고 불리는 중고품 파는 상점들이 상당히 많이 있더라고요. 게다가 영국인들의 패션은 빈티지를 빼 놓고는 이야기를 할 수가 없어요. 잡지에 나오는 스트릿 패션 모델들도 착용하고 있는 아이템 중에 채리티샵(중고샵)에서 구입한 것들이 제법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지요.
그런데, 정말 깜짝 놀랐던 것은...
영국인들은 입던 "속옷" 까지도 팔고 산다는 것입니다.
혹시 우리나라도 그런가요?
처음에는 몰랐는데요,
창문에 하늘색 레이스 브라가 걸려 있네요. ㅎㅎ
중고샵 안을 구경해 봤는데요,
부엌, 거실, 방에서 쓰는 물건 등 일상 생활에 필요한 물건들이 총망라하게 진열되어 있었습니다.
도자기 및 장식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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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 용품
책, 장난감
위층에는 방을 꾸며 놓았어요.
한참 구경을 하는데, 이게 뭔가요??
바구니 안에는 여성 속옷이 있었어요.
사용한 흔적이 역력히 보이는 중고 브라들입니다. (£1)
한국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컵 사이즈들이 ㅎㅎ
(영국 여자들의 평균 가슴 사이즈가 D컵이래요.~~)
어떤 채리티숍에서는 중고가 아닌 새 브라를 팔기도 해요.
하나에 £10 (약 만팔천원) 라고 하니 중고는 아니겠지요?
이처럼 영국 채리티숍에서는 입던 속옷까지도 팔고 있습니다. 이러니 무엇을 팔지 못하겠어요? 전에 지나가다가 한 채리티숍에서는 웨딩 드레스까지 팔고 있는 것을 봤으니까요. ㅎㅎ
또한 어떤 가족은 런던으로 이사를 가면서, 필요없는 물건들을 급 처분한다면서 집 앞에다가 물건들을 펼쳐 놓고는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물건을 헐값에 팔기도 했어요. 이 날 저도 신발 하나를 1파운드에 샀답니다.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영국인들은 물건들을 참 오래 쓰는가 하면, 필요하지 않은 물건들은 채리티샵에 갔다 주거나, 아니면 이처럼 자신이 직접 다양한 경로와 방식으로 팔기도 합니다. 작년에 제가 즐겨 봤던 이효리의 소셜 클럽 자선 바자회 편에서 들었던 말이 생각나네요.
"나한테 필요없는 물건을 갖고 있는 것도 도둑질이다."
이 말을 듣고 저는 깨달음이 있었습니다. 나에게는 필요없지만, 남에게는 꼭 필요한 물건일 수도 있겠다는 것을요. 그래서 저는 옷장에서 필요 없는 옷들을 꺼내어 깨끗하게 빨아 채리티샵에 기부했답니다.
채리티샵에 가면, 물품을 넣을 수 있는 봉지가 준비되어 있어요.
종종 어떤 아이템이 급하게 필요한지 써 있기도 해요.
플라스틱 봉투에 옷들을 담아 기부했어요.
한국 학생들이 귀국하기 전에 입던 옷들을 채리티샵에 기부해서 그런지
종종 옷 구경을 하다보면, 한국 브랜드를 발견하기도 한답니다. ㅎㅎ
작년에 이사할 때에 주변 영국 분들이 저에게 필요한 물품들을 공짜로 배달까지 해 주셨는데요, 저는 개인적으로 흔쾌히 나눠 주고 받는 영국 문화가 참 감동인 것 같습니다. 우리는 남에게 공짜로 무언가를 줄 때 조차도 '괜히 줬다가 욕 먹는 것 아니야' 라는 사소한 걱정까지 할 때가 있거든요. 영국은 동네마다 채리티(중고)샵이 있다는 것은 중고품들을 기부하는 습관이 몸에 베어 있다는 증거겠지요. 다만 중고샵에서 입던 속옷까지 기부하는 영국인들의 사고 방식은 참 놀라울 뿐이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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