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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is 영국 품절녀??

처가댁 김장하는 신랑, 백년 손님 찍었어

by 영국품절녀 2014. 12. 10.

올해도 김장철이 어김없이 찾아왔습니다. 저희는 몇 주 전에 김장을 했는데요, 제 블로그를 자주 오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영국에서 사는 동안 저희 집 김장은 언제나 신랑이 도맡아했답니다. 저는 옆에서 거들거나 설거지를 주로 담당했지요. 올해는 신랑이 김장을 안해도 되겠다며 무척 기분 좋아했는데.. 안타깝게도(?) 일복이 많은 제 신랑은 올해도 김장을 하게 되었어요.

 

저희는 현재 친정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는데요, 엄마는 제가 산후 조리원에 있는 동안에 김장을 하는 것이 산모와 아기에게 낫겠다 싶으셨나 봅니다. 게다가 요즘 들어 팔이 많이 아프셔서 이번 김장은 큰 사위와 하면 되겠다 하시면서 무척 기뻐하셨지요. 작년에는 둘째 사위와 함께 했다고 하더라고요.

 

남들은 시댁에서 김장하러 오라고 성화 및 고부 갈등까지 생긴다던데... 저희 집은 반대로 장모가 사위를 데리고 김장을 하네요. ㅎㅎ 아무튼 신랑은 저에게 김장이 끝나면 굴, 수육과 함께 소금에 배추를 절여서 가져 온다고 기다리라고 했습니다. 아직 산후 조리 중이라서 매운 빨간 김치는 먹을 수가 없으니까요.

 

친정 엄마, 신랑, 남동생이 함께 한 올해 친정 김장 풍경

저를 포함한 두 딸들은 육아 및 출산으로 인해 제외.

 

그 날이 토요일이라 산후 조리원에는 다들 가족 및 신랑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반해, 저는 김장하러 간 신랑을 홀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신랑은 김장을 끝낸 후 피곤했는지 낮잠을 자고 저녁에 조리원에 왔지요. 신랑 손에는 수육, 굴과 소금에 절인 배추가 들려 있었고, 저는 저녁 식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혼자 폭풍흡입을 하면서 호강을 했습니다. 사진 찍는 것도 패스~

 

저는 김장을 하는 자리에 없었지만, 장모, 사위가 함께 김장을 맛있게 담근다는 모습이 참 정겹고 흐뭇하게 느껴졌어요. 제 남동생도 생전 처음으로 거들었다고 하더라고요. 특히 신랑에게 참 고마워요. 주변에서 보면 일반적으로 며느리가 시댁가서 김장을 돕지 사위가 처가 김장을 돕는 일은 흔치 않으니까요. 물론 저희가 친정에서 거주하고 있으므로, 어쩌면 김장을 돕는 것이 당연한(?) 것일수도 있겠지만요.

 

제가 주변 사람들에게 신랑이 장모님과 함께 김장을 한다고 하니, 다들 반응은??

신랑 착하다... 부러워..

백년손님 (사위가 처가댁에 가는 프로그램) 찍는거야??

결혼 잘했네.. 사위 잘 얻었네..

 

 (출처: 웰컴투 시월드 @ 채널 A)

 

요즘 카페 및 미즈넷에 가보면 김장 철마다 부부 혹은 고부간의 다툼이 무척 심한 것 같은데, 서로 마음에 상처를 내면서까지 김장을 하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그런 김치는 먹어도 그다지 몸에 좋지도 않을 것 같고요. 서로의 배려를 통해 김장을 행복하고 기쁜 마음으로 해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TV 프로그램 백년 손님을 보면, 억지로 일하는 사위들의 모습이 종종 보이기도 하는데요, 저희 신랑은 진심으로 기쁘게 처가댁 김장을 했는지는 모르겠네요. ^^ 저는 분명 그랬을 것이라고 굳건히 믿습니다.

 

(출처: 웰컴투 시월드 @ 채널 A)

 

송도순씨의 말처럼 김장이 가족끼리 모여 함께 일하고 나눠 먹는 집안의 행사 혹은 축제라고 보면 좋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물론 저를 포함해 모든 집안이 그렇지는 않겠지만, 일부에서는 마치 김장을 하는 며느리는 시어머니가 무급으로 고용한 가사 도우미가 아닌가 싶을 정도거든요.

 

 

 

시댁에서는 당연하다는 듯이 며느리에게 김장하러 오라고 통보를 하는 것처럼,

처가에서도 사위에게 김장하러 오라고 하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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