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며칠 전 인터넷 기사 "초등생이 고등 수학과정, 도 넘은 선행학습" 을 읽고, 큰 충격에 빠졌습니다. 도대체 한국의 잘못된 교육의 현실은 어디까지 추락해야 끝이 나련 지 안타까움이 넘어서 이제는 화가 나기까지 합니다. 초등학생들의 수준에도 맞지 않는 그런 어렵고 힘든 공부를 미리부터 할 필요가 과연 있는 건지요. 물론 수학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는 아이라면 모르지만요, 왜 이리 한국 부모들은 잔인할까요? 무조건 자녀를 위해서 그런다고는 말하고 있지만, 자신들의 과한 욕심인 것 같기만 합니다.
영국에 와서 본 초등학생들의 일과를 들으면, 한국 초등학생들은 너무나 부러울텐데요, 영국은 학원 문화가 딱히 없습니다. 물론 부유한 가정의 경우에는, 최상위 사립초등학교 입학 시험에 대비하기 위해 개인 교사에게 과외를 받는 학생들의 수가 늘고 있다고는 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단지 일부 부유층만의 이야기지요.
그렇다면, 공립학교 초등학생의 일상에 대해 소개해 볼게요.
학교 수업 시작 (오전 9:00)
대부분의 영국 초등학생들은 9시에 등교를 하여 3시 정도에 수업을 마칩니다. (단, 저/고학년 혹은 사립/공립의 차이도 크다는 것은 알아 두세요.) 제가 일하는 곳이 초등학교가 밀집되어 있는 곳인데요, 아침 8시 20분 정도에 학교 앞을 지나면, 부모들의 차에서 내리는 초등학생들을 만납니다. 영국은 등하교를 반드시 부모가 해야하니까요. 교문 앞에서 부모와 뽀뽀 인사를 한 후, 아이들은 학교로 들어갑니다.
방과 후 활동 (오후 3:00 ~ 4시 30분)
방과후 활동은 선택 사항이라서 모든 학생들이 다 참여하는 것은 아니지만, 거의 대부분 선택한다고 합니다. 이것은 학교에서 무료로 제공하거나, 약간의 수업료를 내기도 하지만 아주 저렴하다고 해요. 보통 1~1시간 30분 가량 이루어지는데, 요리, 프랑스어, 골프, 발레, 테니스, 수영, 체조, 축구 등 다양한 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고 합니다. 개인에 따라서는 부모와 함께 스포츠 센터에 가거나, 피아노, 바이올린 등 악기를 배우기도 하지요.
숙제 및 자유 시간 (오후 4시~ 30분 ~ 6시)
방과후 활동까지 마치고 나서 집에 오면 4시 30분 ~ 5시가 되요. 그러면 간식을 먹고 숙제를 하지요. 영국 초등학교는 대개 숙제가 별로 없어요. 그래도 제일 큰 숙제를 꼽자면 바로 책 읽기입니다. 아이들은 책을 읽은 후 엄마에게 자신이 얼마나 책을 잘 읽었는지 확인받아 선생님께 보여드려야 해요. 또한 학년이 올라갈수록 스펠링 받아쓰기, 수학 혹은 과학 문제 풀기 등의 숙제가 있는데요, 문제 풀이 숙제는 수준에 맞게 제한된 시간 동안만 풀어가면 된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국 부모들은 숙제를 아예 없애자는 움직임이 있다고 해요. ㅎㅎ
제가 전에 포스팅한 적이 있듯이, 영국에서는 초등학교 저학년에게 10분이상 숙제를 못하게 한다는 거에요. 숙제 포함해서 독서 및 다른 공부 역시 30분 이상은 금지랍니다. 그래서 영국 초등학생들은 정말 주어진 시간에 딱 맞춰서 숙제를 하고 덮는다고 해요. 영국 초등학교에서는 절대로 아이들에게 공부의 흥미를 갖게 하는 것이 목적이지, 노동이라는 잘못된 시각을 갖지 않도록 한다고 합니다.
저녁 식사 및 취침 (오후 6시 ~7시)
보통 6시가 되면, 영국 엄마들은 아이에게만 먼저 저녁식사를 차려준다고 합니다. 가족에 따라서는 좀 더 빠를 수도 있고, 늦을 수도 있겠지만요. 그리고 7시가 되면 반드시 아이를 침대에 눕히고 책을 읽어주면서 아이를 재운다고 하네요. 클수록 아이들이 일찍 잠자리에 들지 않으려고 떼를 쓰기도 하지만, 꼭 재운다고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아이들이 피곤해서 자칫 일상 생활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친다고 해요. 영국 아이들의 기상 시간이 보통 6~7시라고 하니까,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아침형 인간의 습관에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길들여 지는 것 같아요. 또한 이렇게 충분한 수면 시간이 있어서 그런지, 수업 시간에 졸거나 하는 학생들의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아이들의 규칙적인 취침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영국 (출처: BBC)
이에 비해 한국 초등학생의 일상은 어떤가요?
제가 전에 영어를 가르쳤던 초등학생들의 일상을 토대로 말씀드려 볼게요.
한국 초등학생들은 2~3시 하교 후 바로 학원으로 와서 하루 종일 영어, 수학, 미술, 피아노 등 개인 당 약 3~4시간씩 수업을 받습니다. 그리고 거의 5~6시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갑니다.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그런 생활에 익숙한지 혹은 학원에 와야 친구를 만나기 때문인지, 거의 습관적으로 학원에 와서 수업을 듣고 친구들과 놀기도 하더군요. 일부의 경우에는 아파서 학교는 빠져도, 학원을 나올 정도로 학원은 학교보다 훨씬 더 아이들에게 가깝고 친밀한 장소가 된 것 같습니다.
집에 돌아가서도, 학교 및 학원 숙제를 하고 나면, 대개 8~9시가 넘어서야 겨우 잠자리에 듭니다. 거기다가 부모가 보는 드라마까지 다 보고 10~11시가 넘어서 자는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그러면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가 얼마나 힘들까요? 한국 역시 영국과 비슷한 시간에 등교를 하는데 말이에요.
한국은 초등학생부터 어쩌면 유치원 때부터 사교육에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며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저희 때만 해도 초등학교 시절에는 놀이터나 학교 운동장에서 뛰어 논 기억밖에는 없는데요, 지금은 놀이터가 아닌 학원에 다들 가 있는 현실이지요. 왜 이렇게 변했는지, 뭐가 잘못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왜 한국 아이들은 이렇게 불행한 삶을 살아야 하는지요. 더욱 슬픈 사실은 이제는 아이들조차도 학원 문화에 익숙해져 그곳에서 재미를 느끼고 있다는 겁니다. 우리 한국 아이들의 힘든 일상과 확연하게 차이가 나는 영국 초등학생들이 부럽기만 할 뿐이네요.
로그인 필요 없으니, 추천 버튼 꾸욱~ 눌러 주세요. 더 좋은 글로 보답하겠습니다. ^^
'품절녀의 영국 귀양살이 seasno 1 (2010-2014)'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국 - 영국 워킹맘의 발목잡는 육아 문제 (11) | 2013.02.26 |
---|---|
영국 어학 교재에 실린 한국 영어 마을 실체 (14) | 2013.02.25 |
북한 로켓 선전 영상 본 영국인들의 반응 (5) | 2013.02.17 |
영국 학생들과 본 영화 속 일본 군국주의자 (13) | 2013.02.16 |
영국은 팬케이크 먹는 날, 직접 만들어보니 (11) | 2013.02.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