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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녀의 영국 귀양살이 seasno 1 (2010-2014)

한국 - 영국 워킹맘의 발목잡는 육아 문제

by 영국품절녀 2013. 2. 26.



3월 입학식이 다가오면서, 일하는 엄마의 고충이 온라인에서 핫 이슈로 등장했는데요, 저는 아직 아이가 없어서 그야말로 몸소 체험하지는 못하지만, 한국에서 일을 할 때 주변에서 일하는 아줌마들의 고된 생활을 보면서 정말 안쓰러웠습니다. 일해야지, 가족 챙겨야지, 거기다가 집안 일까지...특히 아이들이 어린 자녀를 둔 일 하는 엄마들은 심신이 고달퍼 보이기만 합니다.

 

그런데, 영국에서 보니 여기 엄마들도 힘들기는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영국에서도 "Baby Issue" 는 여성 잡지에 나오는 단골 이슈일정도로, 직장을 가진 여자들에게 있어서 "아이를 낳아야 하는냐 혹은 마느냐?" (Should I Have Children?) 에 갈림길에 놓일 정도로 고민거리입니다. 왜냐하면 출산을 하게 되면 양육으로 인해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다고 보니까요. 영국 역시 아무리 남편이 자녀 양육 및 가사 일을 분담한다고는 하지만, 이혼 사유 1순위가 바로 "가사 문제" 라고 하니까요. 이와 함께 한국도 그렇지만, 이 곳도 여자들이 출산 및 양육 후에 새로운 일자리를 잡아야 하는 어려움 혹은 불안감이 크게 작용합니다. 특히 요즘 같은 불경기에는 더욱 더 그렇지요.

 

엄마와 아빠의 차이를 진정 볼 수 있는 사진 아닌가요? ㅎㅎ

 

그렇다면, 영국 워킹맘의 고충을 들어 볼까요?

 

1. 아이 돌봐 줄 사람이 없어요. 

한국에서는 시댁 혹은 친정에서 아이를 봐 주는 경향이 강합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영국에서도 맞벌이 부부의 경우 자녀 양육 비용이 부담이 되고 있어서 그런지, 할아버지, 할머니가 손주를 돌봐주는 일이 얼마나 값진 일인지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데일리 메일 기사를 보니, 부모가 일 하는 동안만이라도 조부모가 손주를 봐 줄 경우, 매년 £4,300 (8백만원)을 줄일 수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1/4에 해당하는 워킹맘은 부모가 아이를 돌봐주는 도움이 없었다면 절대로 일을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답니다.

 

 

손주를 무료로 돌봐주는 일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영국 (출처: Dailymail.co.uk)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부모들은 손주를 돌보는 일을 거절하거나, 설사 아이를 돌봐준다고 해도 일부는 늙은 부모에게 손주를 맡긴다는 것에 죄책감을 느껴 일을 그만둔다고 합니다. 또한 부모 역시 이른 퇴직 혹은 경제적인 이유를 사정으로 무료로 손자를 키우는 일보다는 차라리 직업을 찾는 편을 택한다고 하네요. 

 

제 주변만 봐도, 노부부들은 자식 부부가 특별하게 무슨 일이 있을 때에만 "Babysitting" 이라고 해서 아이를 잠깐 돌봐주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손주들의 하교 픽업을 해 주는 정도인 것 같아요. 저랑 친하게 지내는 영국 할머니는 이렇게 말씀하시기도 했어요.

난 우리 딸 가족하고 같은 플랏에서 사는데, 절대 손주는 안 봐줘.. 서로 피곤해지거든..
자기 자녀들은 자신들이 알아서 키워야지.

 

이런 생각을 가진 영국 할머니처럼, 한국에서도 과거에 비해 시댁과 친정에서 절대로 아이를 안 봐 준다고 못을 박는 경우도 제법 있지요. 제가 자원봉사하고 토들러 그룹 (한국 나이 1~4세) 의 아이와 엄마 혹은 아빠의 놀이 모임) 에서 보면, 영국 및 유럽 출신의 엄마들이 다들 아이를 데리고 오지만, 일부 아시아 출신 할머니들만이 손주를 데리고 옵니다. 거기서 영국 할머니는 거의 본적이 없네요.

 

 

2. 아이를 맡기는 비용 너무 많이 들어요.

한국은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는 아이들을 늦게까지 봐 주는 유치원 혹은 어린이집이 있는 것처럼, 영국에도 공립 유치원(Nursery - 만 3세) 입학 전까지, 어린 아이를 맡아주는 사설 보육 기관이 있지만, 비용이 너무 비싸므로 보통 가정에서는 엄두도 못 냅니다.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오페어를 쓰기도 하지만, 함께 살아야 하므로 방을 제공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지요.

 

다만,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맞벌이 부부 혹은 아이를 돌봐 줄 배우자가 없는 사람의 경우에는 비싸더라도 사설 기관에 맡기거나, 보모를 고용해서 아이의 픽업 및 식사, 숙제 봐 주기 등을 해주도록 한다고 하네요. 한국도 자녀 양육을 위해 아줌마를 아예 집에서 함께 살기도 하잖아요.

 

(출처: 구글 이미지)

 

참고로, 영국 엄마들이 아이를 맡기는 방법을 소개해 볼게요.

1. 오페어 (Au pairs)

오페어는 "영어"를 배우기 위해 혹은 영국에 (가정부)일을 하려고 온 젊은 외국인 여성을 뜻합니다. 비록 아동 보육 자격 면허증이 없지만, 가격이 싸고 함께 살 수 있으므로 선호한다고 합니다. 보통 오페어는 주당 45시간까지 일을 할 수 있습니다. 부모가 외출을 하는 동안에는 아이를 재우는 일도 해야 하지요.  필요하다면, 가사일까지 맡길 수 있습니다. 지역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보통 Home Office에서 권고하는 가격은 주당 최소 £65~70 (13만원 선) 입니다. 아무래도 함께 거주를 하므로, 방세, 식사 등이 포함되기 때문에 페이는 거의 용돈 수준이지요. 현재 영국에서는 80% 이상의 오페어가 동유럽에서 온 20대 여자들이라고 합니다.

 

대부분 오페어는 유럽에서 영어를 배우러 오는 젊은 여자들이 많기 때문에 그들을 저렴하게 쓰면서 아이에게 외국어를 터득할 수 있게 하지요. 일부 부유한 가정에서는 아예 스페인, 프랑스 출신 오페어를 구해서 외국어를 익히도록 한다고 해요. 특히 일부에서는 중국인 오페어와 함께 살면서 아이에게 중국어를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도록 한다고 하네요.

 

2. 내니 (Nanny)

내니는 그야말로 전문적인 보모를 말합니다. 보통 영국인들이 내니를 하지만, 유럽인들도 꽤 있지요. 페이는 오페어보다는 확실히 비쌉니다. 부모가 원하는 조건에 따라 내니를 고용할 수 있지요. 예를 들어, 거주 유무, 주당 아이 돌보는 시간 등을 고려하여 얼마든지 원하는 시간에 아이를 맡길 수 있습니다.

 

3. 사설 보육 시설 (Day nurseries)

매일 출퇴근하는 워킹맘들이 아이를 맡기는 사설 기관으로 가격이 꽤 비쌉니다. 지역과 아이의 연령에 따라 비용이 차이가 있다고 하네요. Daycare Trust 에서 밝히기를 2012년 가장 비싼 곳이 주당 £300 (약 60만원)로 즉, 일년에 £15,000 (약 3,000만원) 이었다고 합니다. (주당 25시간 케어) 영국 사설 기관이 턱없이 비싼 이유는 교사 당 돌보는 아이들의 수가 적기 때문인데요, 이에 영국 정부는 노동 인구 증가 및 육아 비용을 줄이기 위해 교사 한명 당 아이들의 수를 늘리겠다고 하는데요, 이에 반발도 꽤 거세네요.

 

3. 자기 집에서 아이를 봐 주는 사람 (childminder)

오페어 혹은 내니처럼 같이 사는 것과는 반대로, 부모가 출근을 하면서 보모 집에다가 아이를 맡기고, 퇴근하면서 아이를 데려가는 것으로 이해하시면 될 것 같아요. 한국도 아파트 단지에 비슷하게 있잖아요.

 

 

    육아를 돌보는 것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오페어들로 인해 영국 부모들은 우려스럽다고 합니다.

 (출처: Dailymail.com)

 

현재 영국에서는 정확하게 수치를 집계할 수 없을 정도로, 동유럽에서 온 젊은 여성들이 오페어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추정치로는 약 십만 명 정도라고 보는데요, 이들은 제대로된 아동 보육 트레이닝 조차 받지 않은 초보자라고 하네요. 실제로 일부 가정에서는 오페어로 인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합니다. 따라서 제대로된 오페어를 구하려면 검트리(Gumtree) 보다는 The British Au Pair Agencies Association (bapaa.org.uk)를 통해 오페어를 구하는 편이 낫다고 권고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영국 역시 아이를 돌보는 일에 돈이 많이 들어간다고 볼 수 있어요. 즉, 한국이나 영국이나 아이는 돈덩어리인가 봅니다. 따라서 보통 가정에서는 부모 중 한 명이 아이 양육을 위해 일을 그만 두는 것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유치원 때에는 매일 가는 경우에는 일찍 귀가 (12시) 혹은 일주일에 3~4번 정도만 가고요. 초등학교 저학년에는 아이들이 보통 3시면 수업이 끝나기 때문에 무조건 하교 픽업을 해야 합니다. 이러니 아이를 봐 줄 사람이 없다면, 대부분 일을 그만 둘 수 밖에 없지요. 그렇지 않고서는 사설 기관 혹은 아이를 봐 줄 사람을 고용하기에는 상당한 돈이 드니까요. 다만, 일부 대학교에는 교직원인 경우에 아이를 맡기는 곳이 있어 그나마 다행인 것 같습니다. 여기 켄트 대학교에도 교내 안에 아이들을 봐 주는 곳이 있더라고요. 

 

따라서 한국이나 영국이나 워킹맘들은 자녀 출산 이후 갑자기 일을 그만 두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영국 학교에 자녀를 보내는 아줌마 이야기로도, 주변의 엄마들이 대부분 일을 하다가 그만 둔다고 하더라고요. 아이를 돌봐 줄 정도로 신뢰할 수 있는 보모를 구하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비싼 사설 기관에 맡기는 것도 부담이 되니까요. 직장을 가진 엄마들의 고민은 일을 그만 두지 않는 이상 절대로 끝이 날 것 같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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