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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유럽 맛집

한국인 남편과 절대 못 가는 팬케이크 가게

by 영국품절녀 2012. 11. 2.



요즘 가을을 타는지 자꾸 몸과 기분이 쳐지는 것 같습니다. 유학 생활도 거의 3년 정도가 되다보니 이제는 지쳐가나 봅니다. 날씨 탓도 있는 것 같아요. 요즘 영국 날씨는 매일 바람 불고 비가 오다보니 햇빛을 거의 보지 못하거든요. 괜히 옆에 있는 신랑에게 아무 일도 아닌데 소리를 지르면서 화를 내기도 하네요. 저번 주는 일주일간 휴가(Half term)여서 집에만 있기가 더욱 싫었거든요. 저는 런던에 가서 기분 전환이라도 하고 와야지 라는 생각에 신랑에게 말을 꺼냈어요

 

나 기분 전환이 필요해, 런던 다녀 오고 싶어.  

휴가인데 집에만 있기 싫어.

 

그랬더니 신랑은 그런 제가 못마땅한지 꼭 런던에 가야만 하는지 재차 묻는 거에요. 사실 런던에 다녀오려면 경비가 꽤 들거든요. 왕복 교통비, 식비 등등... 거기다가 견물생심이라고 보면 뭐가 사고 싶을 수도 있고요.

저는 그런 신랑의 말에 런던에 안 가기로 했답니다. 그런데 생각할수록 너무 가고 싶고 안 가면 미쳐버릴 것 같은 거에요. 옆에서 지켜보던 신랑은 "런던 다녀와라, 네가 이것도 못하면 어찌 살겠노.." 하더군요.

 

가을 타는 아줌마 홀로 떠난 런던 당알치기

 

                            기차를 타고 약 1시간 반 걸리는 런던으로 향해 떠났지요.

 

한번도 간 적이 없는, 말로만 들었던 영국 부유층이 산다는 첼시(Chelsea)에 갔습니다. 어제 포스팅했던 사치 갤러리도 그 곳에 있어, 샤넬 사진전도 보게 되었지요. 한참 돌아다니다보니, 배가 고파졌습니다. 항상 신랑과 다닐 때에는 가격 대비를 고려하거나 혹은 서로 취향을 고려해 합의하에 음식을 선택하는 경향이 크지요.

 

하지만, 오늘만큼은 달라요.

랑을 전혀 고려할 필요 없이, 제가 먹고 싶은 메뉴로 정할 수 있다는 거에요.

그래서 정한 메뉴는 바로....

 

달달한 맛이 일품인 팬케이크~

 

 

울 신랑은 왜 비싼 돈을 내고 이런 팬케이크를 먹냐고 할 게 뻔하거든요. 제 주변의 한국인 아줌마들과 이야기를 해 봐도 자신의 남편과는 절대로 갈 수 없는 곳이 팬케이크 혹은 (스콘, 케이크, 샌드위치가 제공되는) Afternoon Tea 를 파는 가게라고 하거든요. 보통 한국 남자들은 이런 것을 절대 밥으로 생각 안해요. 그저 간식거리이지요. 특히 비싼 돈을 내고 왜 저런 것들을 먹어야 하냐고 반문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저는 이날 만큼은 절대 한국인 신랑과는 같이 갈 수 없는 팬케이크 집으로 힘차게 문을 열고 들어갔답니다.  워낙 팬케이크로 유명하며,  점심 시간이라서 그런지 사람들의 줄이 꽤 길더라고요. 저는 혼자여서 다행히 기다리지는 않았지만, 1층에서 먹지도 못하고 다소 어두컴컴한 지하로 내려갔답니다. 주변에서는 다들 여럿이서 와서 즐겁게 식사를 하고 있었지만, 저는 혼자라도 참 좋았어요. ㅎㅎ (울 신랑은 제가 조르지 않는 한, 이 곳에는 절대 안 왔을 거니까요. 한번 정도는 저를 위해 같이 올 수도 있겠지만요.)

 

 

제가 간 MY OLD DUTCH 첼시점으로 런던 세 곳(첼시, 홀본, 켄싱턴)에 체인점을 가진 팬케이크 하우스는 현지인을 물론이고 여행객들에게도 상당히 알려져 있다고 하네요. 이 곳에서는 라따뚜이 영화에서 나온 팬케이크를 판다고도 하더라고요. 저는 별로 당기지 않아 달콤하고 신선한 재료가 담긴 신선한 과일과 아이스크림이 올려진 팬케이크 (Fresh Fruits Pancake with Ice cream)와 아메리카노 커피 한 잔을 주문했답니다.

 

직원이 팬케이크를 들고오는데..........

어머나 세상에~~ 이렇게 크다니~~

 

                                             FRESH FRUITS PANCAKE WITH ICE CREAM

 

                                            

                                            제가 점심으로 주문한 팬케이크와 커피랍니다.

 

잘 구워진 팬케이크 위에 신선한 제철 과일, 아이스크림이 올려져 있고요.

슈가 파우더가 뿌려져 있네요.

 

지하라서 좀 사진이 어둡게 나왔는데요, 보기만 해도 달콤해 보이나요?

 

도대체 이것을 어찌 먹어야 하는지.... 손을 씻고 김밥 말듯이 말아서 먹어야 할 것 같은데....

 

제 주변을 보니 손으로 먹는 사람도 있었지만, 대부분 포크와 칼을 이용해 먹는 거에요.

음... 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마시고는...

 

 

사이즈가 커서 일단 피자처럼 한 조각을 냈습니다. 그리고 칼과 포크를 이용해 돌돌 말았지요.

 

한 입에 딱 먹기 좋은 사이즈로 만들어서 야금야금 먹기 시작했어요. 

부드럽고, 달달하며, 차갑고, 신선한 맛을 한 입에 다 느끼면서 너무 행복했습니다.

단 것을 먹으면 기분이 좋아진다고 하잖아요.

그것도 잠시... 반 쯤 먹어가는데... 이제는 배도 부르고 너무 느끼한 거에요.

하지만 절대 남길 수 없다는...

 

꾸역꾸역 남김없이 다 먹고는 인증샷~ 찰칵

다 먹기가 무섭게 접시를 가져가 버리더군요. ㅎㅎ

 

아마도 울 신랑은 느끼하다고 완전 싫어했을지도 모르겠어요. 저는 '다른 메뉴를 먹었으면 어땠을까?' 궁금하기도 했는데요, 앞에서 먹고 있던 영국인 아빠와 아이의 팬케이크를 보니 꼭 피자처럼 보이더라고요. ㅎㅎ

저는 서비스 값인 1.19 파운드가 더해져서 10. 69 파운드 한화로 계산하면 약 2만원 정도를 지불했습니다.

 

 

신랑이 2만원이나 주고 이런 것을 먹는 모습은 상상도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저는 다른 메뉴도 또 맛보고 싶어 또 오고 싶은데요. 아무래도 주변의 마음 맞는 친구를 찾아 함께 와야겠지요. 이렇게 제가 원하는 런던에 와서 다소 느끼했지만 맛있는 팬케이크를 먹었더니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역시 기분 우울할 때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통해 기분 전환을 하는 것이 꼭 필요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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