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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녀의 영국 귀양살이 seasno 1 (2010-2014)/영국 교육

한국과 너무 다른 영국 대입 시험 풍경, 낯설어

by 영국품절녀 2013. 5. 22.


한국과 달리, 영국은 5,6월에 대학 입학 시험이 있습니다. 현재 한창 시험이 진행 중에 있는데요, 한국에서 대학까지 마친 제가 영국의 대학 입시 감독자로 일을 하면서 참 낯선 풍경에 놀라고 있습니다. 그런데 영국인 역시 한국의 대입 풍경이 낯설긴 마찬가지인가 봅니다. 지금까지 한번도 한국 대입 시험 방식에 대해 별 고민하지 않았던 점들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가 되었답니다.

 

그럼, 저의 관찰을 통해 본 영국 대입 시험 풍경에 대해 알아 볼까요?

 

1. 시험 장소 배정과 감독의 차이??  


영국의 대학 입학 시험 장소는 학생(수험자: Candidate)이 다니는 자신의 학교입니다. 저는 한국처럼 당연히 다른 장소로 학생들이 시험 보러 가는 줄 알았거든요. 제가 상당히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으니, 영국인 교사가 오히려 이상한지 이렇게 물었습니다.

 

영국인: 한국에서는 안 그래?

한국인: 우리는 자신의 학교가 아닌 주변의 다른 학교에서 시험을 봐.

영국인: 왜 굳이 다른 학교에서 시험을 보는 거야?

학생들이 전혀 다른 장소에서 시험을 보면 불안하지 않을까? 

안 그래도 떨리는데 왜 친숙한 장소를 놔 두고 다른 장소인 거야?

 

저는 순간 "생각해 보니 그렇네" 라는 생각이 들면서, "공정성 때문이지.." 이렇게 얼버무렸어요, 자세하게 정확한 이유를 대기가 좀 어려웠습니다. 왜냐하면 사실 한번도 이에 대해 생각해 본적이 없었거든요. 그냥 다른 학교에서 시험을 보는 것을 당연시하게 여겼던 것 같습니다. 사실 대입 시험을 앞두고 오로지 시험 자체에만 관심이 있을 뿐 장소가 어디인지는 별로 중요치 않잖아요.

 

(출처: Google Image)

 

그래서 제가 주변의 한국 학생 및 사람들에게도 이와 관련하여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다들 하는 말은 저와 크게 다르지 않더군요. "공정성 때문 아닌가?" 혹은 "컨닝 때문이지..."

 

특히 시험 장소뿐 아니라 시험 감독관 역시 "그 학교 교사 및 교직원" 이 한다는 것입니다.

현재 제가 일하고 있는 학교에서 대입 시험 감독자(Invigilator)로 일을 하고 있는데, 수험자들은 자신이 수업을 받았던 곳에서 자주 보던 학교 교사들의 감독하에 시험을 치르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시험 감독 및 규정 사항은 엄격하게 메뉴얼화 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시험 감독의 경우 자신이 가르친 과목에 한해서는 절대 시험 감독 할 수 없습니다. 또한 시험 시작에 앞서 규정된 ,시험 메뉴얼에 따라 감독자의 설명이 꼭 있어야 하지요. 특히 시험 감독을 하기 위해서는 약 몇 시간 가량의 관련 트레이닝을 받은 사람에 한합니다.

 

종종 학생들은 시험 감독자인 학교 교사들의 지시에 반하는 행동을 하기도 하는데요, 이럴 경우에는 바로 보고가 되기 때문에, 심한 경우에는 시험에 불이익을 당하거나 시험 결과에 상관없이 낙제 혹은 불합격(Fail)이 되기도 합니다.

 

참, 영국의 대입 시험 시 몇 가지 주의 사항이 있습니다.

무조건 외투를 벗으라고 지시합니다. 속이 보이지 않는 필통은 반입이 허용되지 않으며, 필기도구를 다 꺼내서 책상 위에 놓습니다. 전자 계산기 커버는 감독자가 다 수거하거나 혹은 바닥에 놓아야 하지요. 시험이 시작되면, 감독자는 학생들이 앉은 좌석의 자리를 기록해서 남겨야 합니다. (컨닝과 관련) 또한 감독자는 시험에 앞서 수험자들에게 메뉴얼화 된 지침을 분명하게 알려야 합니다.

 

이러한 영국의 대학 입학 시험 감독에 상당한 의구심을 갖는 학생들도 있다고 합니다.

수험자들의 휴대폰을 따로 걷지 않으며, 전원을 끈 상태로 가방에 넣으라는 지시를 합니다. 가방은 당연히 시험실 앞, 뒤, 옆쪽에 따로 모아 놓지요. 또한 주머니에 아무 것도 넣지 말라는 주의도 합니다. 하지만 일부의 경우에는 휴대폰을 주머니 속에 넣어 두고, 시험 중에 화장실을 간다고 해서 몰래 인터넷으로 검색을 하는 학생들도 있을 것이라고 추측을 합니다. 물론 실제로 그런 일이 행해졌는지는 전혀 알 수 없는 일이지요.

 

영국 대입 주관하는 UCAS (출처: Google Image)

 

그러면서 영국의 대입 시험에 대해 꽤 허술하다고 합니다.

제가 직접 경험을 해 봐도, 정말 컨닝을 하려고 작정을 한 학생들이 있다면 가능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만약 한국이 이렇게 시험을 보게 된다면, 정말 주도 면밀하게 조직적인 컨닝 사태가 일어나지 않을까 싶은데요, 어떤 분이 그러더군요. 한국은 1% 가능성만 있어도 어떻게는 컨닝을 하려는 학생들이 많다고요.

이번에 SAT 시험지 유출 사태, 토익 시험 컨닝 사건, 최근 영훈중 등 국제 중학교의 부정 입시 관련 등만 봐도 정말 한국에서는 부정 행위를 해서라도 무조건 결과만 좋으면 된다는 식의 비양심적인 사고가 팽배해져 있는 것 같습니다. 단 일부의 일이겠지만, 창피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마음 먹고 작정하면 어떤 상황에서도 컨닝은 자행될 것입니다. 하지만 "영국의 대입 시험 주관 방식 및 감독은 신뢰를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듭니다. 수험생들과 부모들로 하여금 학교와 교사들에 대한 믿음 없이는 불가능하지요. 마찬가지로 각 학교와 교사들 역시 철저하게 메뉴얼에 따라서 시험을 치르도록 합니다.

 

 

 

 

2. 약 2~4주에 걸친 긴 대입 시험 기간


한국 유학생들은 이렇게 불평하곤 합니다. 그냥 한국의 수능처럼 하루에 딱 끝내 버리면 얼마나 좋냐고요. 영국에서는 시험을 하루에 한 두 과목 정도 보거나, 일주일에 한 두개 정도 보는 등 시험 과목 스케줄에 따라 빠르면 2주일 늦는 경우에는 거의 한달 간 시험이 진행됩니다. 사실 제 경험을 비추어 보면, 시간이 많다고 해서 절대 시험 공부를 더 하는 것은 아닌 것 같거든요. 괜히 더 게을러 지기도 하고요. 시간이 흐를수록 긴장감이 사라지고 심신이 늘어지는 경우가 있기도 합니다.

 

한국처럼 객관식 수능 시험이 아닌 영국 대입은 대부분 주관식(논술) 시험이고, 선택 과목에 따라 시험 시간과 방식도 제각각이니 학생들은 시험지 작성법에 따른 시간 조절에도 익숙해져야 합니다. 더군다나 한 과목도 하루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유형별로 나눠져서 이틀에 걸쳐 시험이 치뤄지기도 하지요. 그러니 학생들은 계속되는 시험으로 인해 긴장감을 늦추려고 애쓰지만, 사실 계속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기란 결코 쉽지가 않다고 합니다. 저희 교회에도 대입 시험을 치르고 있는 영국인 남학생이 있는데요, 주일마다 얼마나 초췌해서 교회에 나오는지 말 걸기는 커녕 보기에 안쓰럽기까지 합니다.

 

 

3. 대입 시험 종류의 다양성


한국은 대입 시험으로 내신으로 입학하는 수시 및 토플 등 입학의 조건 등이 있긴 하지만, 시험으로는 수능이 절대적이지요. 이에 반해 영국은 대입 시험이 크게는 세 가지로 나뉩니다.

IB (International Baccalaureate), A-Level, Foundation 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과목 선택 및 수가 달라지며, 배우는 내용 역시 다를 수 밖에요. 시험 평가 방식도 다릅니다.

 

보통 영국 학교에서는 A-Level 을 선택합니다. 보통 영국 대학만 진학이 가능하지요. 이에 반해 IB는 국제 학교에서 선호하는 시험 방식으로, 영어권 국가들 및 홍콩 및 국내 대학에도 입학이 가능하지요. 따라서 종종 영국 사립 학교 학생들은 A 레벨과 IB를 동시에 준비하기도 하고, 일부 사립 학교에서는 아예 IB를 채택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파운데이션은 영국의 공/사립과 같은 정규 학교 과정에는 없습니다. 이는 대학 혹은 칼리지에 개설된 과정으로서, 외국 유학생들이 앞의 두 방식보다는 다소 쉽게 점수를 맞아, 대학 입학을 할 수 있는 단기 코스입니다. 단 영국 최상위 대학들은 입학이 불허됩니다. (옥스브릿지, LSE) 국내에서도 이와 관련된 파운데이션 코스들이 있지요.

 

 

(출처: Google Image)

 

참, 영국인이 신기하게 생각했던 것이 또 하나 있었는데요,

한국에서는 수능 출제자들이 시험 보기 전까지 시험 문제 유출을 이유로 감금이 되잖아요. 그것 역시 이상하다는 반응이었답니다. 영국에서는 시험 출제가 어떻게 되는지까지는 제가 잘 모르겠지만, 한국처럼 그렇지는 않는가 봅니다.

영국에서도 시험에 앞서, 시험지가 시험 당국에서 학교로 일괄 배달됩니다. 시험지는 절대로 수험자들에게 배부되기 전까지는 비닐 봉지에 동봉되어 아무도 볼 수 없습니다. 다시 말해서 시험 당일 날, 시험 감독자들은 학교 측으로 시험지를 전달 받아, 수험자들이 보는 앞에서 비닐 봉투에서 시험지를 꺼내지요.

 

마지막으로 추가를 한다면, 앞서 언급했듯이 영국 대입 시험 문제는 거의 주관식이거나 논술형입니다. 수학 마저도 문제 풀이 과정을 직접 다 써야 하지요. 그래서 컨닝이 그리 쉽지는 않을 지도 모르겠습니다.제한된 시간내에 문제를 잘 이해하고, 이에 대한 답을 얼마나 논리적으로 잘 쓰는지가 관건입니다. 단지 찍을 수 있는 객관식 문제가 아니므로, 처음부터 끝까지 손으로 다 적어야 하지요. 보통 시험마다 차이가 있지만, 과목 당 1시간 30분에서 2시간 정도 걸리는 것 같습니다.

 

요즘 시험 감독을 하다 보면, 시험 중 학생들이 팔이 아파서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곤 합니다. 하루에 많게는 4시간 정도 주관식 및 논술 시험을 보니, 팔이 아플 수 밖에요. 한국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저로서는 영국의 대입 시험장 풍경이 참 신기하면서도 낯설기만 합니다.

 

이번에 영국에서 대입을 끝낸 한국 유학생이 이런 말을 했어요.

영국 대입 시험은 생각만 해도 힘들고, 그 동안 공부를 한 기억도 마찬가지라면서요, 다시 자신에게 선택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절대로 유학가지 않고 차라리 한국에서 수능을 보겠다.

 

(출처: Google Image)

 

일부는 이렇게 말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한국보다 외국에서 대학가기 더 쉽다고요." 어디나 명문대 입학의 경쟁률은 높으며, 수험생은 어디나 힘들기 마련인 것 같습니다. 누구나 자신이 처한 상황이 가장 힘들다고 느끼므로 그런 것은 아닌가 싶은데요, 국내/외를 불문하고 명문대 들어가기란 어디나 쉽지가 않다는 생각이 드네요. 대입 시험 감독자로 일을 하고 있는데, 수험자들이 괜히 안쓰럽고 측은해 보이네요. 저도 저런 때가 있었는데 말이지요. 현재 영국 대입을 보는 학생들 및 국내에서 대입 준비하는 수험생들, 다들 좋은 성적 받아서 원하는 대학에 입학하기를 바랄 뿐입니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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