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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품절녀 & 남 in UK/영국 품절남 글은 여기에

휴대폰 시대에도 사랑받는 영국 공중전화부스

by 영국품절녀 2015. 4. 28.

안녕하세요? 품절남입니다. 이제는 오후 온도가 거의 25도 이상 육박합니다. 어느 곳은 30도에 이른다고 하더군요. 일교차가 더욱 커지니 감기에 고생하시는 분들이 더욱 많아질 듯 합니다. 저는 지난 주말 푸~욱 쉬었습니다. 이제 아기가 보행기를 잘 타다 보니 육아가 예전에 비해서 한결 수월하더군요. 이제 걷기 시작하면 또 정신 없어질 것 같기는 합니다.

 

오늘은 "공중전화"에 대한 글입니다. 이젠 한국의 길거리에서도 공중전화 부스를 보기란 쉽지는 않습니다. 있더라도 공중전화를 이용하는 사람은 이제 찾아보기가 어려울 정도니까요. 삐삐가 널리 흥(?) 하던 시절만 해도 대학 공중전화 부스에는 쉬는 시간마다 이용자들의 긴 줄로 이용하기가 만만치 않았네요. 2000년대 들어오면서 핸드폰의 보급이 보편화되다 보니 공중전화는 점차 설 곳을 잃어버린 듯한 느낌이 듭니다.

 

(출처: 중앙일보)

월 1000원도 못 버는 공중전화박스(2013. 9.28)

 

영국도 마찬가지입니다. 빨간 공중전화 부스는 오랫동안 영국을, 그리고 영국의 거리를 상징하는 것이었죠. 이미 제가 영국에 첫 발을 내디뎠던 2005년에도 공중전화를 이용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영국을 여행하는 사람들에게는 "영국다움" 을 선사해 주었습니다. 실제로 금년(2015년)에 영국인들에 대한 설문조사에서도 빨간 공중전화 부스는 런던의 2층버스와 영국의 국기인 유니온잭을 제치고 "가장 위대한 영국의 디자인 (the greatest British Design of all time)" 에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BBC 2015/3/16).

 


가장 유명한 영국 공중전화 부스 모델인 K2

(출처: http://www.the-telephone-box.co.uk/)

 

참고로 이 설문조사에서 선정된 목록을 살펴보세요.

1 Red Phone Box (K Series) – 39%

2 Routemaster Double Decker Bus – 28%

3 Union Jack – 24%

4 Spitfire – 23%

5 Rolls Royce – 22%

6 London Taxi – 21%

7 Tube Map – 21%

8 Mini Cooper – 20%

9 Concorde – 20%

10 Red Pillar Box (빨간 우체통) – 17%

(출처: BBC 2015/3/16)

 

영국 대중의 사랑을 듬뿍 받는 공중전화 부스이지만, 사랑(?)과는 별개로 그 가치는 휴대전화의 보급이라는 시대의 조류 속에 점차 시대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것 같습니다. 4위를 차지한 Spitfire (2차대전 중 영국의 주력 전투기)와 마찬가지로 이제는 과거의 추억으로만 남을 것 같습니다.

 

(출처: http://www.warhistoryonline.com)

켄트주의 도버(Dover)에 가면 스핏파이어를 탈 수 있는 관광 상품이 있어요.

 

실제로 휴대전화 보급과 맞물려 영국의 공중전화 부스의 수는 급속도로 줄었습니다. 2002년에는 영국 전역에 약 92,000대가 있었으나 현재는 57,500대 정도만 남아있다고 합니다. 그나마 9,400대 만이 전통적인 외형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BBC 2015/4/24)

 

물론 사라진 공중전화 부스가 모두 폐기처리되는 것은 아닌 듯 합니다. 거리에서 철거된 부스의 일부는 깨끗하게 손질되어 외국으로 팔려나가 테파 파크같은 곳에 설치 된다고 합니다. 통신매체로서의 기능은 사라졌지만, 수출품(?)으로서의 역할은 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영국의 거리에서도 빨간 공중전화 부스가 거리에서 완전히 사라질 것 같지는 않습니다. 적어도 영국의 거리를 상징하는 아이콘으로서의 기능 정도는 할 것 같습니다. 전통을 지키는 데에 다소 병적인(?) 집착이 있는 영국인들이 길거리에서 이 공중전화부스를 다 치워버리진 않겠지요.

 

캔터베리 시내 골목길에 있는 공중전화부스

 

BBC 관련 기사에 실려 있는 인터뷰가 재미있어 소개해 볼게요.

"90년이 지나도 이 공중전화부스는 [런던의 거리에] 있을 겁니다. 전 세계 어떤 사람도 [그렇게] 알잖아요. 만약 뉴욕에 갔는데 노랑택시(yellow cap)를 못 본다면, 낙심 나는 일일 겁니다. 런던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도 이 빨간 공중전화부스는 마찬가지겠죠." (BBC 2015/4/24)

 

잘 디자인된 공중전화부스가 런던뿐 아니라 한 국가 전체를 상징하는 매체가 된다는 사실이 놀랍고도 부럽네요. 한국의 길거리에서도 공중전화부스는 사라져 갑니다. 다만 영국과는 달리 그 기억마저 퇴색되어가는 한국의 공중전화부스를 보며 아쉬운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네요.

관련글 더 보기 ---> 2013/01/19 - 영국 거리 명물인 빨간 우체통에 유별난 애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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