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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품절녀 & 남 in UK/영국 품절남 글은 여기에

노병이 들려준 1945년 봄의 씁쓸한 추억

by 코니팀장 영국품절녀 2015. 3. 1.

안녕하세요? 영국품절남입니다. 명절은 잘 보내셨는지 모르겠네요. 아기와 맞는 첫 명절이라 본가에 가는 짐을 싸는데 3/4이 아기용품이네요. 어떻게 명절이 지났는지도 모를 정도로 훌쩍 시간이 흘러버렸습니다. 또한 아기와 씨름하느라 정신없는 품절녀님이나 새학기 강의 준비로 정신 제가 지난 한 주 글 포스팅에 소홀히 한 것 같습니다. 자주 포스팅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번 3.1절은 일요일입니다. 예전 같으면 공휴일이 하루 줄어 화가 났을 법도 한데, 어쩐 일인지 담담합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공휴일이 겹쳐서 안타까운 것 보다는 3.1절의 기억이 자꾸 쇠퇴해 가는 분위기입니다. 저는 외국에 오래 살다 처음 맞는 3.1절이라 느낌도 남다른데 말이지요.

 

아침에 밖을 보니 태극기를 게양한 곳이 거의 없네요.

 

3.1절이어서 그런지 문득 작년 할머니 장례식 때 만나 뵈었던 집안 어른이 생각납니다. 그 분도 이제 나이가 80이 훌쩍 넘으셨더군요. 그 연배 분들이 모두 그렇겠지만, 그 분 역시 격동의 한국 현대사를 피부로 체험하신 분이십니다.

 

(출처:  중앙일보)

 

일제 강점기에 태어나 한국 전쟁 중 직업군인의 길을 택하셨고, 월남전까지 참전하신 분입니다. 이 후 유명 기업에서 근무하시고 정년 퇴직을 하셨지요. 그 분은 제가 장손이라 그런지 평소에는 잘 하시지 않는 옛날 이야기를 곧잘 해주십니다. 그런데 그 분께 들었던 이야기는 평소에 들려주셨던 가족사가 아닌 당신의 초등학교 시절의 한 에피소드였습니다.

 

1945년 봄, 시골의 한 초등학교 (당시 소학교) 운동장에서 일어났던 일입니다. 고학년이었던 그 분은 운동장을 질러 하교를 하던 중 운동장 한 켠에서 놀던 어린아이들에게 한국말(당시 조선말)로 몇 마디를 건냈습니다. 마침 지나가던 조선인 선생이 그 모습을 보고 한국말을 한 소년에게 크게 화를 내며 그 소년을 교내에 있던 신사에 끌고 가 무릎을 꿇고 반성하라고 했답니다.

한참을 무릎 꿇고 있던 그 소년은 도무지 자기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이해를 못했다고 합니다. 날이 저물어 오자 교무실로 달려간 그 소년은 그 선생을 만나 무릎 꿇고 싹싹 빌었답니다.

선생님 살려주세요. 제가 잘못했습니다.

무조건 제가 잘못했습니다.

사실, 그 어린 소년은 그 당시에 왜 벌을 받아야 하는지 이해를 못했답니다. 어렴풋이나마 한국말을 했기 때문에 혼이 난 것이라고 짐작했을 뿐이었던 모양입니다.

그리고 몇 달 지나지 않아 광복을 맞이했습니다.

광복이 되자 소학교 운동장에는 마을 사람들이 모두 모여 일제를 규탄하는 대회가 열립니다. 그 때 그 소년은 그 자리에서 다시 한 번 그 선생이 연설하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그 선생은 마을 사람들 앞에서 다음과 같이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기나긴 치욕의 35년 일본 제국주의의 치하에서 고통 받았던 우리 조선 민족에게 ~~~

그리고 마무리로 대한독립 만세 외치더랍니다.

어린 소년의 눈에도 이것은 심하게 잘못되었다고 생각되었답니다.

'도대체 사람이 어떻게 저 정도로 돌변할 수 있을까라는....'

 

올해가 광복 70주년입니다. 역사와 정치를 공부한 저에게 3.1절의 의미가 남다르게 다가올 수 밖에 없요. 그런데 광복 특집 기사를 보면 "과연 우리는 해방되었는가?" 와 같은 글이 종종 실립니다. 그 시대를 겪지 않았던 제가 그 시대를 저의 잣대로 평가하는 것 자체가 우스워 보일 수도 있습니다. 다만, 이런 뉴스 타이틀이 오늘날까지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어린 소년이 광복 직후 지켜보았던 그 부조리가 7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이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여러분의 공감 은 큰 힘이 됩니다. ^^

 

 

댓글1

  • 유니 2015.03.06 23:38

    긴 내용은 아니지만 참 가슴아픈 얘기네요. 사느라 바빠서 잊고 있었던 저를 반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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