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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품절녀 & 남 in UK/영국 품절남 글은 여기에

미국 리퍼트 대사가 읽고 있는 책이 아쉬운 이유

by 코니팀장 영국품절녀 2015. 3. 10.

안녕하세요? 품절남입니다. 새 학기가 시작되니 방학 때와 확연히 다르네요. 강의 준비 자체보다는 새 학기에 새로운 얼굴들과 맞대어 서로 적응을 해야 하니 더욱 긴장이 됩니다. 제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이 늦는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같은 과목을 가르쳐도 시간과 환경이 달라지니 아직은 낯설기만 하네요.

 

지난 주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큰 사건이 벌어졌지요. 전무후무한 한 국가의 대사에 대한 테러입니다. 수사과정 중에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해서 논평하기는 아직은 조심스럽습니다. 다행히 피습을 당했던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가 빠르게 쾌유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으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정상적이지는 않지만 방문객들을 접견하고 있는 것을 보니 곧 정상업무에 복귀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주한 미국대사관 공보관은 현재 리퍼트 대사가 회복 중 한국에 관한 책을 읽는다고 밝혔는데요, 책 제목이 "두 개의 코리아 (The Two Koreas: A Contemporary History)"였습니다.

 

저는 책 제목을 듣고 무척 반가웠습니다. 지난 학기 강의에 사용했으며 현재 저의 책꽂이에 얌전히 꼽혀있던 책 중의 한 권이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돈 오버도퍼(Don Oberdorfer)라는 전직 미국 동아시아 특파원이자 존스 홉킨스대학 교수가 저술했습니다. 현재까지 2번에 걸친 개정을 거쳐 출판되었는데, 1950년대부터 한국 및 동북아시아에서 주로 근무한 저자가 관찰한 남북한의 현대사입니다. 저는 운이 좋게 초판(1997년)을 가지고 있습니다.

 

영국 중고 서점에서 구매했는데, 살펴보니 미국 LA의 공공도서관에 있었던 책이네요. 아마 개정판이 나오자 책장에서 퇴출되어 흐르고 흐르다 영국까지 흘러 들어왔나 봅니다. 사실 구체적인 경로는 저로서는 알 수 없지요. 

 

↑↑
 
책 아래 면에 보이는 LA 도서관 스탬프가 보이시죠?

 

이 책은 한반도 분단의 기원으로부터 시작하지만 책의 주요 내용은 1970년대 후반부터 냉전의 종식 이후의 한반도의 남북관계와 정세변화, 이를테면 북한 핵위기 및 김정일의 집권까지의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냉전 종식 이후 당시 소련과 중국의 한국과의 수교과정 역시 포함하고 있어 당시 국제정치를 이해하는 데에 도움을 주기도 합니다. 특히 당시의 한국, 미국 및 일본의 정치가, 군인 및 외교관들의 인터뷰 및 개인 기록 등을 풍부하게 포함하고 있어 책의 신뢰도를 꽤 높이고 있지요. (2013년에 출간된 2차 개정판은 그 이후의 이야기를 더욱 많이 담았으리라 생각됩니다.) 

 

솔직히 구입할 때에는 이 책이 어떤 내용인지 저도 잘 몰랐습니다. 

브루스 커밍스와 같은 미국내 한국학 전문가들의 간단한 추천사가 책 뒷면에 보입니다.

 

 

이 책에서 제가 재미있게 읽은 한 단락을 한 번 소개해 보겠습니다. 재일교포 문세광에 의해 육영수 여사가 서거한 이후 당시 한국은 대규모 반일의 목소리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국 정치권 역시 일본 정부의 미온적인 대응에 격앙되어 있기는 마찬가지였던 모양입니다.

 

당시 국회의장인 정일권은 "이는 얼마나 일본이 우리 한국인을 무시하는지 보여주는 처사다... 만약 마오쩌둥의 부인이 일본에서 자란 화교의 손에 암살당했다면 일본의 총리는 무릎 꿇고 칭다오부터 베이징까지 기어 오면서 일본의 책임을 사죄할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이번 사건을 가볍게 보고 있다. 바로 우리가 한국인이기 때문이다." (p. 54)

 


피해자의 남편이자 당시 국가 최고 통치자인 박정희 대통령의 분노 역시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습니다.

"박대통령은 개인적으로 토라오 우시로쿠 일본대사를 소환해, 만약 일본이 [사건해결에] 협조하지 않는다면 중대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옛 일본군 장교출신으로 완벽한 일본어를 구사할 수 있음에도 박대통령은 그의 분노를 드러내고자 일본어를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외무부 장관(김동조, 규슈 제국대학 졸업: 역주)이 통역했다... [이 만남에서의] 가장 중요한 사항은 만약 일본정부 차원의 상응하는 조치가 없을 경우 박대통령이 일본과의 외교 단절 및 한국내 일본 자산을 모두 국유화시킬 준비를 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p.54)

 

이 단락 이후에는 이 사건에 대한 미국정부의 대응이 기술되어 있습니다. 저격사건이 발발하기 며칠 전에 닉슨대통령이 워터게이트 스캔들로 사임했기 때문에 워싱턴의 정치상황이 한일 양국의 갈등을 미국정부가 초기에 수습하기에 어려웠다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한일 정치권의 대결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면 놓치기 쉬운 부분일 수도 있지만, 미국인이다 보니 꽤 자세하게 다루었네요.

 

솔직히 저는 이 책을 꼼꼼히 완독하지는 못했습니다. 일부 재미있는 내용 혹은 수업에 필요한 내용 정도를 일부 훑어 보았을 뿐입니다. 그래도 한 1/3은 읽은 것 같기는 합니다. 그래서 이 책을 비평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제3자이면서 결코 제3자가 될 수 없는 미국의 베테랑 기자가 한반도를 보는 시각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그는 미국정부 및 정치인의 잘못된 대한반도 정책에 대해서는 신랄한 비판의 필봉을 휘두릅니다. 주한 미국 대사 이하 외교관들에게 있어 필독서(?)가 된 이유가 아닌가 조심스럽게 추측해 봅니다.


그런데도 아쉬움이 남는 것은 왜 일까요? 만약 지금 미국 대사의 손에 든 책이 한국인이 쓴 한반도 현대사였으면 어땠을까요? 보다 우리의 사건을 우리의 시각으로 미국 대사 및 외교관들에게 알릴 수 있는 기회니까요. 어쨌든 리퍼트 대사의 빠른 쾌유를 빕니다.

여러분의 공감 은 큰 힘이 됩니다. ^^

 

 


댓글4

  • 하모니 2015.03.10 07:41

    한국인이 쓴 한반도 현대사는 99% 한국어로 써있으니 리퍼트 대사가 읽고 싶어도 못읽지요. 더군다나 한국은 이념논란이 너무 강해서 우파가 쓴 한국역사와 좌파가 쓴 한국역사는 같은 나라가 맞나 의심스러울 정도로 내용이 다릅니다. 뭣보다 좌파가 쓴 역사서를 읽으면 우파가 뭐라할거고 반대도 마찬가지지요. 그냥 외국인이 쓴거 보는게 정답입니다.
    답글

  • singenv 2015.03.12 20:42 신고

    흠 이 책 재밌게 읽은 기억이 나네요. 제3자의 나라에서 쓴 우리나라 역사가 더 객관적이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그게 미국인 게 좀 걸리지만요.
    답글

  • 참..댓글들이.. 2018.04.25 19:59

    미국인이라서 걸리는 것은 또 뭡니까? 한국인이 쓰던, 미국인이 쓰던, 중국인이 쓰던, 러시아인이 쓰던, 일본인이 쓰던 간에 저작물에 대한 편향성은 독자가 판단을 하는거죠.. 너무 편향되어서 중립성 조차 훼손이 되는 책이면 독자나 아니면 학계에서도 묻힐것이며, 다른 것은 다 맞는 것 같은데 하나가 영 거슬리면 그것도 독자가 판단을 하고 서로간에 논의가 되며 비판적인 시각이 마련이 되겠죠. 미국인이 쓰던, 한국인이 쓰던, 독자나 학계에서도 인정받을만 싶으면 그것 자체만으로도 좋은의미이던 나쁜의미이던 어찌되었든 의미는 있는 책이죠.. 바꿔서 말하면 미국인이 썼기때문에 걸려야"만"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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