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품절남입니다. 새 학기가 시작되고 2주가 지났습니다.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를 정도로 후딱 지나가 버렸네요. 가르치는 과목이 지난 학기와 크게 다르지 않아 수업준비는 수월합니다. 하지만 그 만큼 수업시간에 성의가 없어 보일 수도 있어 긴장을 하려고 합니다. 어느 정도 긴장은 해야지 수업이 잘 되더군요. 지난 학기에는 학생들로부터 생각이상으로 좋은 강의평가를 받았는데 분발해야겠지요.
며칠 전에 인터넷을 이리저리 검색하다가 의미심장한 글을 보았습니다. 버스를 타고가면서 무심코 보던 글인데, 출처를 못 찾겠군요. 다만 글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어느 중학생이 학교에서 겪은 일입니다. 수업 시간 중 학교 비상벨이 울렸는데, 그 수업을 진행중인 선생님은 원래 고장이 잦다면서 대수롭지 않게 넘겼답니다. 그 학생이 집에 와 그 얘기를 무심코 어머니에게 했지요. 그 어머니는 다른 학생을 통해 비상벨에 대해서 확인을 한 후 학교 교무실을 찾아갔고, 교감 및 그 당시 선생님께 이 문제를 놓고 격렬하게 항의를 했다고 합니다.
항의 내용의 요지는 첫째, 비상벨이 울렸을 때 해당 교실의 선생님은 보호자로서 학생들을 적절하게 통제하여 대피시켜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상황 파악조차 하지 않았으며, 둘째는 비상벨이 고장이 난 상태로 방치한 학교의 무책임한 처사에 대한 것이었답니다. 학교측에서는 이에 대해 사과를 했음은 물론이지요.
(출처: Google Image)
그 글에 따르면 굉장히 그 학부모는 굉장히 거칠게 항의를 했던 모양입니다. 교무실에 가기 전 다른 학생을 통하여 다시 한번 확인하는 것을 보니 굉장히 주도면밀하신 분으로 추측됩니다. 어떤 분은 이 분을 이해는 하겠지만, 교감과 해당 과목 교사를 놓고 그렇게 항의할 필요는 있을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이런 저런 사고에도 만연한 우리 사회의 안절불감증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준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저의 영국 내 첫 직장(학교)에서 근무할 때의 일입니다. 첫 출근 후 얼마 지나지 않았던 때였습니다. 주임 선생님이 저를 부르더니 오늘 화재 대피 훈련이 있을 예정이며, 그리고 비상벨이 울리면 학생들을 인솔해 어느 공간으로 대피하여야 할지 알려주었습니다.
실제로 수업 중 비상벨이 울리더니 학교내의 모든 학생들은 질서 정연하게 지정된 장소로 각 반의 선생님과 함께 모였습니다. 그 후 형광점퍼를 입은 일부 선생님 및 교내 안전요원들이 출석부를 들고 다니며 각 반의 교사와 학생들의 명단을 체크했습니다. 이 과정을 마친 후에야 학생들은 왔던 길을 통해 각자의 교실로 들어갔습니다. 학교에 따라서는 적어도 1달에 1번은 할 만큼 자주한다고 합니다.
영국 학교에서 정기적으로 이루어지는 화재 대피 훈련(Fire Drill)
(출처: Google Image)
저는 솔직히 그 당시 제가 학생들을 가르친다는 저 스스로의 설렘으로 기분이 붕~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훈련의 의미를 잘 파악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저 제가 아주 어렸을 때 학교에서 종종 하던 형식적인 민방위 훈련 정도로밖에 생각하지 않았나 봅니다.
하지만 이 글을 읽는 순간 저는 왜 그 학생의 어머니가 그토록 화를 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전대미문의 사건으로 기억될 세월호 사고를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만연한 학교에서의 안전불감증에 대해 분노했던 것이지요.
작년 5월말, 저의 할머니께서 돌아가셨습니다. 병원에서의 장례 절차를 마친 후 수원 근처의 화장장으로 온 가족은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그런데 바로 옆 화장장에 학생들이 모여 울고 있더군요. 바로 세월호 사고 선박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숨진 채 발견된 한 선생님의 화장식이었습니다. 그 때가 귀국한지 딱 1주일 되었을 때였는데, 그제서야 나 자신이 한국에 있음을 실감했습니다. 외국에서 뉴스로만 접했던 세월호 사건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했네요.
이제 한달 후면 세월호 침몰 사고가 터진 지 꼬박 1년이 됩니다. 우리는 그 사고로 무엇을 배웠을까요? 물론 대부분의 학교가 이와 같지는 않을 것입니다. 적어도 그렇게 믿고는 싶네요. 만약 그래도 바뀌지 않았다면 찬 바닷속에서 숨져간 젊은 영혼들을 다시 볼 낯이 없을 테니까요.
더 보기-> 영국 교육은 안전 불감증이 없다, 한국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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