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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품절녀 & 남 in UK/영국 품절남 글은 여기에

해외에서 나눈 한국의 정, 유쾌한 이유

by 영국품절녀 2015. 3. 26.

안녕하세요? 품절남입니다. 오늘 문득 달력을 보니 벌써 3월의 끝이 보이고 있네요. 한 해의 4분의 1이 훌쩍 지나가 버렸습니다. 그러고 보니 새 학기도 벌써 4주차가 지나고 있습니다. 임신과 육아에 여념이 없는 품절녀님께 제가 대신 부지런히 글을 쓰기로 약속을 했건만... 지친 얼굴을 볼 때마다 민망하기만 하답니다.

 

저는 어제 무척 반가운 얼굴과 오랜만에 좋은 시간을 가졌습니다. 작년 이맘때 영국에서 만났던 학생인데요, 그 당시 영국에 온 지 얼마 되지 않는 청년이었습니다. 서울 시내 모대학의 학생이었던 그 친구는 첫 인상에 난 "성실" 이라고 쓰여져 있었습니다.

비록 오랜 시간은 아니었지만 그 친구와 저는 종종 펍(Pub)에 들러서 대화도 나누고, 영국 생활 선배로서 조언도 해 주고 그랬었죠. 제가 좋아하는 Ale 맥주를 권하곤 했지만 좋아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제가 귀국한 이후에도 종종 SNS를 통해 안부를 교환했어요. 금년 초에 그 친구로부터 귀국했다는 연락을 받기는 했지만 서로 바쁜 관계로 정작 두어 달이 지나서야 만남이 이루어졌네요.


외국에서 만났던 사람을 한국에서 다시 보게 되니 느낌은 새로웠습니다. 그런데 이 친구의 손에 선물이 들려 있었습니다. 저의 딸의 선물로 외출용 우주복이었습니다. 너무 고맙기도 하고 민망하기도 했는데, 그 친구가 그러더군요.

 


“선배님께서 영국을 떠나실 때 주셨던 책, 밥솥, 양념, 전기장판, 이불 같은 것들이 영국에서 생활하는데 정말 유용하게 쓰였습니다.”

 

덧붙여서 하는 말이, 밥솥 덕분에 국제연애까지 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참치와 마요네즈를 넣고 김으로 싼 주먹밥을 유럽출신인 여자친구에게 만들어 주었는데, 감동의 눈물까지 흘렸답니다. 그 밥솥은 결국 전기장판과 함께 그 여자친구에게로 돌아갔다고 하네요. 어쩐지 그 청년의 SNS에 때때로 음식사진이 올라오더군요. 사실 그 여자친구는 저도 아는 얼굴인데, 남자와 마찬가지로 성실하고 모든 일에 열심인 친구라 둘이 은근히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그 커플의 사진을 이 곳에 못 올리는 게 아쉬울 정도입니다. ㅎㅎ 저야 물론 축하해 주었죠. 여전히 원거리 연애를 잘 하고 있다고 합니다.


저와 영국에서 헤어진 후, 그 청년은 무척 열심히 살았던 것 같습니다. 비록 얼마 되지는 않지만 봉급을 모아 유럽여행도 다니고, 자신의 전공과 관련된 대학생 컨퍼런스도 찾아 다녔더군요. 자세히 물어보진 않았지만 연애도 열심히 했겠지요. 그 때나 지금이나 항상 웃는 얼굴이니 어디를 가서도 사랑 받지 않았을까 합니다. 요즘은 대학에서 외국인 교환학생이나 유학생들을 돕는 일을 한다고 합니다. 저도 작년부터 대학에서 학생들을 많이 봐 왔지만 그와 같은 "순수하고 맑은 영혼"을 가진 청년은 보기 드문 것 같습니다.


현재 대학 복학 후, 원어강의 위주로 수업을 듣는 이 친구는 매일 저녁 10시까지 공부를 하고 귀가를 한다고 합니다. 3학년이다 보니 장래에 대한 걱정도 있어 보입니다. 그래도 어떻게든 사회에 공헌을 하고 싶어하는 일을 찾고 싶다고 합니다. 헤어지는 순간이 아쉬울 정도로 시종일관 유쾌한 만남이었습니다.


저보다 나이는 한~참 어리지만 많은 것을 배운 하루였습니다. 웃는 얼굴만으로도 상대방을 편안하게 해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자주 보면서 그 행동거지 하나하나를 배워야 하지 않나 싶을 정도였으니까요. 만남을 끝내고 돌아오는 발걸음이 가벼울 수 밖에 없었던 바로 그 이유였습니다.


여러분의 공감 은 큰 힘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