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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녀의 귀향살이 (2014-2018)/남매맘으로 살아가기

산후 조리원 간 엄마에게 딸의 뒷끝 작렬

by 영국품절녀 2018. 3. 24.

요즘 산모에게 산후 조리원은 필수 코스로 알려져 있습니다. 물론 친정 혹은 시댁 어른들께서 직접 산후 조리를 해 주시는 경우도 있고, 집에서 산후 조리사를 불러 하기도 하지요. 저의 경우에는 산후 조리원에서 첫째 둘째 모두 산후 조리를 했습니다. 사실 첫째 때에는 별 고민없이 산후 조리원행을 택했지만요, 이번에는 산후 조리원 선택에 많은 고민이 되었어요. 다름 아닌 엄마 껌딱지 4살된 딸이 있었기 때문이지요.

주변에서 보면, 첫째를 이유로 집에서 산후 조리를 하는 경우가 꽤 되더라고요. 혹은 첫째와 같이 지낼 수 있는 조리원을 찾는 경우도 있고요. 신랑도 저에게 처음에는 위의 방법들을 은근슬쩍(?) 권했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홀로 산후 조리원행을 택했습니다.

그건 이미 경험한 지인들의 말에 동감했기 때문이지요.

노령 산모는 무조건 산후 조리를 잘 해야한다. (특히 마지막 출산일 경우에는 더욱 더)

아이는 금방 적응하니, 엄마 몸 회복이 우선이다.

 

저 역시 산후 조리를 잘 받고 얼른 회복되어야 앞으로 어린 두 아이를 건강하게 잘 돌볼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렇게 머리로는 이해가 되었지만, 첫째 아이를 바라보고 있으면 그렇게 안쓰럽고 걱정이 되더라고요.

'내가 없으면 밤에 잠이라도 잘 수 있을런지..' (엄마 팔을 만지면서 자는 습관이 있는 아이라...)

출산이 가까워질수록 종종 딸에게 했던 말은

"엄마 복동이 낳으러 병원 가는데 거기서 열밤 자고 올테니까 아빠랑 잘 지내고 있어야해!"

이에 딸은 "싫어, 엄마랑 나도 같이 갈래~"

"엄마 보고 싶으면 아빠랑 같이 와~"

 

어찌어찌 시간이 흘러 출산을 하고 저는 산후 조리원으로 고고

첫째 때에는 신랑이 조리원에서 출근하고 퇴근해서 같이 있었는데, 둘째 출산 후에는 첫째를 돌보느라 조리원에서 함께 지낼 수는 없더라고요. 그렇게 내 생애 마지막 천국같은 조리원 생활이 평온히 시작되는가 했더니...

역시나... 딸이 문제였어요..

 

 

제가 조리원에 있을 당시에 모습인데

선생님이 아이가 잘 지낸다며 보내 준 사진을 보자마자 왜 이리 눈물이 나는지...

 

엄마의 부재로 인해 아이는 웃음을 조금씩 잃어갔어요. 툭 하면 우는 아이로 변신~

원에서 항상 분위기 메이커인 딸은 그 모습이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친구들의 사소한 말에도 울고... 장난감도 무조건 양보만 하고... 선생님에게 안아달라고만 하고... 슬픈 표정만 짓고... 엄마 이야기만 나오면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슬픈 목소리로 

"우리 집에는 엄마가 없어" 라는 말만 하더래요.

 

엄마 대신 이모가 해 주는 밥 먹고!

 

집에서는 퇴근하고 온 아빠에게 계속 나가자고만 하고, 매일 키즈카페만 가려고 한다는 거에요.

"아빠, 난 집에 가기 싫어요. 아무도 없으니까 심심해요."

특히 밤만 되면 신랑은 엄마한테 가자고 우는 아이를 달래느라 유모차에 태워 아파트 주차장 혹은 밖을 하염없이 돌고 또 돌다보면 아이는 어느 새 잠이 들고... 그럼 얼른 집에 들어와 침대에 눕히는데... 새벽에 다시 엄마를 찾는 아이는 울다 지쳐 아빠의 팔과 다리를 만지면서 잠이 든다고 해요. (아침마다 신랑은 아이가 얼마나 팔과 다리를 만지는지 몸이 닳아 없어지는 기분이 들었다면서. ㅋㅋ엄마인 저는 매일 같이 경험하거든요.)

 

신랑과 선생님으로부터 딸의 상태를 들으면서, 저는 조리원 방에서 눈물샘이 터져 혼자 웁니다. ㅠㅠ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는 하원만 하면 아빠에게 전화해서 엄마한테 가고 싶다고 조르는 통에 일주일에 4번은 조리원에 왔어요. 그러면 저는 근처 카페로 아이를 만나러 나가는데... 아이는 오다 지쳐 잠이 들어 있습니다.

그 모습에 울고... 잠에서 깬 아이는 저를 보고 울고... 정말 만나는 내내 모녀는 울기만... 눈물 없이는 못 보는 모녀 상봉!! 헤어질 때마다 아이는 저를 끌어 안고 울고 또 울면서..

"엄마 집에 언제 와?  빨리 와~~"

그런 딸의 모습에 우리 신랑도 참 많이 힘들어했어요. 밤마다 엄마 찾는 아이를 보면서 눈물을 흘렸다는 신랑은 자신이 딸에게 잘 못해줘서 그토록 엄마만 찾는 것이 아닌지 자책도 많이 했습니다.

 

 

그렇게 2주는 지나가고... 저는 산후 조리 잘 하고 집으로 왔지요.

그 후 "뒷끝 작렬"인 우리 딸의 반격이 시작되었습니다.

갑자기 생각나면...

엄마! 나 엄마가 동생 낳으러 갔을 때, 엄마가 집에 없어서 얼마나 슬펐는지 알아? 엄마 기억나지?

그 말을 하루에도 몇 번씩 하는 거에요. 그러면서 이제 동생한테까지도..

너 낳으러 엄마가 병원 가서 누나 슬펐잖아... 이렇게 말한답니다.

 

또한 한동안 제 딸은 밤마다 딸이 늑대, 호랑이가 나오는 악몽을 꿨다는 겁니다. 자다가 갑자기 얼굴을 제 가슴으로 파고 들면서 눈도 못 뜨고 몸을 덜덜~ 떨어요. 그리고는 "엄마 늑대가 나타났어요. 무서워!!" 그러면서 엉엉 울어요. 약 한달 정도 이런 상황이 이어지다가 아이는 안정을 되찾았는지 괜찮아졌습니다.

 

한동안 늑대 나오는 책은 금지!!

 

요즘도 출산한지 6개월인 넘는 이 시점에서도 좀 속상한 기분이 들다 싶으면 바로 하는 무시무시한 말~

"엄마가 아기 낳으러 갔을 때 나 울었잖아!(슬펐잖아)..."

제 친구 딸은 초등학교 1학년인데, 지금도 종종 6살 동생에게 엄마가 조리원에 갔을 때 자신이 힘들었다는 이야기를 한다는데... 우리 딸도 그러지 않을까 싶네요.

어린 딸에게 엄마의 부재가 이렇게 큰 트라우마를 가지고 올 지는 저도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아직까지는 세상의 전부가 엄마일테니까요. 이 과정 역시 우리 아이가 잘 견뎌내고 이겨내면서 성장했다고 봅니다. 이런 고난을 통해 우리 큰 애는 세상에 둘도 없는 동생을 얻었으니까요. ^^

 

저는 산후 조리원 선택은 잘 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큰 아이로 인해 힘든 점은 있었지만, 제가 산후 조리를 아주 잘하고 왔거든요. 엄마가 건강하고 기분이 좋아야 가족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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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