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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녀의 영국 귀양살이 seasno 1 (2010-2014)/영국 명절과 기념일

영국 복싱데이, 득템보단 충동구매 부추겨

by 영국품절녀 2013. 12. 29.

영국은 크리스마스 바로 다음 날을 복싱 데이라고 부르면서, 대부분의 상점들은 파격 세일을 시작합니다. 영국인들이 일년치의 쇼핑을 이 때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복싱 데이에 런던과 같은 도시의 백화점, 쇼핑몰, 아울렛 등은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사람들로 가득 찬 답니다. 올해도 복싱 데이에 런던 웨스트 필드 쇼핑몰의 사진을 봤는데, 아무리 가정 경제가 어렵다고 해도 쇼핑 온 사람들로 내부는 분주하기만 했습니다.

 

 복싱 데이에 향수를 사려고 손을 뻗는 사람들

 

 

해롯 백화점 밖에서 기다리는 쇼퍼들

 

제가 사는 시골 동네도 별반 다르지는 않았습니다. 이미 새벽부터 사람들은 줄을 서서 상점들이 문을 열기만 기다렸고요, 제가 아침에 기상을 했을 때에는 이미 쇼핑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분위기였습니다. 그 날 백화점 및 큰 상점들은 휴무였고, 문을 일찍 닫았던 터라, 오전에는 거리가 한산했어요.

 

 

1/3 정도는 올해 복싱 데이에 온라인 쇼핑을 할 것이라고 답했답니다.

 

저는 복싱 데이 날에 생각보다 사람들이 없었던 것 같아 다들 온라인 쇼핑을 하나 생각했는데요, 그 다음 날부터 쇼핑 전쟁이 시작되었지요. 백화점, 상점들은 사람들로 가득 차고요, 유럽 관광객들도 쇼핑에 정신이 없었어요. 주변의 큰 쇼핑몰을 다녀 온 지인의 말로도, 사람들이 엄청 많았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올해 영국의 복싱 데이를 지켜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평상시에 비해 물건을 싸게 구입할 수 있는 기회도 되지만, 사람들의 과소비를 불러 일으킨다는 거에요. 물론 영국인들은 연례 행사이므로, 원래 하던 대로 필요한 물건들을 싸게 구입하는데에 일가견이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그런데 실제로 알고보면, 우리가 마냥 부러워할 만한 복싱 데이는 아닌것 같아요.

 

영국의 복싱 데이는 국내와는 다르게 "파격"이라는 말까지 붙을 정도의 세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리 복싱 데이라고 해도, 일단 브랜드 인기 상품 및 괜찮은 물건들은 세일 대상에서 빠지거나, 10~30% 정도로만 판매합니다. 또한 양도 많지 않아, 금방 사이즈가 빠집니다. 아주 작거나 큰 사이즈만 남지요. 차라리 복싱 데이 전에 미리 하는 백화점 VIP 세일 기간이 괜찮은 명품이나 브랜드 물건들을 구입 하기 훨씬 쉬운 것 같습니다. (그것도 세일이 시작하자마자 금방 품절이 되긴 합니다.)

 

 

그래도 복싱 데이에 쇼핑을 하는 이유는 정상가보다는 싸다는 것이지요.

 

일부 브랜드는 확실히 싸기는 합니다. 복싱 데이 당일 일찍 새벽같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은 남보다 먼저 물건들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지요. 특히 국내에는 아직 없거나, 비싼 명품들을 더 저렴한 가격으로 득템을 할 수 있어요. 아마도 국내 쇼퍼들이 가장 부러워하는 복싱 데이만의 장점일 수 있겠지요. 하지만 그것도 모든 명품이 다 세일을 하는 것도 아니고, 스테디 셀러같은 상품들은 세일에서 보통 제외가 됩니다. 그래도 국내에서는 인기였지만, 영국에서는 잘 팔리지 않았던 명품들은 꽤 세일을 하는 것 같습니다.

 

 

여자들에게 인기 많은 영국 도자기 그릇

여름/겨울 세일이 끝나면, 다시 정상가로 팝니다.

 

국내에서 인기가 많은 덴비 블루

 

 

포트메리온 시리즈

 

 

 

 

로얄 알버트

 

 

주변에서 보면 복싱 데이에 득템을 하려면 세일 기간 내내 여러 쇼핑몰, 백화점, 상점 등을 찾아 다니면서 발품을 팔아야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그런데 솔직히 아무리 싸더라도 명품은 비싸며, 몇 가지 사다보면 몇 십만원은 훌쩍 넘습니다. 아무리 경제 불황이다 뭐다 그래도 그렇게 물건들을 많이 사는 것을 보면 돈 없어서 힘들다는 말은 거짓말 같아요. 올해 한국도 해외 신용 카드 사용 비율이 최대라고 하니까요.

 

제가 국에서 느낀 복싱 데이는 현명한 쇼핑보다는 충동 구매를 일으키게 만들고, 정신 건강에도 해가 되는 것 같습니다. 어제도 밖에 나갔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의 양손에는 가득 쇼핑백이 들려 있고요, 백화점에 들어가 보니 사람들이 물건을 엄청 사는 모습이 보이더라고요. 여기 저기에는 SALE 50%, 75% ~ 등등 이런 간판들이 보이고, 벌써부터 백화점 클리어런스 세일이라는 문구로 메일이 도착합니다.

 

 

 

정상가보다 낮아진 가격들을 보면 마치 뭔가를 안 사면 손해를 보기라도 하는 듯한 기분이 들어요. 사람들의 쇼핑백들을 보면, 괜히 못 사서 아쉽고요. 그렇다고 사고 싶은 것이 없지는 않지만, 그 가격이 저에게는 부담스럽더라고요. 게다가 제가 사고 싶은 물건들은 왜 다들 세일 외 상품인지... 그냥 구경만 하다가 집에 왔는데... 괜히 기분이 우울해졌답니다. 특히 귀국을 앞두고 있는 지인 분들은 쇼핑을 해야하는 강박관념도 있어요. 일단 주변 사람들의 선물도 챙겨야 하고요, 국내에서는 비싸다고 알려진 제품들의 구매를 서두르지요.

 

 

제 주변의 지인들도 말을 하기를...

한국에 있으면 이렇게 쇼핑을 하지도 않는데...

괜히 복싱 데이다, 파격 세일이다 하니까 나만 안 사면 손해 보는 것 같다...

 

 

사실 쇼핑을 하고 나서, 집에 오면 지출은 컸는데도 불구하고, 쓸만한 물건이 없을 때도 있습니다. 괜히 싼 것 같아서 막 사긴 했는데 나중에 보면 크게 필요하지도 않고요. 차라리 평소에 갖고 싶었던 고가의 물건들을 세일가에 산 경우라면 그나마 만족하겠지만요, 저는 사고 싶은 물건들이 세일 외 상품이기도 하고 다행히 그걸 살만한 돈도 없으므로, 위안은 되네요. 세일을 안 해서 못 산다고 생각하기로요. ㅎㅎ

 

매년 돌아오는 영국의 여름, 겨울 빅 세일은 충동 구매를 부추기게 만들고, 정신 건강에도 별로 좋지 않은 것 같습니다. 남 신경 안 쓰고 내 주관대로 살자라고 마음을 굳게 먹어도, 사람들의 두 손 가득한 쇼핑백들을 보면 금방 마음이 동요됩니다. 저도 어서 빨리 신랑이 학업 마치고, 직장 구해서 그 동안 참고 있었던 쇼핑 본능을 좀 살리고 싶습니다. ㅎㅎ 여러분들은 올해 복싱 데이에서 꼭 득템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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