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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녀의 영국 귀양살이 seasno 1 (2010-2014)/영국 명절과 기념일

영국의 길고 긴 연말 연휴, 마냥 좋지는 않다

by 영국품절녀 2013. 12. 26.

대부분의 영국 직장인들은 크리스마스 휴가를 약 2주 정도 받습니다. 물론 직종 및 회사마다 상이하기는 하지만요, 국내 직장인들은 긴 연말 (명절) 휴가를 받는 영국인들이 부러울 것 같습니다. 크리스마스 휴가비도 연봉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꽤 받는 것 같습니다. 저 역시도 올해는 작년에 비해 일을 더 많이 해서 그런지 크리스마스 휴가비가 약간 더 오르긴 했더라고요.

우리의 설날처럼, 영국인들은 크리스마스에 떨어져 살고 있는 가족들과 한 집에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냅니다. 그들은 선물 교환을 하고, 만찬을 먹고 마시면서 오랜만에 서로의 안부를 묻고 대화의 꽃을 피우지요. 어제 크리스마스 예배를 마치자마자, 다들 다들 가족과 크리스마스를 보낸다고 하면서 일찍 귀가했습니다.

 

저희도 집에 돌아왔는데.. 어쩜.. 동네가 "쥐 죽은 듯이 조용" 한 거에요. 이는 영국 크리스마스 당일에 딱 적합한 표현이랍니다. 저희 집은 바로 시내에 있어서, 항상 차, 사람 소리가 들리는데요. 어제는 차 소리는 물론이고, 사람 소리도 전혀 들리지가 않았습니다. 창밖을 아무리 내다봐도 아무도 없는 거에요.

 

매 년 고요한 크리스마스 당일을 경험하고는 있지만, 그래도 매 년 크리스마스는 외롭습니다. 다행히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주변의 지인 가족들과 모여서 맛있는 음식으로 식사를 했습니다. 또한 시댁과 친정에 전화를 하고 나니 그나마 기분이 나아지긴 했어요. 그것도 잠시... 국내 온라인 기사들을 보니, 크리스마스 이브 및 당일에 한국은 거리, 지하철 등 사람으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고 하던데요, 영국은 크리스마스 이브 오후까지는 쇼핑하느라 분주하다가, 저녁부터는 아주 고요해져서 어제 크리스마스 당일은 적막 그 자체였습니다.

 

그래도 나름대로 영국 크리스마스를 즐기기 위해 찾은

2013년 캔터베리 대성당 캐롤 서비스

 

 

 

 

뉴스에서 보셔서 아시겠지만, 며칠 동안 영국 남동부는 비를 동반한 강풍이 장시간 불어 닥쳐서 홍수 피해 및 전기 공급까지 끊어져 버린 곳이 많습니다. 어제 크리스마스에도 약 2만4천 가구가 전기없이 지냈어요, 런던 근처에서 사는 지인의 집도 전기가 끊겨 음식들을 다 가지고 부모님 댁으로 왔거든요. 가트윅 공항에서는 비행기가 뜨지 못해 수많은 여행객들의 발이 묶여 있는 등 크리스마스 이브 전날까지는 아주 날씨가 최악이었어요.

 

 

거리에 있는 나무, 담장들은 휘어져 있거나 넘어졌고요.

표지판도 이렇게 망가졌어요.

 

 

너무나도 즐거웠던 풍성한 크리스마스 이브 파티

 

그런데 어제 크리스마스 당일에는 얼마나 날씨가 좋은지 파란 하늘이 마치 봄 날씨 같았어요. 신랑과 저는 너무 심심한 나머지 밖으로 나왔습니다. 정말 거리가 한산하니 사람들이 별로 없더라고요. 대부분의 상점들은 문을 닫았고요. 일부 펍, 레스토랑에서는 크리스마스 디너를 팔고 있었습니다.  

 

캔터베리 2013년 크리스마스 당일 오후 모습

 

 

 

 

 

캔터베리 핫플레이스

모든 사람들이 한번쯤은 사진을 찍는 곳~

 

 

항상 사람들로 붐비는 이 곳마저도...

 

거리에 나온 사람들을 보니, 딱 두 부류로 나뉘졌어요.

일단 영국 현지인은 없는 것 같았어요. 이들은 크리스마스에는 철저하게 집에서 가족과 함께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내거든요. 또한 유럽 출신의 영국 유학생들은 물론이고요, 아시아에서 온 중국, 한국 유학생들도 심심하고 외로운 크리스마스에는 귀국을 하는 추세가 높습니다.

한 부류는 (유럽/아시아에서 영국 크리스마스를 구경 온) 여행객

다른 한 부류는 (영국에서 살고 있는) 동양인들 – 대학생 혹은 어학연수생들

 


특히 제가 살고 있는 캔터베리에서 가장 유명한 곳인 대성당 근처에 그나마 여행객들이 몰려 있었지요. 사진을 찍고 또 찍고... 저희는 매일 보는 대성당을, 어제는 여행객 모드로 사진을 찍으면서 즐겼어요. ㅎㅎ

 

 

잠시 유명한 캔터베리 대성당 구경해 보세요.

 

 

 

 

 

 

 

매일 보는 대성당인데도, 볼 때마다 감탄이 절로 나오네요.

 

다시 집에 돌아온 저는 이렇게 심심하고 할 일이 없을 때에는 "자는게 최고다~" 싶어 푹~ 숙면을 취했습니다. 한참 자는데, 신랑이 저녁 먹어야 한다고 깨우네요. 이렇게 올해 크리스마스는 전혀 특별하지 않고 허무하게 지나갔습니다. 보통 때라면 밖에서 술 먹은 영국 젊은이들이 소리 지르고 노래하고 막 그러는 소리가 항상 들리기 마련인데요, 오늘은 클럽, 펍도 늦게까지 장사를 안 하니 밤에는 그저 비와 새 소리만 들립니다.

 

 

 

그래서 보통 한국인들은 심심한 영국 크리스마스 및 연말 분위기가 싫어서 여행을 가기도 하는데요, 여느 유럽도 영국과 비슷한 분위기므로, 여행을 가 봐도 별 볼일 없다고 하더라고요. 그나마 날씨가 좋은 스페인으로 떠나는 사람들은 꽤 있는 것 같습니다. 보통 유럽의 겨울은 춥고 해도 빨리 지니까 저는 차라리 심심해도 집에서 따뜻하게 있는 편이 더 좋을 것 같아요. 특히 요즘 영국은 잦은 폭풍으로 인해 자칫 잘못 하다가는 공항에서 발이 묶기는 등 여행 경보도 잇따르고 있어요.

 

영국에서 첫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한국인들은 고요한 영국 크리스마스에 깜짝 놀라곤 합니다. 이렇게 적막한 영국 크리스마스, 여러분들은 상상이나 가시나요? 앞으로 계속되는 연말 분위기도 이와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한국에 있었으면 가족, 친구 모임을 하면서 신나게 보낼텐데요, 앞으로 다음 주까지 연말 연휴에 무엇을 해야 할지 참 난감합니다. 게다가 신랑은 논문 마무리하느라 아주 바쁘거든요. 혼자라도 연말 휴가 계획을 좀 세워봐야겠네요. 이렇게 긴 연말 휴가와 함께 경제적으로 여유도 있으면 참 좋으련만.. 오늘은 영국인의 쇼핑의 날, 복싱 데이인데.. 전 구경이나 해야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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