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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녀의 영국 귀양살이 seasno 1 (2010-2014)/실시간 영국 소식

유럽인이 경고한 일본 자살률, 남의 일 아냐.

by 영국품절녀 2016. 2. 4.

안녕하세요? 영국품절남입니다.

제가 영국 대학에서 박사 과정 중에 일본 정치/사회 과목의 일부를 담당했던 적이 있습니다. 금요일마다 정치학과 일학년 학생들과 관련 영화를 감상하고, 시간이 남으면 간단하게 그 내용에 대해서 논의를 하는 정도이지요. 이 수업과 관련된 지난 포스팅도 참조해 보세요.

 

 

오늘의 일본 영화는 Departure였습니다. 아카데미 외국어 부분을 수상한 작품이지요. 그런데 제가 아는 것은 딱 여기까지였습니다. 보통 수업 전에 그날 볼 영화를 한 번 훑어 보거나 인터넷을 통해 내용이라도 파악해서 가는데, 이번 주는 너무 바빠서 엄두조차 못 내었었죠. 그런데 오늘 수업에 들어가서 DVD 케이스를 여는 순간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DVD가 케이스안에 없었던 것이지요. 이번 학기 처음으로 케이스 안을 확인하지 않았는데 아뿔싸 딱 오늘 이런 일이 벌어졌네요. 당황해서 교수에게 어떻게 된 것이냐고 전화했더니 자신도 잘 모르겠답니다. 더군다나 대학 행정직원과 중요한 약속으로 학교 밖에 있더군요.

 

그러다 문득 생각난 것이 며칠 전 담당 교수와 이야기 했던 "일본의 자살에 관한 다큐멘터리"였습니다. 유튜브에 올라와 있으므로 시간되면 한번 보여주자는 말을 했었거든요. 그래서 저는 교수에게 알아서 해결할 테니 걱정 마시라는 말을 하고 전화를 끊었지요.

 

다큐멘터리의 제목은

"SAVING 10,000 - Winning a War on Suicide in Japan" 입니다.  

 

 

 50분 가량의 영상이니, 시간 있으시면 꼭 한번 시청해보세요.

 

내용 자체는 별로 특별할 것이 없습니다. 일본의 자살률이 높은 이유를 다양한 원인 – 정치, 경제 사회, 역사 등 – 에서 찾아보면서, 궁극적으로 자살률을 낮추기 위한 캠페인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그런데 이 다큐멘터리의 감독이자 나레이터인 아일랜드 출신 Rene Duignan이 사실은 도쿄 주재 EU 대표부에서 근무하는 경제분석가라는 점이 꽤 흥미 있었습니다. (물론 집에 돌아와서 찾아보니 그렇게 알게 된 것이지요. 저는 이 사실을 모르고, '왜 이 서양사람은 일본의 자살에 관심이 많나' 궁금하기만 했었거든요.)

 

이 다큐멘터리는 시작부터 일본의 높은 자살률에 대해 간략한 통계 수치부터 보여 줍니다. 과거 10년 동안 일본에서는 30만 명이 자살했으며, 인구대비 자살률은 미국의 2배, 태국의 3배, 그리스의 9배, 필리핀의 12배라고 합니다. 아마도 세계 경제를 한때 이끌었던 - 그리고 지금도 그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는 - 일본을 바라보는 경제분석가의 눈에 이상하리만큼 높은 자살률은 어색하게만 보였던 것 같습니다.

 

이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저는 그 내용이 일본이 아니라 한국인 것 같아서 보는 내내 불편하기만 했습니다. 과도한 경쟁, 학교 및 직장에서의 따돌림, 자식들에게 버려지는 노인들, 입시 위주의 교육, 은퇴 후의 상실감, 터무니 없는 이자를 받아 서민경제를 압박하는 사금융 등, 어느 하나 한국의 이야기가 아닌 것이 없었으니까요.

 

그래서 시청을 마치고 담담하게 학생들에게 말을 했습니다.

약간 차이점이 있기는 하지만,

이 영상의 내용 90%, 아니 95%를 한국의 상황에 대입해도 다르지 않다.

 

한국과 일본의 높은 자살률

 

그런데 다큐멘터리에서 인상 깊었던 점은, 그 아일랜드인은 "일본인과 일본이라는 시스템이 미숙하게 대처하는 자살 문제"에 가차없이 비판하더군요.

이를테면 응급실에 실려오는 환자들 중 상당수가 자살 미수자들인데도 불구하고, 치료만 되면 그냥 집으로 돌려보내는 것은 말도 안 된다는 것이죠. 이런 사람들은 다시 자살을 시도하여 또 실려오기 때문이죠. 즉 그는 자살을 방지하기 위해 상처치료뿐만 아니라 심리치료와 집중 상담을 병행해야 하는데 이것이 무시되고 있다고 보고 있고, 정신병원에서 하는 치료 역시 본질적인 치료가 아닌 약품 처방을 위한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구구절절 다 옳은 이야기였습니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다큐멘터리의 궁극적인 목적은 일본의 자살자의 수 – 현재 한 해 평균 3만 명 – 중 그 3분의 1인 만 명을 줄이자는 것입니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이 유럽인은 일본의 다양한 단체, 조직 및 정치권 등에 호소하고 있는 것이지요. 최근 일본 언론 기사를 보니, 그의 이러한 노력은 일본 사회에서도 꽤 관심을 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한 외국인의 열정이 일본 사회를 어느 정도 움직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내용을 보고 있자니, 저는 어쩐지 일본이 무척 부럽더군요. 적어도 일본에는 자살률을 낮추기 위해 사방팔방으로 노력하는 외국인이라도 있으니까요. 외국인 한 명의 열정에 의해서 비로소 움직이는 일본이라는 나라가 어처구니 없어 보이면서도, 문제를 뻔히 알면서도 해결하고자 할 의지가 전혀 없는 우리 한국, 한국인의 모습이 떠 올랐습니다.

 

(출처: http://ajw.asahi.com/article/behind_news/social_affairs/AJ201212200011)

 

최근 뉴스를 보니,  "한국 자살률이 높다" 는 것과 함께, 그 원인으로 "신변을 비관했다", "왕따 당했다" 등의 내용을 접하곤 합니다. 그런데 정작 우리가 간과했던 것은 "사후 약방문" – 사실 그런 것도 있기는 한지 의심스럽지만 – 이 아닌, 범 사회적인 관심과 노력이 있었느냐는 것입니다.

 

다큐멘터리 마지막에 나온 일본인의 말이 인상적입니다. 유명한 관광지이자 일종의 자살바위라고 알려진 곳 (지난 30년간 646명이 자살함) 에서 다른 자원봉사자와 함께 6년 이상 순찰했던 그는, 지금까지 그곳에서 자살을 시도했던 300명 정도의 목숨을 구했다고 합니다. 단지 4명만이 그와 동료들의 설득에도 목숨을 버렸다고 합니다. 그 경험을 통해 그는 말합니다.

"어떤 누구도 죽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어요. (마지막 순간까지) 도움을 기다리지요. 이런 것을 알면서도 그저 보고만 있는 것이야 말로 범죄입니다. 살인과 마찬가지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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