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은 다가올 총선 소식 못지 않게, 유명인들 (배우, 개그맨 및 스포츠선수 등등)의 이혼 소식으로 조금 떠들썩 한 것 같아요. 영국 역시 유명인들의 이혼은 언론의 상당한 주목을 받곤 합니다. 그런데 영국에서는 별로 유명하지 않은 커플의 이혼이 유명해진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동성 커플의 재산 분배 싸움 때문이었는데요, 최근 영국의 결혼 제도 이슈와 맞물려 언론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향후 게이 커플의 이혼시 재산 분배의 척도가 될 듯 합니다. 사실 이 문제가 생각보다 복잡한 것은 영국의 독특한 결혼 제도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겠어요.
영국에서는 “파트너(Partner)”라는 말을 동성애 커플 혹은 (법적으로 부부가 아닌) 동거하는 커플들에게 사용한다고 합니다. 어떤 영국 분이 저에게 “그(신랑)가 너의 파트너냐?”고 물어보길래, 전 적잖이 놀랐답니다. 저의 주관적인 느낌으로는 사업 파트너도 아니고, 괜히 “그는 내 파트너야” 라고 하면 별로 좋지 않은 뉘앙스로 들리는 것 같거든요. 실제로 작년에 영국 인구 조사를 위한 설문지를 작성한 한 적이 있었는데요, 거기에도 Husband, wife와 함께 partner 칸도 따로 있더라고요. 이렇게 영국에서는 "파트너"라는 명칭이 동성애 커플뿐 아니라 남녀 관계에도 흔히 쓰이는 것 같습니다.
영국에서는 2004년에 시민 동반자 법 (Civil Partnership Act)이 발효됨에 따라, 세금, 유산, 연금 등 일반 기혼자들(Civil marriage)이 누리는 권리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잘 아는 영국 가수인 엘튼 존은 12년간 사귀어 온 그의 파트너와 이 법이 발효되자마자 결혼식을 올려서 화제가 되었지요. 제 친구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자신의 영국인 친구(남자)도 그의 파트너(남자)와 결혼식을 성대하게 했다고 하더라고요. 이렇게 본 법이 제정되고 영국에서는 일부 동성애자 커플이 합법적으로 부부가 되어 살고 있습니다.
엘튼 존과 그의 파트너인 데이비드 퍼니시 (출처: 구글 이미지)
은행원 배우
이번 동성 커플의 이혼을 보니, 확실한 것은 시민파트너 법과 일반 결혼 법의 규정 내용이 완전히 같지는 않은가 봅니다. 그래서 그런지 영국의 동성애자들은 게이 혼인 법(gay marriage law)을 제정하도록 압력을 넣고 있습니다. 이에 영국 총리인 데이비드 카메론도 긍정적으로 받아 들였으며, 2015년에 게이 혼인을 법제화하겠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동성애자 권리를 주장하는 단체에서는 이렇게 말을 합니다. 결혼은 "사랑"하는 커플의 결합이지, 성(gender)하고는 관계가 없다고요."
게이 커플의 결혼식 (출처 bbc.co.uk)
덧붙여서 게이 혼인 법과 관련되어 일부는 이렇게 주장하고 나섰습니다.
영국에서는 부부간에 “husband, wife” 라는 말을 아예 사용하지 않도록 하자는 겁니다. 동거로 오랫동안 사는 커플 혹은 동성애자들에게 이런 단어는 다소 공격적인(aggressive) 뉘앙스를 풍길 수 있다는 거에요. 그래서 이제는 아예 파트너로 명칭을 통일하자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런 정치적, 사회적 분위기를 우려하는 종교 지도자들 및 교회, 단체들은 동성 커플의 혼인법 통과를 저지하려는 청원을 시작했습니다. 현재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저번 주 예배에 참석했는데, 목사님께서 어떤 짤막한 광고 화면을 보여주셨지요. 그 동영상에서는 동성 커플의 혼인법이 발효되면, 영국의 가족 문화는 해체되고, 지역 사회(community)는 망가진다는 경고 메시지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현재 온라인 사이트에서 몇 십만 명의 반대자들의 서명과 모금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출처: http://c4m.org.uk/)
이러다가 영국에서는 결혼(marriage)이라는 개념이 바뀌는 것 아닌가요. 거기다가 남편을 남편이라고 부르지 못하고, 아내를 아내라고 부르지 못하는 그런 이상한 나라는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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